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학이지지 Apr 07. 2022

어떤 식으로든 기록을 하는 이유

 어떤 식으로든 기록을 남긴다. 틈틈이 한 메모를 이어 붙이고, 정제된 언어로 정리해놓는다. 먼훗날 봤을 때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온전하게 존재하는 순간을 살고 싶지만 언제나 내 마음은 미래에 가있다. 내 몸은 현재에 있기에 언제나 붕 뜬 기분이다.


  나는 호기심이  많다. 쓸데없이 자잘한 것들이 내 주 관심사다. 하나에 빠지면 질릴 때까지 그 성질을 찾아본다. 이렇게 주의산만한 듯 어떤 곳에는 집중  잘하는 내가 직장생활을 한 지 9년이 넘었다.  먹고 사는 문제와 좋아하는 일 사이, 혹은 현실과 꿈 사이 절대 메울 수 없는 틈이 있을 것 같은 두 갈래 길에서 방황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 속 다양한 직무와 관심사를 경험하면서 이제는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게도 그런 기회가 올까?


  나는 조용한 관종이다. 9년 넘게 했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이 직종과 잘맞는다고 말해도 되는건가 싶으면서도 이 일을 떠나 매듭짓고 싶은 마음도 크다. 나도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고, 이전에 강점이라 생각했고 인정받았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리니  뭘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싶다. 그래서 오늘은 응원을 구걸해봤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다른 사람이라고 나를 알까 싶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뱉어봤다.


  언제부턴가 출근하자마자 안정제 두 알을 삼켜야 겨우 일을 시작한다. 내가 나를 책임질 수 있다는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한숨 크게 쉬며 약을 삼킨다. 요즘 들어 많이 담담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불안이 심해지는 나를 진정시켜야했다. 나를 설명할 필요가 없던 곳에서 다시 나를 설명해야해서 그런걸까?이전에든 아무 문제 없던 것이 여기서는 문제가 되었다.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피드백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하며 더 나은 나로 나아가겠지만, 그중 내 자신에게 하는 피드백이 가장 먼저라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확신이라는 가치부터 내재화시켜야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내가 누군가에게는 답답할 수 있겠지만 나는 언제나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를 매끄러운 과정과 결과로 보여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다.


  이렇게 자기검열을 하다가 하고픈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 오늘 같이 스스로 쓸모없다고 느껴질 때 기록을 한다. 불안하기 때문에 기록한다. 기록은 나를 쓸모있는 인간으로 만들어준다. 찌질하고 나약한 나를 드러내는 과정들이 매듭이 되어 회사와 나를 분리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내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준다. 꺼내어 바라보며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나는 불안이 쌓아 올린 탑이다. 불안했기 때문에 자격증 취득에 집중했고, 각종 교육을 사비로 찾아다녔다. 지금도 그렇다. 내 불안의 진짜 이유를 찾으려고 질문 책들을 모았고 책에 답이 있을까하여 나와 비슷한 사람이 쓴 책을 찾아헤맨다.


   시시포스처럼 답도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밀어볼까한다. 불안의  기록들이 미래의 나에게 큰 용기가 되면 참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개팅 관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