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길을 달려 파리의 북서쪽 오베르 쉬 우아즈 마을에 왔다.마을은 가을비와 어울려반 고흐의 정취를더 촉촉하게 젖게한다. 거리의 사람들은 보슬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느릿하게 걸으며 여유롭다. 우리도그렇게 걸으며 템포를 늦춘다.
반 고흐가마지막 60일간의 여생을 보내고 권총자살을 택할만큼의 우울한 도시 분위기였나? 그냥편안하고 한가롭다.
반 고흐 길이라고 붙이고 싶은 골목길은반질반질돌바닥이다.천천히 걸었다. 골목길 중앙으로 걸어가니오베르의 노트르담 성당이 보인다.
고흐의 그림 '오베르 성당'이라는 작품의 배경이 된 곳에 오게 되다니 꿈만 같다. 그림안내핀의빨간 지붕과 경사진 지붕선은 고흐의 마음속 뭉클거리는 감정선인 듯 강렬하다.
성당 안에는 반고흐의 그림이복사본이지만 반갑게 걸려 있다. 성당에는 보통 성화가 걸려 있는데, 반 고흐의 유명세인 것 같다.
그의 그림은 뭉특하면서 부드럽게 길을 내며 물결치듯 흘러내리는 느낌이 좋다. 그는 수도 없이 자신의 내면을 자화상에 담아 그 심정을 표현했었다. 그는 이 마을에 머무르면서 자연이 주는 생명들에게서살아낼 힘을 얻고자 마을의 이곳저곳을 화폭에 다 담아낸것은아닐까!!짧은 생의 마지막에 오베르 마을을 참 많이도 그렸다는 생각이 든다.
고흐가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는데 성당을 그리며 마음에 위안을얻었으면좋았을걸. 신의 뜻이 궁금하다.
성당의 붉은 벽돌지붕이 태양대신에 비에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고흐의 모델이 되고 싶은 듯 교회당을 배경으로 셔터를 누른다.유럽 단체 할머니들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림을 그렸을 위치를 찾는다. 누군가 성당뜰 바닥을 살피며 표시를 해둔 흔적이 있다고 박수를 친다. 이젤과 캔퍼스가 놓였을 위치에 서서 한 명 한 명 어여쁜 포즈를 취한다. 모두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인생을 살아온 주름진 미소가 어여쁘다. 노트르담 성당이고흐의 그림 배경이 되지않았다면 세계인들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까? 성당은 항상 문이 열려 있고 입구표시도 친절하고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도 없이 소박하다.
노트르담 성당에서 나와 언덕으로 조금 올라가면 넓은 밀밭이 나온다. 수확기가 지나서 밭은 텅 비어 있다.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니 빈센트 반 고흐와 동생인 테오 반 고흐의 이름이 새겨진 무덤이 있다. 아이비덩굴이 가득 채워진 무덤에 방문객들이 추모하고 있다. 형제의 우애를 알고 있던 동생의 부인이 이곳으로 옮겨 주었다고 하니 잘한 것 같다.
고흐 형제의 무덤에서도 바라보이는 텅 빈 밀밭으로 사람들이 걷고 있다. 그림의 배경이 된 밀밭길을 따라갔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다. 그림의 배경지는노란 유채대신 야생화가 무성하게 피어 있고 밀밭은 수확을 끝내서 텅 비어 있다.
그림 속밀밭의 황금빛은 풍성하고 풍요롭다. 밀밭의 들머리에 닿아있는 하늘빛은 파란빛인데 보라에 가까워 까맣게 보인다. 그림 안내판을 보며 세 갈래길에 섰다..그가 걸어간 길은 어느 쪽이었을까? 살고 싶은 길은 오직 한길이어야 하는데 세 갈래길이라니 그는 갈등하지 않고 며칠 후 한 길로 떠났다.
그는 떠났으나 그의 작품은 여기에 영원히 살아있다.
그의 집이 잘 보존되어 있으나 가이드없이 입장을 제한하여 홀로 여행객이나 자유여행객은 그 집앞만 서성거리다 돌아간다. 아쉬움은 내 몫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