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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비스패밀리 Apr 27. 2022

우리가 김밥과 비빔밥을 팔게 된 이유

김밥랩 & 비빔보울 전문점 '바비스'의 탄생 이야기

때는 2021년 2월 25일 목요일, 새암님은 바나나페퍼클럽 팀으로 함께 브랜딩/기획 외주를 시작하기로 했던 동업자들 (다운님 & 정훈님), 그리고 같이 일했던 경험이 있는 사촌 형 (찬님)이 모인 자리에서 김밥과 비빔밥을 이야기한다.


2021년 2월, 당시 바나나페퍼클럽 사무실에서 김밥롤 (현재 김밥랩)과 비빔보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새암님


새암님의 사촌 형은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얼마면 되냐' 등의 의견을 냈지만, 함께 일하고 있던 사람들의 반응은 그럭저럭이었다. 그 당시 대화나 느낌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을 수 있지만 최대한 기억해 내며 기록하고자 한다.





바나나페퍼클럽, 그리고 고민의 시작


바나나페퍼클럽(@bananapepperclub)은 새암님, 다운님, 그리고 정훈님 (새암님과 다운님의 지인)이 함께 창업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다. 바나나페퍼클럽은 기획, 운영, 브랜딩 등 다방면에서의 경험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에이전시였다고 설명할 수 있다.


바나나페퍼클럽 팀이 야근하던 모습


바나나페퍼클럽(Banana Pepper Club): 고추가 꼭 매워야 하고 빨간색이거나 초록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맵지 않고 노란색인 고추도 있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기획, 운영, 브랜딩 서비스를 제공하자라는 취지로 지어진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네이밍


이 팀의 전신인 네키드크루가 내부 사정과 더불어 코로나로 인해 살림 유지가 어려워졌을 때 최소 운영 인력만 잔류하고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일단 가지고 있는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비즈니스화를 하는 것이었다.


네키드크루 로고


네키드크루: 새암님이 공동 창업한 법인으로 네키드윙즈(@nekkidwings), 진돗개핫소스(@jindotgaehotsauce)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F&B 스타트업


감사하게도 평소 네키드크루를 단순히 치킨집으로 생각하지 않던 주변 관계자분들 덕분에 쉴 새 없이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진행했던 주요 프로젝트들은 아래와 같다:

미국식 바비큐 브랜드 '매니멀스모크하우스' 밀키트 패키지 디자인 프로젝트

동대문 패션 플랫폼 '골라라' BX 가이드 프로젝트

프리미엄 샐러드 구독 서비스 '프레시코드' 신제품 패키지 디자인 프로젝트

점심 구독 서비스 '플레이팅' 신제품 브랜딩 프로젝트

소규모 원어민 영어학원 '브레이브 잉글리시' 브랜딩 프로젝트

미국식 수제 쿠키 전문점 '제인스리틀쿠키숍' 브랜딩 및 인테리어 프로젝트

선유도 카페 '워커스 홀리데이' 브랜딩 및 인테리어 프로젝트


사실 바나나페퍼클럽 일을, 즉 외주를 계속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역할과 역량이 필요해서 프로젝트를 의뢰하지만 결국엔 클라이언트를 끊임없이 설득해야 하는 일,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결국 클라이언트 마음에 들게 아웃풋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얼마나 동기부여를 주는지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업력이 쌓이면 그만큼 신뢰도도 생겨 원하는 만큼 크리에이티브 해질 수도 있겠지만 외주 업무의 근본적인 관계 자체가 어려웠다고 설명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그럴 거면 차라리 우리의 것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백 번 낫다는 게 내부 의견이었고, 유튜브 채널 운영, 수출입 비즈니스, 새로운 F&B 브랜드 개발 및 운영 등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었다. 전혀 다른 분야의 비즈니스겠지만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각 분야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찍자, 팔자, 만들자였다. 다만 유튜브 채널 운영과 수출입 비즈니스는 오프라인 비즈니스만큼 초창기 현금 흐름이 빠르지 않아 초기 자본이 필요하거나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 길었고, 일단 들어오는 프로젝트는 진행하면서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 보자는 것이 그 당시 바나나페퍼클럽 팀의 태도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너무 정신없었다. 집중하기엔 너무나도 다양한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고, 이에 외주를 이어나갈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업할지 딱 정해야 하는 시기가 있었다. 그때 새암님은 다운님과 정훈님에게 다시 한번 김밥과 비빔밥의 재해석, 건강한 프랜차이즈 브랜드/회사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했고, 선뜻 동의하지 못했던 다운님과 정훈님은 애써 한마디씩 했다.


다운: 아니,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한 번 말아서 먹게 해줘 봐요.

정훈: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긴 한데 매장을 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


'두고 보자'라는 마음으로 새암님은 다음 날 속 재료가 썰린 김밥을 말아왔고, 다운님과 정훈님은 맛있게 먹었지만 여전히 이를 사업화하는 것에 있어서는 조심스러워했다.


