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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grnd Mar 19. 2023

'아는 사람의 연애' 추천사


어떤 사랑은

끊임없이 돌아보게 한다.


롯의 아내는 소금기둥이 되는 것을 알고도 뒤를 돌아보았고,

나는 지난 여름에 모기 물린 곳을 끊임없이 긁어 다 덧나버렸다.


결과를 알지만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다면, 지나간 사랑에 대한 회상이다.

그 때 다르게 행동했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과거, 브런치에 짧지않은 글을 남겼다. 당시엔 남길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사랑을 해본 적 있는가. 나도모르게 상대가 내게 너무 큰 존재가 되어버려서 나를 압도해버리는 경험. 그녀라는 원 안에 푹 파묻혀 그의 생각과 행동, 좋아하는 것까지 이미 다 내 것이었던 양 여기고 사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던 그런 사랑.'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일 중 하나는, 나의 지난 흑역사들을 다시 읽는 것이다.

이번엔 싸이월드가 아니라 브런치였다. (대체 왜 이런거에 이런 글을 남겨야 직성이 풀리는거지?)


다행히 싸이월드는 폐쇄되었고, 브런치는 망하기를 기도하면서도 글을 내리지 않는 이유는 보편성 때문이다.

내 이름을 적지 않으면 나인 줄 모를만한 보편적인 사건.


나에게만 있는 유별난 일인 줄 알았지만, 또 어쩌면 남들도 겪어봤을지도 모르는 그런 이야기.

유일성과 보편성이 공존하는 주제가 하나 있다면, 바로 '나의 연애'일 것이다.


'아는 사람의 연애'를 읽으면서 끊임없이 들었던 생각은 '대체 내 얘기가 왜 여기에 있는거지?' 였다.

사랑하고 싶지만 상처받기 싫었고, 자존심은 있어서 이것까지는 못 하겠고,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상대에게 닿지 않는 온갖 고행을 다 해내는 모습. 끊임 없이 되돌아보며 성격 탓, 외모 탓, 친구 탓을 하다 끝내 나라 탓, 부모 탓, 조상 탓까지 해버리는 못난 나. 남들은 모르는 나만 아는 그 사람의 매력은 아마 내가 어딘가에서 느꼈던 기분, 받았던 상처, 그리고 상대의 눈짓만 보고도 반응했던 내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남들은 결코 알 수 없고, 나조차도 그 근원이 어딘지도 모르는 어릴적 사건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그 사람과 헤어지고 싶은 이유도 같다. 결국 나다. 내가 그 원인이다. 사랑을 빠지게 한 것도 이별을 결심한 것도 결국은 내가 나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은솔과 미현은 결국 본인들에게서 답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엄마도 나의 엄마이지만 엄마 본인이 먼저이고, 아빠도 그렇다. 엄마라는 존재를 나의 엄마가 아니라 그 분 자체로 이해할 때,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로써 나도 나를 이해하게 된다.


'은솔의 연애'가 마음의 이야기처럼 읽힌 것은 바로 이러한 구성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가는 길은 정방향도 있지만 역방향도 있고, 속도도 제각각이다. 독특하지만 누구나 그러기에 보편적이다.

나는 아무런 권위자도 아니고, 글을 쓰는 작가도 아닌 일반 회사원이다. 그런 내게 추천사를 부탁한 것은 '은솔의 연애'가 보통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겪어본 이야기. 나도 가지고 있는 이야기.


어떤 사랑은 돌아보게 한다. 어떻게 안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뒤를 보았더라도 어느새 고개는 나도 모르게 앞을 향해 돌아오게 된다. 되돌리게 하는 부적은 꺼내어 버리는 거다. 그러면 어느새 싸이월드의 글도 웃으며 읽을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이고, 나는 또 자랑스럽게 새로운 흑역사를 멋지게 만들어갈 것이다.


은솔s와 미현s의 뒷이야기들을 응원한다.




제가 추천사를 쓴 '아는 사람의 연애'가 출간되었습니다. 강도율 작가님은 유쾌하면서도 이야기를 정말 흡입력있게 잘하는 분인데요. 같이 있음 모두 즐거워 지는 분위기 메이커 아시죠? 딱 그런 사람인데 본인 성격처럼 이번 소설도 유쾌함을 잃지 않으면서 사랑과 이별의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해내어서 어쩌다보니 자꾸 제가 제 과거들을 돌아보게 한 것 같습니다.

전국 인터넷서점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사랑해본 적 있다면, 또는 이별때문에 가슴 아파본적 있다면, 그리고 안정되었다고 그런 감정을 살짝 잊고 살았다면 이 이야기에서 깊은 감정의 높낮아짐을 곱씹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걸 우린 공감이라고 하죠.

일독을 권할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이에요.


교보문고 링크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62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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