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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영 Jan 29. 2024

1년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생긴 일들

광고 잡지 칼럼 연재 및 단행본 출간 소식과 함께

몰랐던 나의 발견, 기고, 출간까지 이어진 100편의 글의 시작


2022년 10월 27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브런치 발행버튼을 처음 누른 날입니다. 그 글은 18년 만에 다시 시작한 일본어 공부의 일환으로, 우연히 해석해 본 일본광고에 대한 단상이었습니다. 원래는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입니다. SNS에서 지인들이 인사차 눌러주는 ‘좋아요’ 말고, 단 몇 명이라도 내가 쓴 글에 정말 공감하는 분들이 읽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브런치에 맞게 정리해 올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때만 해도, 그 글이 제 인생의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1년전 처음 발행한 게시물>



개인적인 성장의 기반이 된 글쓰기



학생 때는 학보사 기자, 학생회의 실무자로 많은 글을 썼고, 광고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클라이언트를 위한 글을 오래 썼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과 경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나를 드러내는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내가 발견한 좋은 카피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왜 내가 좋다고 생각했는지를 밝히게 됐습니다. 좋은 카피를 소개한다는 첫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의 생각, 생활, 가족, 경력을 소재로 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꾸준히 그런 글을 쓰는 것은 생각지 못한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고, 정리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과정이 됐습니다.


글을 쓰며 돌아본 저는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부족하고 결점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것을 마주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저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됐습니다. 무엇이 부족한 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던 것은 글쓰기가 저에게 준 선물이었습니다.



도피처 제공이라는 부수적 효과



또한, 브런치 글쓰기는 회사 안팎의 일로 힘들어하던 저를 지탱해 준 도피처였습니다. 글쓰기를 하는 시간만큼은 미결제금, 통장잔고, 안 풀리는 아이디어, 회사의 크고 작은 문제, 집안에서 풀어야 할 일들로부터 떨어질 수 있었습니다. 현실도피가 되기도 했지만, 글을 마무리 지은 충족감이 주는 에너지로 현실의 문제에 맞설 수도 있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브런치를 통해 저와 제 글이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브런치에 글이 쌓이고, 미처 소개하지 못한 카피까지 모아서 올린 인스타그램 채널까지 의외의 호응을 얻으면서 여러 가지 제안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크고 작은 매체에서 광고관련 기고 의뢰가 오기 시작했고, 알려진 큰 기업으로부터 인스타그램에 광고집행을 문의하는 메시지도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출간에 대한 제안들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현재 저는 마케팅과 브랜딩 관련 뉴스레터 두 군데에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기존의 브런치 글 중 주제에 맞는 것을 그대로 송고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공공 콘텐츠에 대한 평론을 새로 쓰는 일입니다. 그리고, 2024년부터는 <한국광고총연합회>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AD-Z(광고계동향)에도 글을 싣게 됐습니다. 브런치에 올리는 글 형식의 일본광고카피 관련 칼럼을 연재하기로 한 것입니다. 20여 년 전 신입사원 시절부터 광고계 정보를 얻기 위해 봤던 광고계 대표 매체에 필진으로 참여하게 되어 감회가 남다릅니다. 


그리고, 5월에는 그간 브런치에 썼던 글 중심으로 단행본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제 글이 많이 알려지기 전인 작년 봄에 연락을 주신 한 출판사와 몇 번의 협의를 거쳐 여름에 정식 계약을 맺었습니다. 현재 초고에 대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원고를 정리 중입니다. 좋은 에너지를 가진 훌륭한 출판사와의 출간계약에 즐거움과 책임감을 느끼며 원고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1년 전에 시작해 100편의 글로 이어진 브런치는 저에게 광고인, 겸임교수에 이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만들어줬습니다.


継続は力なり

(케-조쿠와치카라나리)


언젠가 공부했던 일본어 문장입니다. '계속하는 것은 힘이 된다' 는 뜻입니다. 지난 1년은 한 주제에 대해 꾸준하게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얻어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또 얼마나 놀라운 일이 생겨날 수 있는지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계속 관심 가져주시고 격려의 말씀 전해주신 많은 분들이 계셔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부족한 글에서 장점을 찾아서 댓글을 일부러 달아주시거나, '좋아요'로 계속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드립니다. 일일이 이름을 거론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작가님들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새로 발견한 좋은 카피를 소개하는 <카피수집> 시리즈, 좋은 카피에 대한 단상을 적은 에세이 <생각을 깨우는 한 줄의 광고 카피들>은 꾸준히 이어갈 예정입니다.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어도 가능한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일입니다. 그리고, 일본 광고 외에도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제 생각을 브런치를 통해 나누고 싶습니다. 조만간 계획 중인 일본여행, 독서기록, 글쓰기 등의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저의 새로운 발걸음이 될 101번째 글은, 이렇게 여러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는 것으로 맺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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