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모르는 실제 식품가공기술과 장비
예전에 초콜릿 개발 연구원 하던 시절..
초콜릿을 이렇게 만든 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국내에 과연 몇이나 될까?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츄잉껌 개발, 츄잉젤리/캔디 개발하는 일도 했었는데..
그때도 마찬가지 생각을...
그땐 그러고 말았는데..
설탕회사에 들어오자마자...
백설탕은 흑설탕을 정제해서 만든다라고 방송에서 떠드는 바람에..
그거 바로 잡는다고 이리저리 얘기하러 다닌적이 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던가?
어느 교수님이 출연해서 백설탕은 흑설탕을 원료로 해서 단계별로 정제해서 만든다고 이야기 한 것이다.
흑설탕 먼저 만들고, 다음 갈색설탕, 그다음 마지막 백설탕이라고..
찾아보니 인터넷에 그런 얘기가 쫙 퍼져 있었다.
외국의 어느 누군가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뇌피셜로 떠든 얘기를 한국의 누군가가 그대로 베껴오면서 그게 상식인줄 알고 퍼졌다.
최근에도 팜유=야자유라고 하면서 포화지방이 어쩌구저쩌구.. 무지 나쁜 기름이라고 해서 그거 또 바로잡는 일을 했다.
설탕은 사탕수수즙을 짜서 만든 수수즙을 끓여 농축하고 굳혀서 원당이란 걸 만들고, 그걸 한번 더 끓인다음 식히면 설탕결정만 다시 결정으로 석출된다. 그걸 재빨리 원심분리해서 분리하면 백설탕이 되는 것이다.
갈색설탕은 그 작업을 한번 더해서 만들고, 맨마지막으로 가열했다가 원심분리를 덜해서 만들면 흑설탕이다.
얼마전 누군가가 갈색설탕, 흑설탕은 백설탕에 당밀을 코팅해서 만든다해서 바로잡아 주었던 적이 있지.
소재를 만드는 기술일 수록...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른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제분공정은 곡식을 분쇄하는 공정만 있는 게 아니다. 품질을 균일화하는 작업까지 더해져 최종적으로는 등급별 가루들이 구분되어 생산된다. 밀은 약 70여가지의 등급으로 나눠져 생산되는데...
그거까지 다 해야 현대의 식품시장에 맞는 밀가루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만 하면 되는데.. 굳이 뭐 70여개까지 다해야하냐.. 라고 생각해서 진짜 제분정도만 해서 가루를 만들면...
용도는 딱 하나. 집에서 직접 찐빵만들어 먹거나 붕어빵, 호도과자 만드는 용도로나 쓰일 수 밖에 없다.
국산 밀 소비량을 늘리려면, 제분회사에서 쓰이는 여러가지 밀중 하나로 채택되어 용도에 맞게 다른 산지의 밀들과 함께 제분되어 생산하면, 최대 15% 정도는 다른 산지의 밀과 혼합되어 안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게 일본의 높은 밀 자급률의 비결이다.(일본 밀 자급률 15%)
이러한 실증사례를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밀자급률 1%대에서 절대 올려놓지 못한다.(현재 한국의 밀자급률은 1%)
일본에 오끼나와흑당이라고 유명한 설탕이 있다.
오끼나와 지역의 사탕수수를 가지고 즙을 짜서 직접 끓여서 만든..(흑당 만드는 영상보면 할머니가 직접 솥에 끓여 만들더라고.. 마치 한국에서 팥죽만드는 것처럼..)
건강한 설탕이다.
오끼나와흑당 성분 중에는 몸에 좋은 미네랄과 항산화성분,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일반 설탕보다 건강하고 몸에 좋다고 한다.
오끼나와 가면 특산물로 하나씩 사오기도하고..
방송에도 여러번 소개되어 이게 유명해지니 일본 전국 각지의 쇼핑몰과 마트에서 이 설탕을 판매한다.
이걸보고 착각하면 안되는게..
어떤 사람은 설탕을 그래서 할머니가 하시는 것처럼 솥에다가 사탕수수즙 넣고 끓여가면서 주걱으로 휘휘저어서 만드는 줄 안다.
그건 오끼나와흑당이라는 상품을 만들때 쓰는 관광용 상품 생산방법이고, 설탕은 앞서 말했듯, 커다란 농축기..(한 20~30m 높이쯤 되려나?)와 커다란 원심분리기가 있는 큰 공장에서 만든다.
오끼나와 설탕이 건강설탕이라고 해서..
설탕을 죄다 그렇게 만들면, 국내시장에 설탕품귀현상이 일어날 거고.. 값싼 외국산 설탕을 대량수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그냥 국산밀 생산하시는 분들이.. 열심히 하시는 건 좋은데..
현재처럼 그렇게 해가지고는 농식품부에서 설정해놓은 자급률 10%? 이건 택도 없고, 현재의 자급률 1%도 간신히 유지하는 선에서 끝나고 말 것이다.
웃기는게. 몇년전에 정부가 지원금을 주어 국내 밀 소비량의 2% 수준인 4만톤을 생산하게끔 했는데... 용도가 없어 판매가 되지 않는다며 밀이 남아돌아 폭락이라고 울상이 되었다.
밀 생산을 쌀처럼 하더니.. 밀 소비도 무슨 쌀처럼 될 줄 알고.. 그렇게 한다.
아까 말한 70여가지의 세분화된 밀가루 품질에 맞춰줘야 밀소비 시장에 제대로 들어와 소비자 취향에 맞춰 널리 판매될 수 있는 것이고.. 그냥 빵집 주인 의지대로 "우린 국산밀 쓰겠습니다."라고 해서 열심히 써본다한들 국산밀 소비량의 1%인 2만톤 소비를 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여태까지 경험이 가르쳐주는 사실이다.
정부에서 밀이든 쌀이든 국산 식량자원의 소비시장 확대를 생각한다면, 종자전문가, 육종전문가 말고 실제 사용시장에 가까운데에서 일하는 가공전문가 말좀 들었으면 좋겠다.
맨날 소비촉진, 시장확대랑은 먼 쪽으로 간다.
고치라는 거 안고치고, 하라는 건 안하고.. 답답해서 원..
그리고, 실제로는 잘 모르는데 아는체 하는 전문가만 만나지 말고.. 진짜 찐 전문가 말을 좀 듣고 소비확대 정책을 세웠으면 좋겠다. 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