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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Sep 28. 2022

못되 처먹은

악취미들

'웅 나두 땨랑해 ^ㅗ^' 


토도독, 가영은 무심한 표정으로 타이핑을 쳤다. 일요일 밤 10시, 그녀는 널브러져 있는 빨래를 바라보며 주말 내내 집안일을 소홀히 한 자신을 탓했다. '차라리 집에서 빨래나 할 걸'. 



 서울에 있는 작은 회사에 다니는 가영은 3년 차 직장인이다. 회사 언니의 소개로 만난 남자 친구와는 반년 정도 만났다. '둘 다 같은 업종이니까 잘 맞을 거야'라던 언니의 말처럼 소개팅의 정석인 '3회 애프터 후 사귀는'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여느 직장인 커플처럼 반 년간의 데이트 대부분이 주말에 이뤄졌다. 가영의 일은 어렵거나 고되지 않지만 도저히 퇴근하고 나서 데이트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모든 사회성을 회사에서 다 써 버린 탓인지 퇴근 후에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집에 처박혀 넷플릭스나 보고 싶었다. 


 이렇게 평일을 집순이로 지내다 보니 모든 약속을 주말로 모는데 어느 순간부터 데이트도 친구들과의 모임처럼 약속 중의 하나로 느껴졌다. 


 '그럼 애정이 없는 거 아니야?' 이런 복잡한 마음을 친구에게 털어놓자 친구가 말했다. '그런가?'히고 떠올려 보면 애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분명히 남자 친구와 같이 있는 시간은 좋은데 문제는 그 시간을 일부러 내기는 싫다는 점이다. 마치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나면 좋은 데 가기는 싫은 것처럼. 친구는 가영의 연애가 '권태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을 내렸다. '6개월이면 그럴 만도 하지, 우리 나이 때는 아니다 싶으면 빨리 그만해야 하는 거 알지? 어설프게 만나다가 20대 다 간다' 속사포로 내뱉는 친구의 말에 가영은 가만히 고개를 갸웃하다가 속으로 말했다. '아니야 이건 귀찮은 거야'


 가영은 이런 마음이 처음이 아니다. 상대방에게 가지는 감정과는 별개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귀찮아졌다. 아마 타인에게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남들보다 적거나 빨리 소진되는 탓일 것이다.



 '너를 좋아하지만 너를 만나는 게 귀찮아'
라는 마음을 설명할 방법이 없어 가슴에 담아 두고만 있다. 



뭔가를 좋아하는 건 감정이고, 그걸 만나고 마음을 쓰는 건 신체 에너지를 쓰는 일이라서 그 둘이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사람들은 잘 모른다. '좋으면 해야지' '좋으면 만나야지'라고 쉽게 말하지만 생각보다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가영은 일기장을 펼치고 속마음을 적어 본다. 


나는 좋아해도 만나길 귀찮아하는 사람이야.라고.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한 말을 일기에 적는 건 가영의 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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