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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Dec 31. 2023

창업을 하고 얻게 된 것

2023년 회고

 벌써 2023년 한 해의 마지막 날이네요. 올 한 해는 다들 어떻게 지내셨나요? 

저는 올해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혹한기' 였던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피드를 볼 때, 퇴근하고 집에서 유튜브를 틀 때, 오랜만에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를 포함해서 제가 숨만쉬고 있어도 이런 소식들은 끊임없이 들여왔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듣게 되면 나도 모르게 힘이 많이 빠지는 것 같고, '이런 경기에서도 우리는 잘할 수 있어'와 같은 메시지는 무언가 풀어가는 문제들이 더 어려워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와 비슷하게 저는 개인적으로 스타트업과 창업자를 '직장인일 때에는 겪지 못했던 못했던 수많은 고난',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등 여러 형용사들로 띄워주는 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창업자가 성공하거나 생존할 확률을 이야기하는 이러한 말들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더 어렵게 느껴지게만 만드는 것 같아서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창업을 하고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이 '망각'이었습니다. 힘든 일들을 겪어도 빠르게 잊어버리는 것이 어떠한 것들보다 제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네트워킹을 많이 하지 않는 극 I의 성향이지만, 올 한 해에는 일부러 다른 네트워킹이나 행사들에 참석하지 않고 일에 더 집중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2023년 한 해 어떻게 보내셨나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창업을 하고 얻게 된 것


'외로움'


 가족 중 아무도 고혈압이 없는데, 갑작스레 고혈압 약을 먹게 되었다. 실은 드라마에서 뒷골을 잡고 쓰러지는 장면들은 전혀 느껴보지 않은 느낌이다 보니 와닿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어디에 집중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뒤통수가 찌릿한 느낌을 느껴보니 가끔 좀 걱정되기도 한다.


왜 나만 고혈압이 생겼을까?


처음 병원에서 고혈압 진단서를 받고 약을 가지고 집에 돌아왔을 때 이에 대해 수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스트레스를 발산시킬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없었고, 속으로 참아내는 일들은 많았던 것 같다. 


창업을 하고 가장 힘든 것을 꼽으라면, '힘든 소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회사가 힘들더라도 애써 잘 성장하고 있다고 외부에 알려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조그마한 성과가 있으면 열심히 주변에 알려야 하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속으로 감내해야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창업을 하고 가장 힘들었던 일 중 하나다. 뿐만이 아니다. 조직 내부에서도 이러한 행동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직원이 조금씩 늘어나고 수많은 이슈들을 겪어보니, 회사라는 게 내 목소리 하나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매번 새롭게 깨닫는다. 대표가 힘들다고 주변에 말하는 순간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생긴다. 


외부에는 '모든 게 괜찮다' 하고 속으로 쌓아두고 있으면 특이한 부작용이 생긴다. 마치 이 업계 그리고 주변에서 나를 평가하고 있다는 집착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SNS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른 어려운 회사에 대한 손쉬운 평가, 어떤 사람들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심지어 뉴스 기삿거리가 되기도 하는 세상에서 마치 난 저 리스트의 대기자 명단에 있을 것 같다. 



'조직문화'


 올해 가장 크게 깨닫고 얻게 된 것은 조직문화에 대한 것이다. 좋은 사람들을 얻었고, 지금 회사는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의 회사들이 실적이 좋지 않을 때에는 분위기가 좋지 않고 서로 탓하기도 하지만 실적이 좋을 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직문화가 좋아지긴 하지만, 2023년은 무엇보다 조직문화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깊게 느끼는 한 해였다. 


과거에는 채용을 할 때 먼저 봤던 것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스킬 셋이었고 면접질문 또한 이에 집중이 돼있었는데, 요즘은 특히 팀장급을 채용하거나 할 때에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심적으로 질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팀장이 팀원 관리를 하면서 겪게 되는 문제들을 질문하거나 상황을 주고 해결 방안을 질문하기도 한다.


그리고 과거에는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수많은 툴들과 협업 구조 그리고 R&R 등 업무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다면 지금은 그냥 밥 한 끼를 함께 먹는다. 제비 뽑기로 다른 팀의 직원들과 식사를 하는 랜덤런치는 다른 어떤 시스템보다 직원들 간 분위기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작년 말부터 진행한 매달 영업이익의 10% 이내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P/S [Profit Share] 제도는 팀 간 협업을 원활하게 이끌어내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다만 목표를 베이스로 성과급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우리는 아무도 스스로 얼마를 받을지 예측할 수가 없다. 다른 회사들의 영업조직을 보면 예측이 가능해지는 순간 정량적인 숫자들로 인해 조직문화에 이기심을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존감'


 올 해는 사업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마인드셋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사람을 쉽게 믿었고 무언가 쉽게 흔들리는 순진한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은 좀 더 냉철하게 생각하고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내 갈길을 가고 있는 느낌이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주변의 회사들을 의식하고 '우리도 저렇게 투자를 해야 잘될 것 같아'와 같은 논리가 부족하고 불안한 결정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의사결정을 할 때 주변의 환경으로 인해 흔들리지는 않는다. 비단 사업적 결정뿐만 아니라 리더십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 또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원래 평소에 주변을 정말 많이 의식하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회사에서나 외부에서나 남들을 크게 의식을 하지 않는 편이다. 


