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대문 김사장 Dec 12. 2023

자영업의 방법.

가게에서 영업하는 것이 싫었다.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았고, 보고 싶은 영화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다. 도대체 이렇게 피가 끓는데, 40평도 안되는 공간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붙박혀 있는 것이 좀이 쑤셨다. 


그런데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것들에 흥미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나이탓도 있을 것이다. 일년에 100번씩 영화관에 갔는데, 최근 거의 가지 않는다. 여행을 가는 것도 설레임 보다는 장거리 비행과 바가지 물가가 먼저 떠오른다.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다. 아마도 사람에게 흥미를 잃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때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정리되면서, 사람에 대한 관념도 정리되었다. 결국 내가 별 볼일 없으면, 그 많은 인맥도 의미가 없다는 것. 


같이 운동하는 PT선생님은 지금 갓 40대가 되었는데, 아침 5시 부터 밤 11시까지 헬스장에 있다. 그는 홀홀단신으로 시작해서, 결혼했으며, 집도 장만했고, 사업체도 만들었다. 난 바람직한 자영업의 태도라고 느꼈다. 자영업에는 특별한 기술도 필요없고, 마켓팅도 필요없다. 그저 1년 365일 가게에 오래 버틸 수 있는 체력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기술이 생기고, 영업도 잘 된다. 


반대로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는 사장이 사장병病에 걸려서 밖으로 나가도는 태도다. 인맥이나 새로운 아이템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조찬 모임에 참석하거나 세미나에 간다.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이상,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와 아이템도 의미 없다. 


자영업자의 삶이라는 것이 스님이 문무관에서 수행하거나, 독방에 수감된 수인囚人 같다는 느낌이다. 솔직히 어느것 하나 내키지 않지만, 그래도 자영업자에게는 퇴근이 있다. 또 돈이 생긴다. 소득이 생기면 마음이 든든해지고, 안정감이 생긴다. 이런 감정이 다른 어떤 짜릿한 경험이나 감정보다 좋기에, 그냥 가게에 있는 것이 편하다. 


자영업의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가게에 하루종일 붙어 있기다. 사장이 가게에 상주하면 사고도 생기지 않고, 직원도 말썽 피우지 않는다. 가게 분위기가 중심 잡힌다. 오래 살아남은 노포를 보라. 장년의 사장님은 인터넷도 모르고, 전략 같은 것도 세우지 않는다. 그저 직원들과 함께 똑같은 일을 한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4582?ucode=L-UgSmWEXB

매거진의 이전글 결국 모두 자영업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