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이라며 친구가 물었다.
둘 중에 한 가지를 영원히 포기한다면 라면과 떡볶이 중에 뭘 포기할 거야?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말했다.
라면을 포기할 거야 떡볶이는 절대 안 돼!
가장 오래된 떡볶이의 기억은 초등학교 3학년 즈음이다. 생일을 맞은 나는 손수 만든 생일 초대장을 나눠 주며 같은 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대략 10명 정도 되는 초등학생들을 먹이려 엄마는 전날부터 음식을 준비했다. 잡채에 김밥, 그때 막 유행하던 고구마 피자에 떡볶이까지. 그 때나 지금이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는 변함이 없을 거다. 다음 날 학교에 가니 생일파티에 왔던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너네 엄마 떡볶이 짱이다!"
엄마는 떡볶이를 신기하게 만들었다. 고추장과 설탕을 끓는 물에 푼 다음에 떡과 오뎅, 양파와 대파를 넣는 것 까지는 평범하다. 특별함은 이다음에 나온다. 떡볶이가 거의 다 완성될 즈음 마지막으로 케첩을 넣는다. 새콤하고 달달한 케첩이 들어간 떡볶이는 살짝 주황빛을 띠고 고추장만으로는 낼 수 없는 산뜻한 느낌을 낸다. 마지막에 뿌려주는 통깨는 맛보다는 향을 주는데 달달한 떡볶이 냄새 위에 고소한 통깨의 향이 얻어져 먹기 전부터 군침이 흐르게 한다.
최초의 기억에 자리 잡은 떡볶이가 엄마표 케첩 떡볶이라면 가장 많이 생각나는 떡볶이는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같이 먹던 컵떡볶이다. 일반 종이컵보다 살짝 긴 사이즈의 컵에 말랑한 밀떡볶이와 국물을 가득 넣어주던 컵떡볶이. 오래 끓여 푹 퍼진 떡에 얇은 어묵과 은근히 찾는 재미가 있던 대파가 들어있는 떡볶이다.
그 500원짜리 컵떡볶이를 하나씩 손에 들고 하굣길에 친구와 떠들면서 걷다 보면 어느새 교복에 떡볶이 국물이 하나 둘 묻기 마련이었다. 왜냐면 그 컵떡볶이의 매력은 맨 마지막에 국물을 한입에 마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폴라포 아이스크림의 맨 마지막에 있는 액기스처럼 마지막에 나오는 떡볶이 국물을 먹어야만 이 떡볶이를 제대로 즐겼다는 기분이 든다.
내 학창 시절에 나를 키운 팔 할은 떡볶이였다. 그 시절 떡볶이를 먹을 때 항상 누군가와 함께였다. 친구 혹은 가족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먹으면서 떠들었던 기억이 떡볶이에 양념처럼 깊게 배어 있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은 많지만 먹으면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음식은 많지 않다. 이런 걸 소울푸드라고 한다면 단연코 떡볶이는 내 소울푸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