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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Sep 22. 2023

보르도에서는 먹고 마시고 춤춰라!

 달의 항구 보르도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관광지!

초승달 모양으로 굽은 갤런 강을 따라 물의 도시가  보르도! 일 년 중 햇빛 좋은 날이 300일이나 되어 농작물이 잘 자라는 축복받는 !  보르도에 오기 전 들었던 선입견이 맞을까? 맞다.

보르도에 와서 와인만 생각했다.

포도원 가는 길은 숲길을 지나고 꼬불거리는 길을 돌아가니  포도밭이 평야처럼 광대하게 펼쳐졌. 포도나무는 이글거리는 태양을 정면으로 맞으며 키 작은 줄기에 열매를 송이송이 자식들을 잉태하고 있다. 농부는 부지런한 손길로 충만한 수확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할 일이겠나. 축복받은 땅이다. 낯선 이방인은 고온의 햇살을 응시할 수 없어 양산을 펼쳐 들고 포도원으로 들어섰다. 

보르도에는 수천의 와이너리가 있다. 와이너리 투어에 단체로 예약해서 가는 곳을 피하고 개인으로 방문해도 되는 곳을 찾았다.

샤토 올리비에(Chateau Olivier) !

베트만족의 보르도 가문이 소유한 와이너리는 중세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아주 오래된 귀족 가문이다. 와이너리의 정문에 들어서니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성처럼 우뚝 솟아있는 뾰족 지붕이 아름다운 양조장이 보인다. 샤토( château)라고 부르는  와이너리는 양조장, 포도밭까지 함께 지칭해서 그 포도원에서 수확한 포도를 양조 후 병입, 출하까지 하는 곳을 그렇게 부른다. 우리가 찾은 와이너리는 그 규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원과 함께 넓게 자리 잡고 있었다.

 샤토 올리비에는 보르도에서 가장 오래된 곳 중 하나여서 고풍스럽고 백작이 마중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와이너리 사장님은 백작의 자세로 우리를 맞이한다. 그의 환대는 대량 구입하러 온 수입상으로 이해한 것인지 VIP급으로 모신다. 그는 자기만의 공간으로 데려가더니 포도 생산과정을 빠른 영어로 열심히 설명한다. 그의 말을 띄엄띄엄 알아들은 척 하니 더 열심히 설명한다. 실제는 눈치껏 이해하고 있었다. 설명이 끝나자 명함을 내민다. 아차! 우리는 은퇴자인데 어쩌나? 퇴직 후 합창단에 들어가 만들어진 명함을 건네며 설명을 하자니 쉽지 않아서 아리랑 한 곡조 떠듬거려 보니 그가 웃는다. ! 대충 이해하는 것 같으나 바이어가 아니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다. 그를 따라 오크통이 가득 쌓어 있는 저장고로 갔다. 그는 전문가적 식견으로 오크통의 라벨을 설명하는데 포도향에 취해 더 몽롱해지니 이를 어째! 와이너리 이곳저곳을 순례하듯 데리고 다니면서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이 찐 사장답다. 한때는 포도주맛이 좋지 않을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최고급으로 좋아졌다고 한다. 그의 진심을 믿고 싶다. 수천 개의 오크통에서 숙성되고 있을 포도주가 고급의 맛을 내기 위해 수백 번 맛을 테스팅을 거쳐 나온다는 것에 기대가 간다.  그는 시음장으로 데려가서 본격적으로 새 병을 따서 첫 잔을 건배하며 품종에 따른 시음을 권한다. 투명 유리잔에 비친 포도주는 빛깔이 짙고 오크향과 나무향이 베어 있으면서 포도의 탄닌향과 과일향이 부드럽게 혀 안까지 스며든다. 두 번째 잔은 입술에 살짝 적셔 조금만 맛을 음미하란다. 그는 마실 수 없으면 뱉으라고 한다. 찐한 술을 어찌 뱉을 수 있나! 세 잔 째 천천히 마시니 기분이 알딸딸하다. 레드와인의 진수를 맛보니 그냥 올 수없어 적정가로 18년 산과 15년 산의 레드와 화이트와인을 구입하였다. 그의 사무실에 진열되어 있는 더 비싼 와인은 눈으로 만족한다.

그는 와인의 역사를 모아둔 와인박물관을 추천한다. 

시내로 들어와 외관이 와인잔을 흔드는 듯한 형태의 와인 박물관 건물에 들어섰다.

보르도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라서 사람들로 북적인다. 와인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전문 박물관이라서 와인의 역사, 문화, 제조 과정, 향미, 맛 등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지만 한국어 서비스가 없어서 눈감고 아웅이다. 입장권에 포함된 시음권을 가지고 맨 꼭대기로 나오니 와인잔 장식의 홀이 근사하다. 세계 각국의 와인을 맛볼 수 있어도 일편단심 보르도 레드와인을 선택한다. 샤토에서 맛본 와인보다는 맛이 심심하다. 시음권의 꼼수는 공짜라는 인식인데 분명하게 입장권에 포함되어 있는데 소비자는 이해할 수 없다. 와인은 분위기라는데 넓은 홀의 인테리어를 즐기며 꿀꺽 목으로 넘긴다.

와인의 본고장에서 빠질 수 없는 디저트!

보르도 중심가로 갔다. 빵집에 까놀레 그림을 찾아보니 여기저기 많다. 까눌레의 본 고장인데 그것을 놓칠뻔했다. 까눌레를  맛보는 것은 와인에 더한 화룡점정이다. 까눌레의 정식 명칭은 까눌레드 보르도 까눌레란다. 이름이 아주 길다. 와인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남게 되는 달걀노른자로 까눌레를 만든다고 하니 거의 노른자 냄새가 나지 않을까 했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면서 그윽하다. 까눌레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한 상자 더 사서 담았다.

보르도에서 먹고 마시고 다음은 춤을 추며 즐기는 곳으로 향한다.

보르도의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인 부르스 광장은 가론 강변에 위치한 아름다운 광장이다. 18세기에 왕실 건물로 지어진 이곳은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과 분수 등이 환상적이다. 밤에는 야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광장 앞에 있는 물의 거울에서는 낮이나 밤이나 물놀이와 댄스를 출 수 있다. 물이 발목까지 차서 아가들도 안전하게 물놀이가 가능하다. 한 무리의 댄스동호회 비슷한 남녀 어른들이 발목까지 차는 물을 걷어차며 빙글빙글 돌고 있다. 물속에서 한쌍의 백조처럼 아름답다. 누구나 맨발로 들어가서 어울리면 된다. 이럴 때 주눅이 들어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어서 눈호강으로 만족한다. 물길 따라 맨발 걷기라도 해 본다. 만보 걷기도 물놀이가 된다니! 혹사한 발가락들이 물을 만난 듯 꼼지락 거리며 잘난 체 한다. 그래! 고생했다. 소중한 발가락에 물맛사지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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