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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뷰 Oct 03. 2019

돈 좀 써본 사람은 다 안다고!

텀블벅이라 불리는 보물섬에 대하여

나에겐 굉장한 희소성을 자랑하는 서재가 있다. 값을 매기기 어려운 책들로 가득하고, 일반 서점에서 구매하기도 쉽지 않은 나만의 서재. 성매매, 성 정체성과 관련된 각종 사회적 이슈는 물론이고 성소수자의 소설, 북한의 디자인을 담아 놓은 디자인 집, 동서양을 막론한 요괴 이야기, 듣도 보도 못한 여행지에서의 에세이까지. 장르를 불문한 다양한 주제의 책들만 모아 놓았다. 가치적으로만 접근해도 값을 매기기가 어렵지만 무엇보다 이 책들의 진짜 가치는 더 이상 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사실, 내 희소 서적 서재 작고 귀여워

이 꿈을 실현시켜준 이 곳은 바로 텀블벅이라 불리는 보물섬 되시겠다. 텀블벅은 모든 사람의 창조적인 시도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창작자들은 그들의 욕구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그 창작물에 가치를 발견한 이들은 판매자가 정해 놓은 금액을 후원해 창작물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다. 세상에 없는, 혹은 최초의 아이디어 상품을 가장 먼저 받고 싶어 안달이 난 나 같은 이들에겐 이곳은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유토피아다.



텀블벅은 책 이외에도 다양한 아이디어 작품들이 있기 때문에 뭐든 쇼핑이 가능하다. 옷, 액세서리, 생활용품, 심지어 공연 티켓까지! 이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창작물만 가능할뿐더러 다른 곳에서 판매된 적이 없는 것들만 가능한데, 이것이 이곳을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룰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80대 할머니가 쓴 동화책과 성매매의 역사 및 그들의 현황, 성소수자들의 소설집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고? 텀블벅을 쇼핑몰 드나들 듯해서 이미 꽤 많은 것들을 후원했고, 하는 중이다. 대부분 출판물이지만. 이건 비밀인데 사실, 올리뷰를 기고하는 글쟁이 둘도 텀블벅을 통해 출판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고(꺅). 그리고 출판물 같은 경우는 텀블벅에서 인기를 확인하고 정식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경우도 왕왕 있으니 창작자와 독자에겐 꽤 훌륭한 곳이 분명하다.


텀블벅에서 <뻔>을 구매하는 후원자를 위한 책갈피와 스티커! 역시 작고 귀엽다

출판 펀딩을 경험한 적이 있어서인지 조금이라도 유니크한 책이 있다 싶으면 1초의 고민도 마다 않고 후원하기를 눌러버린다. 장점이라면 하나는 오픈 기념, 텀블벅을 통해서 후원하는 이들을 위한 굿즈가 있다는 것과 하나는(나에겐 의미없지만) 후원하기를 누른다고 해서 바로 돈이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것. 창작자가 정해놓은 마감날로부터 일주일동안 돈이 나가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주어진다. 그렇다고 일주일 내내 빠져나간다는 말은 아니고, 잔고가 없는 경우를 대비해서 일주일동안 기다려 준다. 이 얼마나 친절한가.


다만 고민하다 깜빡하면 돈이 나간 후 문자메시지로 구매사실을 알게 되는 미라클! 나를 위해 나도 모르게 주는 선물 같은 느낌이랄까.


그러나 단점도 있다. 단점이라면...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배송이 기본 두 달은 걸린다는 중국의 아마존, 알리익스프레스도 텀블벅 앞에서는 울고 간다(?). 그냥 마음 편히 잊고 지내다 보면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선물을 준다.(이렇게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창작물은 결코 뚝딱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 인내의 시간은 당연히 필요하다. 프로젝트 기간이 길면 길수록 많이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아주 가끔, 이미 만들어 놓고 판매만 하면 되는 창작물도 있으니 잘 확인할 것! 물론 창작물을 후원하는 자에게 선택지란 기다림 뿐이지만. 심지어 지난 5월에 후원해서 다음 주에 도착하는 창작물도 있다. 아아, 님 이여-.


거의 다섯달을 기다려 받은 북한의 예술& 디자인집<메이드인 조선>, <프린티드인 조선>과 오늘 도착한 따끈따끈한 <도술사전>.

하지만 인고 끝에 탐스런 열매란. 위의 단점을 다 엎어버리고도 텀블벅은 옳다. 왜? 구매하고 싶다고 해서 쉽게 구매할 수 없는 유니크함과 누구보다 빠르고, 남들과는 다른 1순위 소유자가 될 수 있으니까! 물론 창작자가 플리마켓에 나갈 수도 있고, 다른 루트를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해지자. 나에겐 찾아다니는 부지런함 따윈 없다. 무엇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상품을 한 사이트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근사한가.


아, 마지막으로 이건 주의 사항인데, 창작자가 마음먹고 튈 경우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두자. 하지만 난 이곳을 이용하면서 발견한 것은 창작자들의 빛나는 아이디어와 절실함 밖엔 만나지 못했다. 물론, 아직까지.



글 MARZZA

사진 MARZ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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