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 사례를 각색하여 서술하였습니다. >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해고 사건이었다.
가해자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이 다투어진 사건에서, 회사를 대리하여 해고는 정당한 처분이라는 판단을 받아내었다.
가해자 A부장은, 왜소한 체격에 좀 음침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다.
두 눈은 퀭하고, 작은 키에 마른 체형이었다. 구부정한 어깨, 듬성듬성한 머리숱, 푸석푸석한 피부, 가냘프고 힘없는 목소리가 "아싸"로 살아온 그의 삶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오랜 기간 엔지니어로 일해온 A부장은, 업무 특성 상 종종 소수 인원과 협업할 뿐 거의 대부분 혼자서 일하였다.
그래서인지, A부장은 어쩌다 회식에 참석하면 직원들과 어울리고 싶어서인지 술을 빨리 마시고 과음을 하거나, 재미없는 농담을 늘어놓는 등 말이 많아졌다.
한번은, 다른 여직원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갑자기 끼어들어서, 그 테이블에 있다가 잠깐 자리를 비운 여직원의 젓가락을 사용해서 "우와 맛있겠다, 나도 고기 좋아하는데~"라며 고기를 집어먹다가 여직원들이 경악을 했던 해프닝도 있었다.
직원들은 A부장이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회식 자리에서는 나대는, 친해지고 싶지는 않은 특이한 사람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던 A부장에게, 직속 부하직원인 여직원 B대리가 생겼다.
B대리는 타사에서 이직해온 경력직원으로, 내성적이지만 자기 일은 똑부러지게 해내는 스타일이었다.
A부장은 회식 자리에서 오버하던 것처럼, B대리에게 부담스럽게 행동하였다.
B대리에게 말을 놓고 지내자고 하여, B대리는 원치 않았음에도 A의 계속된 요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A부장과 말을 놓고 서로 오빠, 동생으로 호칭하였다.
그리고 B대리에게 "너무 예쁘다", "남자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였고, 자기 친구와 소개팅을 해보라고 강요해서 B대리가 어쩔 수 없이 소개팅을 한번 나가주기도 하였다. (알고 보니, A부장의 친구라 함은, A부장과 자주 접촉하던 지방 거래처의 노총각 직원이었다.)
B대리는 A부장과 5년 가까이 일하면서 한번도 A부장에게도, 회사에도 불편한 내색을 비친 적은 없었지만, A부장으로 인해 항상 불쾌하고 께름칙한 느낌을 받아왔다.
B대리는 그저 회사 일에 전념하자는 태도로 열심히 일하였고, 회사의 인정을 받아서 차장까지 빠른 속도로 승진하였다.
그러나 A부장은 계속 부장에 머물렀다. 회사에서 주는 표창을 많이 받은 것을 보면 업무능력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특별한 발전없이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아마 A부장은, 후배가 치고 올라오는 것에 일말의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다. 스트레스도 쌓였던 것 같다.
자신을 어필할 기회, 잘 나갈 자리를 물색했던 걸까. A부장은 타부서 여직원 C차장이 부장으로 승진하는 축하 회식 자리에 참석했고, 그 날 기어코 사건이 발생했다.
그 날의 회식 장소는 어두운 실내에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현란한 조명이 반짝이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스크린에 나오는 스포츠경기를 보거나, 냉장고에서 병맥주를 꺼내 마시거나, 테이블에 앉아서 잡답을 나누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때 A부장은 C부장 옆에 착 붙어앉아서, 그 테이블에 앉았다 가는 사람들이 몇 번이나 바뀌는 동안에도 계속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C부장에게 승진을 축하한다고 거듭하여 말하였다.
C부장은 부담스러웠지만, A부장의 치하를 거부할 수 없어서 으레 보일 수 있는 인사치레와 대꾸를 해주었다. 그러나 A부장은 떠날 줄 모르고 계속 C부장 곁에 있었다.
이윽고 C부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였는데, 갑자기 A부장이 C부장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더니 "존경한다"고 하는 게 아닌가.
C부장은 너무 당황하여 손을 빼면서 "왜 이러세요"라고 하였는데, A부장은 "존경해서 그래요. 존경하면 손 좀 잡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라고 뻔뻔하게 대꾸하였다.
주변이 어둡고 시끄러워서 이 장면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C부장은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냥 자리를 피해서 다른 직원들과 어울렸다.
새벽 1시가 넘어서 마친 회식 후 귀가 중에, C부장에게 A부장으로부터 "아까 미안해요"라는 문자메시지가 틱 하고 전송됐다.
C부장은 본인의 승진 축하 자리에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으나, A부장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고, A부장으로부터 당한 일이 너무 수치스러워서, 다음 날에 바로 회사에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하게 되었다.
직장 내 성희롱 조사 과정에서, C부장이 당한 신체접촉 행위와 함께, B차장이 수년간 겪어온 성희롱성 발언 등도 함께 확인되었다.
A부장은 친해지고 싶어서, 좋은 마음에서 그렇게 행동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회사로서는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었다.
A부장은 해고를 당한 뒤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여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면서도, 이만한 일로 사람을 해고까지 하는 게 가당한지 되물었다.
A부장의 해고는 정당한 것으로 일단락 되었지만, 그 사건의 결말(판단)보다도 나는 이 사건에서 다시금 깨달음을 얻었다.
회사는 사람을 사귀는 곳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사람 사이에 선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
A부장은 본인의 부족한 사교성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최대한 친밀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A부장의 방법은 잘못되었다. B차장도, C부장도 전혀 원하던 방식이 아니었다.
그리고 애초부터 B차장, C부장 등 직원들은 A부장과 친구가 되려고 회사에 온 사람들이 아니다.
각자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자기만의 일방적인 속도와 방향으로(그것도, 끈질기게) 다가오는 사람은 너무도 폭력적이고 불쾌하다.
A부장은 끝끝내 억울해하는 것 같다. A부장처럼 중년의 나이가 되도록, 어린 아이처럼(자기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드러내며) "나도 주목받고 싶어, 나도 관심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들끓어서 회사 동료들을 못살게 구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은 것 같다.
이번 일로 A부장도 부디 깨닫기를 바란다. 그의 인싸가 되고 싶은 마음과 미성숙한 표현 방식의 결합이, 얼마나 남들을 힘들게 하는지.
B차장과 C부장은 지난 일을 털어내고 다시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그들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