함께 나눴던 김밥랩 포장 모습


속 재료를 썰어 말아낸 김밥랩의 한 입 베어 문 단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밥, 비빔밥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의 한식 메뉴를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한식을 재해석하고 취식 경험 (예, 젓가락 없이도 먹을 수 있는 경험 등)과 브랜드 분위기를 글로벌화한다면 멋진 브랜드가 될 것 같았다. 프랜차이즈가 가지고 있는 아쉬운 부분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다 보면 멋진 상생의 구조가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나 최소 기능 제품 (Minimal Viable Product)을 나눈 사람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던 나머지 새암님도 더 이상 아이디어를 발전시키지 않았다.




워커스 홀리데이 프로젝트,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대화들


김밥, 비빔밥에 대한 생각은 접어둔 채 바나나페퍼클럽의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던 시기, 1인 피자 브랜드 '고피자'에서 함께 일하며 알게 된 민호님이 카페를 오픈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동네가 가까워 종종 보던 민호님과 새암님은 자연스레 브랜딩에 대한 고민을 함께했고, 이는 공식적인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워커스 홀리데이(@workers_holiday): 편안한 공간에 색다른 음료와 메뉴들로 매 순간이 토요일 같은 휴식이 되기를 바라는 카페 공간


같은 본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셋은 민호님의 카페 창업 프로젝트에서도 재미있는 호흡을 보여줬다. 민호님은 의뢰하는 클라이언트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며 결과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 했고, 외주를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바나나페퍼클럽 (다운님 & 새암님)은 마치 자기 브랜드인 것처럼 작업에 임했다. 그러던 중 바나나페퍼클럽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원래부터 전시 분야에 관심이 많던 다운님이 상업 디자인이 아닌 전시 디자인 쪽에 집중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 당시 바나나페퍼클럽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각자 개인적으로도 고민이 많던 시기였기에 새암님에게는 적지 않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다운님과 새암님은 깊은 대화를 나눴고, 결론적으로는 다운님이 집중하고 싶은 전시 디자인은 다운님 혼자 하기로 결정했다. 서로 힘든 시기에 서운할 수도 있었겠지만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은 함께하고, 각자 해내야 할 일들은 각자 하기로 했다. (예, 사무실 공간 공유, 브랜딩/기획 프로젝트 의뢰 시 TF 형태로 협업 등)




어쨌든 워커스 홀리데이 프로젝트만 놓고 보자면 모두 즐겁게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고, 마무리하며 순대 국밥에 소주 한잔하게 되었다. 그 당시의 대화를 회상하자면 이렇다.


순대 국밥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


<순대 국밥집에서 나눈 잊을 수 없는 대화>

민호: 수고 많으셨어요!

(중략)

새암: 민호님, 이게 우리(바나나페퍼클럽) 마지막 프로젝트일 거 같아요.
민호: 네?
새암: 다운님이 평소에도 관심이 많던 전시 디자인 쪽으로 집중하기로 했어요.
다운: 네, 그렇게 됐네요.
민호: 아, 진짜요? 아쉽네요...

(중략)

민호: 그럼 새암님은 어떤 일을 할 생각이에요?
새암: 글쎄요, 와이프가 창업한 쿠키숍 도와주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요. 김밥이나 말까...
민호: 김밥이요? 갑자기 웬 김밥?
새암: 아, 예전에 생각했었던 아이디어가 있는데... (중략)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민호: 오, 괜찮은 아이디어인데요? 안 해볼 이유가 없겠는데요?
새암: (민호님의 적극적인 반응에 놀랐지만 침착한 척하며) 맞죠? 괜찮죠?
다운: (관심 있게 둘의 대화를 듣는 중)
민호: 네, 아이디어도 괜찮고, 설령 시도했다가 안된다고 하더라도 리스크가 크진 않을 것 같아요.
새암: (농담) 역시, 민호님이 뭘 좀 아네요. 다운님하고 정훈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던데.

(중략)

새암: 그럼 민호님 같이 한 번 해볼래요? 농담이 아니라 진심인 거죠?
민호: 네, 어떤 형태로든 같이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다운: 그 정도라고요? (농담) 혹시 돈만 넣어도 돼요?
민호: (농담) 저 돈 많아요. 그 돈은 괜찮아요.

(중략)

새암: 그럼 일단 임시로 카톡 방 하나 만들테니까 거기서 소통해 봐요.
민호: 좋아요.
다운: 좋아요.


그렇다. 셋이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경험도, 새암님과 다운님이 바나나페퍼클럽을 하던 것도, 민호님이 카페 창업을 결심했던 것도,  작업바나나페퍼클럽에 의뢰했던 것도, 셋이 다시 한번  일할  있었던 것도, 다운님이 전시 디자인에 집중하고 싶다며 바나나페퍼클럽의 해체를 초래했던 것도, 수고했다며  같이 순대 국밥을 먹던 것도, 그러다 우연히 나온 김밥 이야기도,  이야기에 대한 민호님의 반응도,  반응에 대한 다운님 생각의 달라짐도.  모든 것이 마치 운명 같았다.


이렇게 우리는 공동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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