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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Dec 19. 2024

내 안의 또 다른 나에게 말을 건다.

집을 떠나 혼자 외국을 방랑하다 보면, 가끔 혼자 중얼거리는 나 자신을 보고 놀란다.


머리나 손을 계속 떠는 노인들이 있다. 흔하게 마주치기에 그렇게 이상하지 않다. 손이나 머리를 떠는 것은 노화에 의한 파킨슨병의 대표적 증상이다. 그런 노인이 알아듣기 힘든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해도 이상할 것 없다. 나이 들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몸은 떨지 않지만 방랑 중에 혼자 중얼거린다. 그런 나를 보며 놀라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김정운 교수(한번 교수였던 사람은 교수를 그만두고 딴짓을 해도 교수라고 부른다. 나처럼 정년퇴임을 한 사람도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은 하나같이 교수라고 부른다)의 아주 최근 대담을 유튜브로 보았다. 교수를 관두고 일본에 혼자 가서 4년 동안 미술공부를 하고 지금은 남해안 어느 섬에 혼자 살고 있다고 한다. 홀로 살면서 하고 싶은 공부를 계속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혼자 있으면 중얼거린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좋은 현상이라고 한다. 또 다른 나와 대화하면서 지금의 나를 객관화시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자기 성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혼자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는 자신의 인생을 얘기했다.


“내가 50 넘어서 일본에 유학 가서 4년을 그렇게 혼자 미술공부를 하니까 내 삶의 전체 맥락에 대한 이해가 되더라고. 내가 가졌던 그 분노, 공격성 뭐 이런 것들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그런 자발적 고립이 자주 필요해요. 그게 휴식이라는 거예요. -중략-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보는 거예요. 내 삶의 맥락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거죠. 한국 사람이 제일 못하는 게 휴식이에요. 노는 건 잘하는데…”




지금 혼자 방콕에 있다. 어제 밤늦게 도착했기에 오늘은 호텔 방에서 휴식 중이다. 방콕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나가 발마사지 한 시간, 한국음식점에서 비빔국수 한 그릇 먹고 들어왔다. 한 시간 낮잠 자고 저녁은 호텔 앞 전철역 노상 푸드코트에서 현지식을 먹었다. 새우와 야채를 볶아 밥과 함께 준 음식값은 70밧(계란프라이 추가 10밧 포함), 콜라 한 병이 25밧였다. 100밧(1밧이 현재 42원)도 안 되는 돈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맛있게 깨끗이 비웠다.


김정운 교수는 외딴섬에서 낚시하며 혼자 살지만, 나는 한 곳에 정주하지 못한다.


방랑은 애매모호한 상황의 연속이다. 수완나푸미 공항의 공항철도역 토큰발매기 앞에서(카드가 안 되는 기계에서 카드로 계산하려다가), 람캉행역 맞은 편의 호텔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찾으며(역과 호텔이 육교로 연결되어 있는데 입구를 못 찾아), 아무리 카드를 터치해도 열리지 않는 호텔 방 앞에서(터치카드가 아니고 삽입카드였다), 공항철도 마카산역에서 내려 MRT(방콕지하철)로 환승하기 위해(방콕의 환승은 비효율의 극치다), MRT역의 게이트에서 하나 트래블로그카드가 작동할지를 불안해하며(한국 교통카드 처럼 터치만으로 되는 것이 신기하다), 한 시간에 300밧인 발마사지를 받고 팁을 얼마나 줘야 하나 고심하며(100밧 좀 많이 줬나?), 250밧의 비빔국수를 먹고 테이블에 팁을 놓아야 하나?

 

애매모호함을 벗어나며 나는 희열을 느낀다. 희열에 중독되어 애매모호함을 찾아 방랑 중이다.

전철역 밑 푸드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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