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영재 Jul 17. 2017

“한국 정부 불평등 해소 노력 세계 51위”

불평등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 선택의 직접적인 결과

루마니아의 바로 밑, 모잠비크의 바로 위. 국제구호단체 옥스팜 등의 조사에 따르면 불평등을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 순위에서 한국이 51위에 올랐다. 선진국 중에서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86위인 싱가포르뿐이었다. 

옥스팜과 국제금융개발(Development Finance International)이 17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동시장 정책·조세 정책·복지 정책 순위에서 각각 93위, 67위, 45위로 종합 51위를 기록했다. 상위 10위권에 오른 국가들은 대부분 북유럽 국가들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11위로 가장 높았고, 나이지리아가 152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자들이 2011년 6월 22일 미국 뉴욕 월가에서 금융자본 과세 강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Photo by Spencer Platt/Getty Images

저개발 국가라고 반드시 나쁜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라이베리아는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이 세계 1위였고 짐바브웨는 국민총생산(GDP) 대비 교육 예산의 비율과 학생 1인당 교수 수에서 최상위권에 올랐다. 

두 기관의 조사관들은 지난 1년간 세계 152개국을 대상으로 불평등 수준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누진과세, 복지(건강·복지·교육 분야), 최저임금과 노동권 보장과 같은 노동시장 정책 등 3개 핵심 정책 분야의 18개 지표를 조사했다. 이들은 정부가 18개 정책 분야에 어느 만큼의 예산을 배분하는지를 파악해 불평등 정도와 그 해소 노력을 평가했다. 

불평등 정도를 추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지니계수(0이면 완전 평등·1은 완전 불평등)이다. 그러나 지니계수가 불평등의 원인까지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이들에 따르면 정부 정책은 불평등 수준을 좌우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보고서의 주 저자인 옥스팜의 막스 로슨은 가디언에 “불평등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 선택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세 정책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누진 과세를 강화해야 하지만 세계적인 추세는 법인세를 줄이고 그 빈자리를 부가가치세로 매우는 역진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G20 국가들의 법인세 평균은 1990년 40%에서 2015년 28.7%로 떨어졌다. 옥스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국가 중에서 법인세를 올린 국가는 칠레가 유일하다. 

로슨은 “이런 세계적 추세를 되돌릴 사전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법인세가 사실상 사라지는 걸 목격할지도 모른다”라며 “부가가치세로 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부자 나라들에서 조세 정책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들이 내는 세금은 계속 줄어들고 주류 경제학에서는 이것이 경제를 자유롭게 하고 성장을 이끄는 방법이라고 여겨진다”고 밝혔다.

조세 정책에서 부자 나라들이 후퇴하고 있는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세전 소득을 기준으로 상위 10%가 하위 10%의 1000배가 넘는다. 두 계층의 세전 소득 격차는 극심하지만 세후 소득을 기준으로 할 경우엔 66배로 극적으로 줄어든다. 누진적 조세 정책과 사회 보장 지출 덕분이다. 

옥스팜이 17일(현지시간) 발표한 불평등 해소에 적극적인 정부 순위에서 한국은 51위에 올랐다. 그래픽 출처:가디언 기사 캡쳐

■노동시장 정책

지난 1월 옥스팜의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8대 부자들이 차지하는 부는 세계 인구의 절반인 36억명이 보유한 총자산과 맞먹는다. 이런 수준은 아니지만 기업 최고경영자와 일반 직원들의 연봉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 FTSE 100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은 최저임금의 386배이다. 

CEO들의 연봉이 저성장 추세와 상관없이 고공행진을 하는 사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정체 상태에 있다. 노동에 돌아가는 몫은 갈수록 줄어들지만 배당금과 이자소득, 기업 유보금은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노조 조직률 하락으로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정과 저임금에 대응할 힘을 점점 상실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노동시장 정책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이 나라에서는 25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의무적으로 최소 4%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했다. 노동시장 정책에서는 부자나라들이 후퇴하는 반면, 라이베리아의 사례처럼 저개발 국가들이 오히려 성과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미국은 2009년 이후 최저임금이 7.25달러로 고정됐는데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은 50년 전보다 낮아졌다. 

여성들은 가사 노동과 육아로 국가 경제를 보조하고 있지만 임금 불평등으로 인한 피해를 가장 크게 받는다. 옥스팜에 따르면 152개국 중 성차별을 법으로 금지하거나 남녀평등 임금을 법으로 명시한 국가는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복지 정책

복지 정책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나라들은 당연히 북유럽 국가들이었다. 그러나 옥스팜은 이들 중 다수 국가들이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고 있으며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복지 정책을 후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소득 국가들이 교육에 투자하는 예산은 저소득 국가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추세이다. 앞서 우수 사례로 언급된 짐바브웨는 지난 3년간 예산의 29%를 교육에 투자했다. 이런 차이는 인구학 측면에서 일부 설명이 가능하다. 로슨은 “가난한 나라들에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세대가 많은데 이는 이들 정부가 교육을 더 중시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등교육을 무상으로 한 에티오피아나 모잠비크처럼 아프리카 국가들이 교육 평등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펴는 것도 이들 나라들이 높은 평가를 받은 요인이 됐다. 로슨은 “이들 나라들은 거의 예산의 5분의 1을 교육에 투자하고 인구 폭발 속에서도 더 많은 아이들이 이전 세대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고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최저 순위를 기록한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파키스탄과 인도의 경우 국가가 양질의 공교육을 제공하는데 실패하면서 사교육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계급·성 불평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작가의 이전글 페이스북의 '무지개' 좋아요, 왜 한국에선 볼 수 없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