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어느 날 밤
힘들 때면 찾는 길이 있다.
어둡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그런 길
하루 종일 힘들게 일에 치여 사람에 치여 보내다가
늦은 저녁 막차를 타고 내려 집으로 걷다 보면 울컥울컥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집으로 가는척하며 샛길로 틀어서 걷기 시작한다. 이때가 유일하게 나 혼자만의 시간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
집에서 울 수 없어 나는 그 길을 걸으며 참았던 눈물을 흘린다.
함께 했던 일 같은데 나만 이렇게 뒤에 남아서 수습하기 급급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너무 힘들다.
그 앞에서는 힘든 척도 못하는 나다.
더 꿋꿋하게 이겨 나가자고 생각하면서 한 번씩 직접 대면하게 될 때면 와르르 무너지곤 한다.
앞에서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은척하고 싶은데 머리로만 가능하고 마음은 안 되는 것 같다.
-03.12
나의 우는 길을 찾지 않은지 좀 됐다.
이제는 언제 그곳을 걸으면서 울음을 터트렸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요새는 이렇다 저렇다 할 부당한 대우도, 밀려드는 업무들도 없다.
혼자라서 외로운 것 또한,, 없다. 이제는
작년 한 해는 뭐가 그렇게 외로웠는지,
뭐가 그렇게 마음이 아팠는지,
뭐가 그렇게 화가 났는지,
지금 돌이켜보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다.
힘들었을만했던 하루하루였다.
나를 힘들게 하는 그것과 멀어짐과 동시에 이렇게 평온한 하루하루가 지속되고 있다.
힘들고 아픈 그런 것 속에 찌들어 버티는 것보다 나를 위해 그것을 버리고
떠나는 선택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인듯하다.
그것이 꼭 내 삶의 전부는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