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해제된 날 밤 찍은 하늘. 매번 봐왔을 텐데 새로웠다.
일주일간의 재택치료와 격리가 끝났다. 코로나라는 이름의 술래와 약 3년간의 술래잡기 후에 결국 잡혀버린 기분이라 썩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난 게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격리가 끝나는 날은 3월 1일 00시였다. 00시가 딱 넘자마자 집 밖으로 나와 편의점으로 가서 캔맥주 두 캔을 사서 집으로 들어왔다. 들어오는 길에 기분이 좋아져서 괜시리 놀이터 의자에 앉아 길고양이와 눈맞춤 인사를 했다. 고작 일주일이지만 집에 갇혀 있다 나오니 모든게 새로워 보였다.
처음에 7일간 격리한다고 했을 때는 집에서 마음껏 휴식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넷플릭스를 보다가 지겨워지면 닌텐도 스위치를 하고 밥해먹기 귀찮으면 배달시켜 먹는 말 그대로 한량처럼 일주일을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크나큰 오산이었다. 몸이 아프니 넷플릭스고 뭐고 약먹는 것도 수고로웠다. 약을 먹고 나면 약기운에 잠에 빠지고 다시 일어나면 밥먹고 약먹고 또 잤다. 움직임이 극단적으로 줄어들었음에도 병과 싸우는 중이라 그랬는지 금방 허기졌고 일주일 사이 무려 2키로나 몸무게가 줄어들었다.
격리기간 중 버리지 못한 쓰레기는 다용도실에 쌓아 놨다. 택배와 배달을 많이 시켰던 탓도 있겠지만 그 양이 상당했다. 고작 2명이서 사는 집에서 이만큼의 쓰레기가 일주일만에 나온다는게 놀라울 정도였다. '역시 지구의 환경 오염의 주범은 인간이다' 쌓여 있던 쓰레기 봉지는 소독약을 흠뻑 뿌린 다음 버렸다.
아픈 기간동안 나를 걱정해준 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고 비타민 영양제 하나를 새로 주문했다. 내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나보다 먼저 코로나에 걸린 지인들의 연락이 많이 왔는데 사람마다 증상이 천차만별이었다. 애석하게도 그 중에 내가 가장 심하게 앓았던 것 같다. 증상이 심하지 않았던 지인들은 3차 백신을 맞았거나 평소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왔던 사람들이다.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르지만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거라는 말이 새삼 와닿았다.
격리해제 후 처음으로 맞는 주말. 햇빛 아래서 코로나 확진 이후의 소외를 적어보자니 이미 지난 일주일이 아주 예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하는 일상이 소중했다는걸 금방 또 까먹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