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cedie Jul 25. 2022

大暑

이미 07월 23일 대서가 지나버렸다. 지난 것도 회사에 출근해서 달력을 보고 알았다.

이번 주 주말인 줄 알았다. 내가 이렇게 요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다. 이제 이런 말을 이 절기 일기에 하기도 민망하다.

대서 절기를 찾아보다가 관련 속담을 보고, 앗! 했다.

작년 여름에 너무 좋아했던 표현, "염소 뿔도 녹인다." 염소의 뿔도 녹일 만큼 더운 여름의 열기.

사실 요즘 여름은 하나도 덥지가 않아서 소서고 대서고 크고 작은 차이도 모를 정도로 더위가 밍밍하다. 복날도 굳이 챙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더위가 강하진 않으니까. (근데 기력은 없으니까 챙겨보자)


계절을 느끼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가는 대로 보냈기 때문에, 작년에 사랑했던 여름을 그리며 여름에 적었던 글을 인용하는 걸, 뻔뻔하게 이번 일기로 하기로 한다.


염소의 뿔을 녹일 정도로 이 커다란 더위 안에선 할 수 없는 말이 있어. 나는 남몰래 7월이 오기만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어, 매번, 짝사랑하는 중학생처럼.

나는 여름을 기다리지 않은 적이 없다.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 까뮈를 사랑했던 것처럼, 여름을 사랑해. 뜨거운 하루 아래 서면 나는 매번 살아있을 수 있으니까. 끈적할 정도로 강렬한 사랑을 받을 수 있으니까.

여름엔 꿈과 환상이 가득하고 기이와 신비가 어지러이 공존한다. 여름 안에 갇히고 싶어, 그리고 그건 슬프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사랑하는 네가 아주 가버리기 전에 말할게. 조금 센치하고 많이 꾸며낸 말 같지만 모두 진심이야, 6월도 8월도 9월도 아닌, 7월 너를 사랑해. 부디 안녕하기를. 다시 못 볼 네가, 안녕.



ps, 사실 이제 06월도 좋아한다, 다가올 8월은 모르겠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