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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란수 May 06. 2018

남북 기차여행을 생각하다

뜬금없는 남북 평화관광 사업 아이템 #2

기차여행은 참 나름의 묘미가 있다. 길을 헤매일 필요도 없고, 제 시간에 출발하고 도착하며(물론, 인도나 아프리카의 기차는 그렇지 않았지만..), 또 편하게 창을 바라보거나 다른 여행자랑 이야기를 건넬 수도 있는 여행에서의 멋이 있다. 국내에는 그렇게 긴 구간이 없지만, 외국에서의 여행에서는 가끔 야간열차를 타고 잠을 자고 일어나서 목적지에 머무르는 경우도 많다. 


이집트 룩소르에서 카이로(기자)까지의 야간 열차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의미있게 논의된 사항이 바로 남북 철도망에 대한 연결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남북정상회담 이후 환송회에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배석하지 않았겠는가? 북한은 도로보다 철도 위주 교통체계를 갖춰 철도가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이끄는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각 언론들도 이야기한 바 있다. 남북을 H축으로 개발하려는 문재인정부의 ‘신경제지도’ 구상도 남북 철도 연결이 전제가 된다고 한다. (기사링크: '남북경제 잇는 젖줄' 대륙철도 열린다)


남북 철도 H라인 구상 이미지 (이미지출처: 머니투데이)


남북간 여행을 위한 기차는 경의선을 통하여 서울 - 개성 - 평양 -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이른바 TCR 라인이 매력적이다. 그동안 개성이나 평양과 같은 북측의 가장 발전된 지역을 볼 수 있는 철도라인이 될테니깐. 이외에 기차를 타고, 북측,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철도라인은 TSR 라인이다. TSR 라인의 연결은 현재 KTX 강릉까지 이동하여 올라가거나, 경원선 백마고지역에서 연결하여 평강 - 내금강 쪽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될 수 있다.


TKR와 TSR 라인 이미지 (이미지출처: 이데일리 기사 - 철도·도로 뚫리면 동북아 물류 시작점…대륙경제 편입 中)


바람 같아서는 남북관광이 처음부터 평양도 가고, 개성도 가서 보고, 먹고, 숙박도 하는 자유여행이면 좋겠으나, 아마 초기부터 그렇게 되기에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논의가 활발한 철도 구상과 연결한 제한적인 남북 기차 여행 상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숙박과 식음, 이동은 기차에서 해결하고, 몇몇 기차역에서 머무르며 잠시 제한된 지역을 보고 오는 것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레일크루즈 시스템이다. 국내에는 이미 "해랑"이라는 레일크루즈가 운영이 되고 있다. 1박 2일로 숙식과 이동이 모두 해결이 되는 기차 여행상품이다. 


레일크루즈 해랑 모습 (이미지 출처: 언론기사 - 레저신문, 아시아투데이 등)


해외에도 유명 레일크루즈가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남아공 케이프타운부터 요하네스버그, 프레토리아까지 운영되는 1박2일 상품인 블루트레인이다. 최고급 기차여행 상품인 블루트레인 역시, 숙식과 이동이 기차에서 해결되고, 중간 기착지에서 여행을 하고 오는 시스템이다. 


고품격 레일크루즈 블루트레인


아! 타보고 싶다!!


앞서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북측 여행을 가고자 하는 이유는 북측에 대한 신기함, 신비성 때문이다. 금강산이나 백두산도 좋지만, 그들의 삶을 볼 수 있는 도심과 마을의 여행이 보다 매력적일 수 있다. 제한적으로 기차역에서 내려서, 평양이나 개성의 도심을 둘러보고, 다시 기차를 탑승하게 되면 북측 입장에서도 초기 여러 관광객 동선 제한 등이 용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행객 입장에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실망하게 되는 부분을 기차 안에서의 음식을 보다 북측 음식으로 제공하는 방법 등도 필요하다. 평양냉면이나 찹쌀순대, 김치말이 국수 등을 제공해준다면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겠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소개하는 북측 음식 (이미지출처: 한국관광공사 - 우리가 사랑한 북한 음식, 우리가 미처 몰랐던 북한 음식 탐방기 中)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밖의 풍경은 그 지역을 상상하고 이해하는 창이 된다. 북측 입장에서는 조심스럽겠지만, 그래도 서서히 그들을 이해하는데 우리들도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완충 역할을 해준다. 이번 정삼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측의 경제상황을 오히려 드러내고 이야기하던 모습이라면, 함께 서로 보여주고 이해하고, 그리고 그러한 모습으로 더욱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역할을 기차에서의 창문이 조율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집트 기차안에서 바라본 일반인들 모습에 작게나마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듯 했다


더 나아가서는 기차 밖의 풍경에서 북측 마을사람들이 함께 호흡을 나누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벤트를 볼 수 있다면 더욱 좋을 듯 하다. (아래에 있는 아트 프로젝트처럼!!) 기차여행상품에 북측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이벤트가 포함되어, 그들에게 인건비가 돌아갈 수만 있다면 더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나는 꼭 남북 기차여행을 하고 싶다. 


독일 Saale valley에서 진행된 기차 여행객을 위한 아트 프로젝트 (이미지출처: DW English)


남북관계에서 기차는 여행과 이동이라는 특성 이외에도 경제협력과 물류이동을 위한 필요성이 있다. 또한, 남북간 연결만이 아닌 아시아대륙으로의 연결에도 큰 의미를 지닌다. 여전히, 경의선이나 경원선이 끝나는 지점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문구가 있다. 


신탄리 철도중단점에 있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


'조국과 청춘'이 부른 노래 '가자! 철마야!"의 마지막 가사에는 이러한 내용이 있다.


내가 가는 역마다, 다시 만날 이의 눈물이, 기쁨의 강이 되어 흘러가리라.
가자 철마야. 


가자. 남북을 연결하는 기차를 통해!


조국과청춘의 "가자! 철마야"




필자 정란수는 여행을 다니며 책쓰고, 먹고사는 "한량"입니다. 

현대백화점 금강산관광사업부에서 잠깐 근무하였고, 설악-금강 관광개발계획, PLZ 관광자원화방안, PLZ 광역관광개발계획 등 남북관광 관련된 연구, 금강산 관광 성과-만족 분석이나 개성관광의 비용편익분석 등 논문도 쓰고하며 남북관광에 대해 역시 잠깐 맛보았지만 뭐 그것도 매우 오래전 일이네요~ ^^


그냥, 남북정상회담의 분위기가 관광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유쾌한 바람을 쓰고자 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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