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산물 유통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점
어제 굉장히 유명한 모 농산물 유통법인 얘기를 하다가..
거기서는 농산물입찰판매를 일년내내 일정한 가격에 내놓는다해서..
와.. 이건. 충격이었다. 한국에 그런 영농조합법인이 있어요?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
왜 그게 충격적인지 설명을 해드렸는데..
한마디로 농산물 거래를 ETF식으로 해버린 것이다.
ETF..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상장지수펀드. 즉 지수연동되는 증권이다.
이러면 전체 시장추세에 맞춰 서서히 올라가거나 서서히 내려가거나하겠지.
한국의 생산자들이 모두 이분처럼 시세무관하게 일정량만 꾸준히 공급한다면.. 한국의 농산물 물가는 꽤나 안정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지금 농산물 급등사태의 원인이 뭐라 생각하는가?
물론 공급량 부족이 근본적 이유를 제공해준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렇게 뛰는 이유가 다 설명안된다.
만약, 주식시장에 장기투자자, 기관투자자는 없고 모조리 단타매매만하는 개미만 우글 거린다면 주가가 어떻게 될까?
불보듯 뻔하다. 이슈에 따라 이익보려고 단타매매, 초단타매매가 성행할 거고. 주가는 사소한 이슈로도 춤을 출거다.
한국 농산물 유통시스템이 딱 이 상태다.
장기적 관점에서 멀리 내다보는 투자자는 없고 죄다 그때그때 거래마다 이익보려는 장사꾼만 있다.
그러니 사소한 이슈에도 가격이 크게 널뛰기를 할 수 밖에..
근데 농산물 가격을 끌어내리겠다고 정부가 세금으로 이판에 돈을 넣어?
그 돈이 농민들에게 가면 차라리 낫지.
돈놓고 돈먹기 하는 장사꾼들에게 세금을 퍼넣어주는 꼴을 보고 있자니.. 한심하다는 생각만 나온다.
현재의 농산물 경매시스템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시장을 장악하고 경매를 진행하는 도매법인들.
풍년이 들던 흉년이 들던, 나라 경제가 흥하건 엉망이 되건 딱 5~7% 수수료는 항상 먹는다.
현재의 농산물 유통 경매를 비유하자면.. 도박판과 비슷하다.
하우스를 만들어 운영하는 회사가 있고..(강원랜드 같은..)
겜블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있다.
돈을 몇배씩 따는 경우도 있고, 오링나고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정부가 도박장처럼 운영하지 않으니 그정도까지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는 없지만..
실제 작용기작은 도박판이나 다름없음.
공무원들 싫어하는 소리만 잔뜩하게 되는데..
마지막으로 요약해서 딱 한번 얘기한다 생각하고 한번만 얘기하자면...
정부가 그냥 운영심판이나 관리감독관 정도나 해야할 일을..
aT 등을 통해 직접 플레이어로 뛰어들어버리니.. 시장이 당연히 왜곡되지. 야구경기에서 심판이 불공정하다며 직접 경기에 뛰어들면..스포츠가 제대로 굴러갈리 있나?
싫어도 법적으로 개입하게 되어 있다.
어느 선진국을 봐라.. 이정도로 정부가 시장개입하는 나라가 있나.
전 세계에 딱 2나라뿐이다. 한국, 그리고 일본.
일제시대때 일본이 만들어준 법령을 그대로 지켜가고 있어서 그렇다.
여기에 부채질하는 건 이나라 국회의원들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걸 의무화하는 법령을 계속 만들고 있다.
농민들을 위해서라며 농촌지역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이 그거다.
선진국에서는 농업 전밸류 체인중.. 가공이 갑이다.
원래는 소비자가 슈퍼갑인데.. 소비자가 참여할 순 없는 일이므로.. 그중 소비자에게 제일 가까운 가공쪽이 갑이 되어 일을 한다.
그 다음이 농산물유통, 생산.. 이런 순으로 간다.
그러나 한국은 농업중 생산자 파워가 제일 쎄다.
시장논리는 선진국처럼 움직이려고 하나 정부가 생산자를 굳건히 지지하고 있고, 국회의원마저 법률로 강제하여 지지하고 있으니.. 기업들은 그간 수입농산물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요즘은 식당들마저도 그걸 못견뎌서 중국산 농산물에 눈을 서서히 돌리고 있더만 가격도 싸고 품질도 좋으니 말이다.
농림축산부가 농림축산식품부가 된지 벌써 15년이 넘어가고 있다.
식품진흥의 업무를 주관하도록 한건. 가공식품시장을 키워 국산 농산물까지 견인하자.. 이런 의도였을텐데..