스스로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기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상황들로부터 생겨난 것 같다. 항상 서로 힘이 되어주는 공동대표님과 경영진, 변화된 조직 분위기 그리고 조금씩 회사가 안정을 찾아가는 것들이 가장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로만 주변을 가득 채우고 성장해나가고 싶다.



'턴어라운드'

 송년회를 하면서 직원들에게 '턴어라운드'라는 단어가 적힌 수건을 선물로 주었다. 송년회를 앞두고 올 한 해를 한 단어로 어떻게 정의할까 공동대표님과 논의를 하다가 위 단어로 선정을 했다. 올 해는 매출도 처음으로 100억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도 만들었는데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건 우리가 봤던 시장의 변화 그리고 사업 계획에 맞추어서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블유아일랜드에서 특히 코로나 기간을 함께 지내온 직원들은 우리가 턴어라운드를 하기 위해 과거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특히 잘 알고 있다. 오히려 힘들었던 기간 동안 한정된 인원으로 그 많은 일들을 함께 겪어오고 버텨준 직원들이 나보다 더 대단하다.


올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다. 직원들과 함께 송년회와 2024년 계획을 세우며 이야기 나누었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내년에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할 것이다.


다음 내용은 떠아 해적단 (더블유아일랜드 구성원)에게 송년회 때 턴어라운드를 이야기하며 했던 이야기이다.

나는 그 누구보다 더블유아일랜드 구성원이 자랑스럽다.




올해는 더블유아일랜드가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었던 가장 뜻깊었던 한 해였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많은 돈을 투자받았을 때보다 지금 이 순간이 더 뜻깊은 날인 것 같습니다. 작년 3분기부터 조금씩 영업이익을 만들어가면서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수 십억, 수 백억의 투자금보다 값진 숫자들입니다.


무엇보다 작년부터 경기가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모든 스타트업들이 힘든 와중에 우리는 이겨냈고, 주얼리 시장에 있어서는 유일하게 살아남고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일같이 감동하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 쉬운 비즈니스는 없지만 그중 주얼리 비즈니스는 여느 카테고리의 비즈니스보다 어려운 사업입니다. 물류팀은 수많은 SKU의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제품들을 재고 오차 없이 운영 관리 및 효율적인 물류 운영을 위해 매일 고민하며, CX팀은 이 모든 제품들의 특성을 익힌 채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위해 전방에서 고객과 소통을 합니다. 또한 크리에이티브팀은 이미 1500개 이상 제품들의 콘텐츠 만리장성을 쌓았고, 프로모션은 여느 플랫폼이나 브랜드들보다 압도적으로 창의적입니다. 비엠팀은 외부채널 업무들로 바쁜 와중에도 저와 함께 구글 번역기를 써가며 해외 공장 커뮤니케이션 및 수입, 발주 관리 등에 힘써주었습니다. 


안정화되지 않아 항상 힘들었던 마케팅팀은 지은님과 희승님 그리고 은인님까지 합류하면서 새로운 기회들로 한걸음 나아가고 있음을 지금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경영진이 사업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정말 중요한 일들에 집중할 수 있도록 HR 업무들 뿐 만 아니라 궂은일까지 모두 책임지면서 이 뜻깊은 송년회까지 준비해 주신 평님께도 정말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제가 이와 같이 말씀드리는 이유는 따로 있는데요. 일반적인 커머스는 우리만큼 난이도가 높지 않습니다. 수 천 개의 SKU를 매일같이 이슈 대응을 해가며 쌓아온 자산들이 우리에게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만리장성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우리의 무기이고 다른 카테고리와 달리 어떠한 경쟁사도 생길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비브아 등 새로운 브랜드들도 항상 남들과 다른 차별점을 가진 제품들을 우리는 고민했고 이 또한 우리만의 자산이고 차별점이기 때문에 지금 높은 성과를 만들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올해 2023년 키워드는 턴어라운드이고, 앞으로는 모든 구성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물류팀은 이제 매출원가와 안전재고 관리로 우리의 이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이고, 비엠팀은 수입 및 발주를 넘어서서 함께 제품 기획과 제품을 발굴해 나가며, 크리에이티브팀은 이제 국내 대기업의 주얼리 브랜드들도 견제하는 브랜드 윙블링과 성장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가고 있는 비브아, 그리고 아카디에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려가야 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오퍼레이션 속에서도 고객 경험을 관리하며 제품의 불편한 점을 함께 개선해 나가고 고객만족을 이끌어주어야 할 CX팀, 이러한 무기들을 바탕으로 내년에 여태 보지 못한 성과들을 만들어가야 할 마케팅팀, 마지막으로 경영지원은 가장 중요한 조직문화를 더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정말 우리 떠아 해적단이 자랑스럽고, 이 어려운 시장과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낸 그 누구보다 실력 있는 인재들이라 생각합니다. 


2024년에도 남다른 협업능력과 동료의식, 프로의 마인드로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올해 턴어라운드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하여 모두가 결실을 나눌 수 있는 동시에 떠아 구성원들 스스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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