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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Apr 30. 2023

탈모약의 효용.

1년전부터 탈모약을 먹는다. 모발이 가늘어지고, 수분이 빠지면서, M자형으로 많이 올라갔다. 모발이식이나 두피 문신을 찾아보았는데, 시술이 (내 입장에서는 ) 복잡해서, 남아 있는 머리를 잘 관리하기로 했다. 탈모약+매일 머리 감기. 


종로 5가에 탈모인의 성지라는 곳이 있다. 대기실에는 20대~ 50대 남성이 있었다. 난 20대때 탈모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 젊은이는 기특하다. 


약을 처방받고, 근처 약국에서 3개월치 받았다. 한 5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탈모약 부작용으로 몇가지 알려진 것이 있다. 지인知人도 한동안 탈모약을 먹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약을 먹기 시작하자 의욕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겨서, 결국 모발 대신에 삶을 선택했다고. 


나도 의욕이 떨어지고, 호기심도 줄고, 시큰둥한 아저씨가 되었는데, 이것이 탈모약 때문인지, 나이 들어서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시큰둥한 태도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긴장이 없어지고, 화날 상황에서도 그러려니 하는 여유가 생겼다. 


민감한 성격이라 좀 둔해지고 싶었는데, 나이 들면서 둔해지는 부분이 있다. 


1. 앞에서는 봐도 못 본척, 그러나 뒤에서는 바리바리 챙기는 태도.(나는 이 태도가 너무 마음에 든다.) 


2. 상황에 따라서 조금 굴욕적이더라도 허허실실. 


3. 일단 그 자리에서 져도 맞받아치지 않는 여유, 결국 중요한 것은 잘 살아가는 것이니까, 삶은 드라마가 아니다. 말빨로 상대를 엿먹일 수 없고, 그리 통쾌하지도 않다, 드라마는 끝나도, 고단한 현실은 쭈욱 이어진다. 


내가 상상하는 추한 중년이란, 벗겨진 머리에 도끼눈으로 고래고래 갑질하는 아저씨. 혹은 상대가 먼저 인사 안했다고 삐지는 아저씨. 사춘기 여학생 보다 더 민감한 아저씨. 자기 기분 좋을 때만 친절한 아저씨, 으, 이런 아저씨는 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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