국산농산물과는 하등 관련도 없는 수입소재만 잔뜩 쓰는 식품까지 푸드테크라하여 육성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푸드테크는 키워야한다.
그러나, 거기에 국산 농산물을 사용할게 아니라면 그 산업을 진흥시켜야하는 의의는 떨어진다.
이러니까 푸드테크 해봐야 별볼일없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더라.
그게 아니라, 푸드테크 발전시키고. 더불어 푸드테크에 사용될 수 있게 국산 농산물 가공소재도 같이 키워야하는게 의무라는 거다. 가격비싸다가 강건너 불구경하듯 찔끔찔끔 지원하면 잘못이라는 얘기다.
다단계를 거치는 유통구조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라고 하니. 그걸 대안이라고 가져온게 소비자 직거래다.
직거래하면 중간 유통상인들 마진은 빠지니까 싸지긴 할거다.
근데, 직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근본 이유에 대해선 생각안해본 거 같다.
농산물은 공산품이 아니라서 수요공급곡선에 실시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최소 몇달에서 1년동안 기다려야 결과가 나오는데..
직거래 시스템에서 소비자가 그때그때 필요량만 주문하면 어떤때는 남고, 어떤때는 모자라서 거래가 제대로 성사될수 없다.
그런식으로 거래하면 공급자-소비자간 신뢰관계가 깨지기때문에 결국 어느누구도 직거래 시장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
직거래가 활성화 되려면 선주문, 선입금 혹은 계약에 의한 전물량 매입 등의 거래조건이 붙어야한다. 이건 일반시장의 논리와는 다른 것.
급조한 직거래 시스템이 될리 없다고 보는 게 농민들은 계약위반을 밥먹듯하는 주체들이다.
소비자들이 뭘 믿고 계약에 참여하겠나.
만약 배추를 1통에 1000원에 계약했다고 했을때.. 수확기 배추가 금값이 되어서 1통에 2000원이 되었다면..
이때 계약 지킬 농민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에이.. 그래도 양심적인 농민들 많아요.."라고 반박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계약은 예외없이 100% 지켜져야한다.
100명중 1~2명만 계약을 어겨도 그건 계약이행이 아니라 불이행이다. 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을 쎄게 때려야 다음엔 약속을 지킬 생각이라도 좀 하는데.. 법원에서 그걸 물렁하게 봐주니.. 끌고갈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래서 농산물 유통체인에 장기적으로 일정한 가격에 거래하는 사업가보다 죄다 단기매매만하는 장사꾼들이 득실거리는 거다.
이런게 이나라 현실인데도 직거래가 해답이라고? 웃기지 마라.
상품과는 소비자로 향하는 일반유통으로 가기때문에 보통은 품질이 좋은 걸 선별하고 그래서 가격이 비싸고 품질이 좋은 편이다.
산지에 갔더니 생산자들이 상품과 선별기준이 너무 높아서. 비상품과는 버려야한다고 난리들이다.
또는 과일박스 위층은 제대로 된 상품과를 올려두고, 바닥에는 품질이 별로인 비상품과를 깔아두곤 가격을 조금 저렴하게 판매하는 비양심적인 짓을 한다. 소비자가 이런 걸 사면 당연히 그 산지에서 나는 과일은 안 좋게 보고 다신 구매안할텐데.. 단타매매만 하는 장사꾼들은 상관없다. 다음엔 다른 소비자에게 눈탱이 맞추고 돈벌면 되니깐..
선진국에서는 상품과 비상품과 구분이 없다.
등급을 나누지만. 유통경로가 다양하다.
낱개로 1개씩 먹는 사과도 있지만, 등급이 쳐지는 건 사과주스나 잼등 가공용으로 사용한다.
한국은 상품과로 분류된 거 말고는 못먹을 것으로 분류한다.
그래서 사료로 쓰던, 비료로 쓰던, 버리던, 몰래 시장에 판매하던.. 자료없이 B짜로 거래된다.
또하나 선진국에서는 일반 식당용으로 납품되는 야채도 신선하고 품질이 좋다. 그리고 일정하게 공급된다.
한국은 식당에서 쓰는 야채랑 가정에서 쓰는 거랑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흠이 있는 B급 농산물들의 유통경로를 아는 사장님들은 그걸 저렴하게 구매해서 쓰기도한다.
근데 한국 농산물유통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르는게 하나 있다.
아니 알수도 있겠지만 엄두가 안나서 발표를 못하겠지.
수확된 농산물은 품질과 수량에 따라 그래프를 그려보면..확률상 종모양의 정규분포가 그려진다.
양끝단에 품질이 매우 우수하거나 품질이 매우 떨어지는 것들이 위치하고, 중앙부위에 아주 평균적인 수준의 농산물이 있다.
