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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Sep 02. 2023

고흐와 오베르 쉬 우아즈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길을 달려 파리의 북서쪽 오베르 쉬 우아즈 마을에 왔다. 마을은 가을비와 어울려 고흐의 정취를 촉촉하게 젖게 다. 거리의 사람들은 보슬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느릿하게 걸으며 여유롭다.  우리도 그렇게 걸으며 템포를 늦춘다.


고흐가 마지막 60일간의 여생을 보내고 권총자살을 택할 만큼의 우울한 도시 분위기였나? 그냥 편안하고 한가롭다.  

고흐 길이라고 붙이고 싶은 골목길은 반질반질 돌바닥이다. 천천히 걸었. 골목길 중앙으로 걸어가니 오베르의 노트르담 성당이 보인다.

고흐의 그림 '오베르 성당'이라는 작품의 배경이 된 곳에 오게 되다니 꿈만 같다. 그림 안내핀의 빨간 지붕과 경사진 지붕선은 고흐의 마음속 뭉클거리는 감정선인 듯 강렬하다.

성당 안에는   고흐의 그림이 복사본이지만  반갑게 걸려 있다. 성당에는 보통 성화가 걸려 있는데, 반 고흐의 유명세인 것 같다.

그의 그림은 뭉특하면서 부드럽게 길을 내며 물결치듯 흘러내리는 느낌이 좋다. 는 수도 없이 자신의 내면을 자화상에 담아 그 심정을 표현했었다. 그는  마을에 머무르면서 자연이 주는 생명들에게 살아낼 힘을 얻고자 마을의 이곳저곳을 화폭에 다 담아낸 것은 아닐까!! 짧은 생의 마지막에 오베르 마을을 참 많이도 그렸다는 생각이 든다.

고흐가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는데 당을 그리며 마음에 위안을 얻었으면 좋았을걸. 신의 뜻이 궁금하다.

당의 붉은 벽돌지붕이 태양대신에 비에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고흐의 모델이 되고 싶은 듯 교회당을 배경으로 셔터를 누른다. 단체 할머니들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림을 그렸을 위치를 찾는다. 누군가 성당뜰 바닥을 살피며 표시를 해둔 흔적이 있다고 박수를 친다. 이젤과 퍼스가 놓였을 위치에 서서 한 명 한 명 어여쁜 포즈를 취한다. 모두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인생을 살아온 주름진 미소가 어여쁘다. 노트르담 성당이 고흐의 그림 배경이 되지 않았다면 세계인들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까? 성당은 항상 문이 열려 있고 입구표시도 친절하고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도 없이 소박하다.

노트르담 성당에서 나와 언덕으로 조금 올라가면 넓은 밀밭이 나온다. 수확기가 지나서 밭은 텅 비어 있다.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니 빈센트 반 고흐와 동생인 테오 반 고흐의 이름이 새겨진 무덤이 있다.  아이비덩굴이  가득 채워진 무덤에 문객들이 추모하고 있다. 형제의 우애를 알고 있던 동생의 부인이 이곳으로 옮겨 주었다고 하니 잘한 것 같다.

고흐 형제의 무덤에서도 바라보이는 텅 빈 밀밭으로 사람들이 걷고 있다. 그림의 배경이 된 밀밭길을 따라갔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다. 그림의 배경지는노란 유채대신 야생화가 무성하게 피어 있고 밀밭은 수확을 끝내서 텅 비어 있다.

그림 속 밀밭의 황금빛은  풍성하고 풍요롭다. 밀밭의 들머리에 닿아있는 하늘빛은 파란빛인데 보라에  가까워 까맣게 보인다. 그림 안내판을 보며 세 갈래길에 섰다..그가 걸어간 길은 어느 쪽이었을까? 살고 싶은 길은 오직 한길이어야 하는데 세 갈래길이라니 그는 갈등하지 않고 며칠 후 한 길로 떠났다.

그는 떠났으나 그의 작품은 여기에 영원히 살아있다.

그의 집이 잘 보존되어 있으나 가이드없이 입장을 제한하여 홀로 여행객이나 자유여행객은 그 집앞만 서성거리다 돌아간다. 아쉬움은 내 몫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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