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두가 그렇듯이 지나간 기억들을 잊고 살아간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지나간 기억들은 점점 흐릿해져 가며 안 좋았던 점은 사라지고 좋았던 점만 남는다.
그와의 추억을 예쁘게 간직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 나름대로 열심히 포장을 하기 시작했다. 좋지 않았던 추억들도 예쁘게 포장을 하면 나의 기억에 남을만한 좋은 선물이 될 줄 알았다. 열심히 포장을 하고 내 방 한편에 차곡차곡 쌓아가 제법 많은 선물들이 모였고 그와의 추억이 벌써 이렇게나 많구나 하고 뿌듯해졌다.
처음에는 마냥 그 순간이 좋았고 이렇게 지내는 것도 충분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이 되자 나는 그에게 바라는 게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확신을 가지고 싶어 졌다.
그와 나 사이의 확신, 그와 나 사이의 정확한 관계의 성립을 애타게 바라게 되었고 그가 나만의 것이 되길 바랬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에게 부담을 주면 그가 나를 부담스러워할까 봐 무서워서 내 마음을 꺼내보여 주기가 너무 무서웠다.
욕심이란 건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해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나를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