상품과를 선별하게 되면, 중앙 50%선에서 오른쪽 끝단의 품질좋은 것들이 상품과로 선별되어 유통되는 것이고..중앙 50%에서 왼쪽으로 가는 품질나쁜 것들은 비상품과가 된다.
원래 생각으로는 딱 50%선에서 상품과 구분기준이 나뉘었을 거다.
그러니 생산한 사과중 반은 먹고 반은 못먹는 거가 나오는 게 당연.
한국같은 농업후진국에서 일하는 사람이 보면.. 아. 못먹고 버리는 50% 저거.. 아깝다.
상품과 기준을 조정해서 70%는 먹고 30%만 못먹는 거로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상품과 기준을 전보다는 달리 하위 20%까지도 포함되도록 변경하면.. 처음에는 좋아라하겠지만..
소비자들은 점점 품질이 안 좋다며 구매를 안하는 거다.
비상품과로 분류되는 이유가 애초에 있는 것인데 이런!
국산 농산물 수요가 그렇게 해서 감소되는 건데.. 한번 기분나쁜 소비자는 다시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중에서도 식품기업등 대량소비처는 자기네 제품 품질과 직결되어 매출에 영향이 가는 것이기에.. 이런 식으로 품질 안 좋은 건 쓸수 없다면서 국산 농산물을 외면하게 되어있다.
그럼 선진국 해결방식은 어떤것이냐?
그들의 농산물도 정규분포곡선으로 똑같이 생산된다.
근데, 생산량이 한국보다 더 많아서 같은 1%짜리 특등급 농산물도 한국에서는 1톤만 생산되는데 미국은 100톤이 생산된다.
그 이하등급은 차례대로 식당용, 가공식품용.. 순서대로 공급된다.
한국은 농산물의 분류 등급이 상품과 와 비상품과 딱 2개지만..
미국은 최소 5가지에서 8가지는 된다.
상품과중에서 최상급은 일반 소비자에게 가는 것들.
그아랫등급은 식당용.
또 그아랫등급은 가공용...
놀라운 건.. 이들이 상위 50%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한 상품과이므로 한국과는 달리 B급 농산물이 아니더라도 식당에 좋은 품질의 농산물이 들어갈 수가 있는 것이다. 가공식품회사도 마찬가지고...
자. 그리고 진짜 50% 이하의 비상품과들은 사람이 먹는 곳으로 유통될 필요가 없다. 사료, 비료. 기타 등등으로 쓰인다.
사료와 비료 생산하는데.. 비상품 농산물이 사용되니.. 그걸 먹고 생산되는 소고기, 돼지고기, 농산물들이 가격이 싸질 수 밖에 없다.
한우가 비싼 이유? 별거 없다. 사람먹는 쌀을 한우에게 주고 있으니.. 비쌀 수 밖에.. 다른 나라는 겨가 섞인 B급 쌀을 먹이고 키우니 가격이 쌀 수 밖에 없다.
유럽가니 품질좋은 특등급 우유가 1리터에 1유로도 안된다고 충격이라는 영상은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럽의 그 싼 농축산물 물가의 이유는 위에 말한 거에 답이 있다.
유럽연수간다고.. 비싼 비행기타고가서.. 이런 것도 못알아보고 온다? 그럼 세금 낭비한 거 아닌가?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만 만들어서 가격을 안정시킨다. 이다.
그래서 쌀이 많이 생산되니.. 신동진 같은 다수확품종은 퇴출시키고 비록 수확은 적게 되지만 고품질 쌀로 바꾸자.. 라는 식으로 정책을 편다.(그래서 가루미인가?)
선진국들 농업상황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라면.. 이런 정책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지 알거다.
농산물 생산량은 대개 파종시기에 결정된다.
하지만 수요량과 가격은 수확기때 결정된다.
농산물의 특성상 파종후 몇개월~1년 후 수확인데..
수요에 맞춰 공급하겠다는 건.. 1년후 시세를 미리 알아보고 파종하라는 얘기다. 점쟁이가 아닌 이상에야 그걸 어떻게 아냐.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일단 충분히 만들어놓고.. 수확시기 그때그때 수요에 따라 유통경로별 물량조정을 해서 소비자가 만족하면서도 최대의 이익을 볼 수 있는 수준으로 공급을 한다.
한국은 어쨋던지간에 수확 물량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므로..
그냥 없으면 없는대로.. 진짜 없으니까 농산물이 팍!! 가격상승할 수 밖에 없고..
여기에 농산물 유통도박꾼들이 몰려들어 이익보려고 하면.. 사재기라도 해서 오른가격에 더 가격을 올린다음 비싸게 팔아버린다.
이게 현재 한국 농산물이 XX게 비싼 이유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