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종사하는 사람인데, 나랑 나이도 생활도 비슷하다. 코로나때 돈을 꽤 벌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100년치 벌 것을 3년에 벌었다고.
이 사람은 자기 자랑 하는 습관이 있다. 3년 전에는 아파트 자랑을 했다. 분양 받은 아파트가 세 배가 뛰었다고 해서 나의 평화로운 염장을 자극했다.
한국은 질투의 화신이 많다. 45만원 짜리 오마카세를 먹고 인증하고, 8만원 망고 빙수는 12만원이 되었는데도 잘 팔린다. 호텔 저녁 부페는 이제 20만원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예약하기 어렵다. 가격이 올라도, 손님이 늘어나는 기현상.
한국인은, 지고는 못 사는 민족이다. 일본인은 어릴 때 남에게 폐끼지면 안된다고 교육 받는다. 중국인은 남에게 속으면 안된다고 교육 받는다. 한국인은?
남에게 지면 안된다. 그래서 피곤하다. 자랑하는 사람이나 그 자랑질 보고 있는 사람이나.
내가 아는 지인은 출산후, 비싼 산후 조리원에 들어갔다. 자부심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받는데, 그 안에서도 층수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을 깨달았다. 요가 수업이 끝나고 각자의 층에서 내리면, 재력이 드러난다. 제일 높은 층이 스위트다. 얌전하게 인자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 산모를 보면, 얄미웠다고.
해운업, 그의 면전에 나도 모르게 정말 축하드린다고 말해 버렸다. 말해놓고 보니까, 진심이다. 질투나 시기심이 조금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도 사람인데 그 정도야.
진심으로 축하하고 나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자책하거나, 상대를 곱씹지 않는 것이다. 이른바 두번째 화살을 피할 수 있다. 영어공부 덕분에 감탄사가 늘었는데, 아마도 칭찬하는 습관도 그래서 생긴 거 같다.
자랑하는 쪽에서도 상대가 질투로 활활 타오르기를 바란다. 상대가 부러워 죽기를 바라는 것이 자랑하는 사람의 의도다. 오히려 축하한다고 해주니, 김이 빠진다. 씹는 맛이 없으면, 재미없다. 본인의 자랑이 그리 특별할 게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아닌 땐 굴뚝에 연기 안난다고, 내가 저 사람을 자극했나? 생각없이 떠든 해외여행, 애들 영어유치원이 어쩌구 혹은, 내 귀족같은 외모.......모를 일이다. 조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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