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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Sep 04. 2023

코끼리가족이 사는 에트르타로!

에트르타 가는 길에 비바람이 친다. 다시 못 올 곳일 수도 있어서 마음이 쫄아든다.

순전히 TV 방송의 영상에 꽂혀서 오게 된 탓도 있지만 코끼리 바위라니? 무척 고 싶은 곳이었. 여행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에 순응해야 하는데 여전히 손은 신께 향하고 있다. 염치없게도 숱하게 이기적인 간구를 한 전력이 많아서 자신이 없어진다.

에트르타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잦아든.

이럴 때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 조상님 덕이요. 하나님의 축복이다.

노르망디 해안에 서니  트인 넓은 바다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해안가 양 옆으로 절벽이 한눈에 봐도 코끼리모양을 하고 있다. 바다를 품은 마을의 풍경도 아름답다.

에트르타에서는 코끼리바위 언덕을  팔레즈다발이나 팔레즈 다몽이라고 부른다.

창조주 신이 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바다의 양 끝 절벽에 작품을 만들어 놓으셨다고 믿어진다.

여자의 일생과 목걸이를  모파상의 표현에 의하면, '마치 거대한 코끼리가 코를 바닷가에 처박고 물을 마시고 있는 것 같다.'라고 하여 코끼리바위로 부르게 되었단다.

인간인 예술가들은 신의 창조물인 코끼리 바위를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예술가들은 이곳이 얼마나 인상적이었으면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들이 창조되었을까.

모네의 그림 속 코끼리 바위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는 그림에 바람과 파도소리를 담아내어 그  소리를 느끼게 한다.

모네의 코끼리바위

해안선을 따라 오른쪽에 작은 절벽이 코끼리 닮은 아기 바위다. 엄마 코끼리 바위는 오른쪽에 콧날이 날렵하게 생긴 게 미모가 있어 보이고 조금 더 다. 아빠 코끼리 바위는 엄마 코끼리 바위가 있는 언덕에 올라가야 볼 수 있다. 아기코끼리 바위와 아빠코끼리 바위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 바다에서 시공을 초월하여 같이 있다. 

엄마코끼리 바위의 언덕을 오른다. 바람은 모자가 날아갈 듯 거세게 분다. 아빠 코끼리 바위를 쉽게 보여 주지 않을 기세다. 20여분 정도 언덕에 오르니 노르망디 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안선을 따라 거친 파도에도 가장 규모가 커 보이는 아빠코끼리 바위가 끄떡없이 코를 바다에 박고 있다.

분명 올라오지 않았으후회할 만큼 코끼리가족들을 다 눈에 담았다. 너무나 아름답고  멋지다. 엄마코끼리 등이 되는 언덕에서 멋진 풍경오래오래 음미하며 모파상을 흉내 내어 글 한 꼭지라도 쓰고 싶다. 바람이 모자를 잡아채려는 듯 그만 내려가라 한다. 아무나 작가가 되는 게 아니었다.

코끼리 가족 바위들이 육안의 거리는 떨어져 있지만 바다로 연결되어 서로 같은 바다에 있다는 게 믿어진다. 가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울타리가 노르망디 바다인 셈이다.

에트르타의 해변으로 내려가 걸었다. 해변의 동글동글한 조약발바닥을 간지럽히며 소리를 낸다.

"오발리!오발리"

이곳에서는 조약돌 해변을 그렇게 부른다.

바닷가에  비가 그치고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는데도 바다에 몸을 던져 수영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들은 자주 바다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다. 코끼리바위는 쓸쓸하지 않겠다. 코로 품어낼 바닷물 세례라도 받고 싶었지만 갈길이 멀다.

 에트르타 해변의 탁 트인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어 쉼과 숨을 얻고 간다. 이제 복잡한 머릿속 생각을 내려놓고 가야겠다.  

누구나 쉼과 숨 고르기를 위해 이곳을 찾아오고 싶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끼리 가족들의 튼튼한 다리가 거친 바다에서 오래오래 강하게 버텨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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