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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진 Feb 25. 2019

2억과 무재 씨

0218의 끄적

'을지유람'을 떠났다. 2시간 남짓 을지로 3가 구석구석을 돌았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무재 씨를 생각했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철물점을 지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듯 골목길을 걸어 들어갔다. 무재 씨가, 오무사 노인이 튀어나와 말을 건넬 것만 같았다. 집에 가면 <백의 그림자>를 꺼내 읽어야지. 오들오들 떨면서 생각했다.


그러면서 복잡한 매듭 앞에 막막했다. 정든 일터를 잃고 그림자가 되어 떠도는 오무사 노인, 감정적으론 마음이 아프다. 한편으론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담벼락, 오래된 균열, 비가 오면 줄줄 샐 것만 같은 지붕에 눈길이 멈췄다. 아 이곳을 무조건 보존한다고 될 일인가 싶었다.


을지로 사람들은 일터가 사라진다고 슬퍼하기도, 개발을 멈춘다고 분노하기도 한다. 을지면옥을 두고 지켜야 할 전통이란 말과 돈에 눈먼 자본가란 말이 동시에 튀어나온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일까. 평당 2억 보상설과 오무사 노인의 떠도는 그림자 사이, 을지로 3가는 어디쯤 있는 걸까.


쉽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울퉁불퉁함을 잘 헤아리고 글을 쓴다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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