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0의 끄적
여파가 길다. 3월 어느 밤, 문득 깨닫게 된 실패가 발목을 잡고는 놓아주질 않는다. 개인적인 성취와 무관하게 세상은 그대로다. 감사한 수상 소식에 '일한 보람'을 찾던 1년이 흐르는 동안 두 명이 세상을 떠났다. 그것도 일주일 새 연달아. "기갑의 돌파력으로 차별을 없애버리겠다"던 그가 숨진 채 발견되고 나서 전해 듣게 된 수상 소식에 부질없다는 생각이 앞섰다. 세상은 사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미처 눈 여겨보지 못한 그 사실이 그들에겐 그토록 가혹해 견딜 수 없었겠구나. 싶었다. 안일했다고 해야 할지 순진했다고 해야 할지.
떠들썩한 시간을 거쳐도 세상은 견고하다. 온갖 호들갑이 끝나면 지긋지긋한 혐오와 후진 논의만 빙빙 돈다. 이쪽을 봐도 저쪽을 봐도 똑같다. 그 사이 사람들이 무참히 세상을 떠난다. 이를 악물다 힘이 다하고 말았겠지. 그럴 때 입 뻥끗 안 하던 이들이 쉬운 문제에는 당장, 시급하게, 적극적으로, 수차례 "일벌백계"를 외칠 때면 화가 치민다. 지키고자 한 이들은 세상에 없고, '일한 보람'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온 흔적만 남았다. 선배 말대로다. 감히 예상하지 못한 가장 처참한 실패다.
처참한 실패 앞에 힘이 빠진다. 생각보다 더 오래도록 간다. 몇 줄 입을 대는 게 무의미해진 세상이 아닐까. 더 이상 터진 문제를 매듭짓는 기능은 우리의 몫을 떠난 건 아닐까. 생각만 맴돈다. 요 세상에서 특히 혼란한 구석을 매일같이 들여다보고 있자니 더 그렇다. 갸우뚱하다 가끔은 길을 잃고 만다. 현실과 이상 사이 간극이 너무 벌어지면, 발을 둘 곳도 바라볼 곳도 헷갈리기 일수다.
'일한 보람' 아니 정확하게는 '일한 보람이라고 생각했던 날들'이 허깨비 같다. 어쩌면 작은 데서부터 다시 꾸준히 조금씩 지겹도록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게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뒤늦게 발견한 '미혼모'를 '비혼모'로 바로잡는 일처럼. 암만 그래도 세상이 조금씩은 나아져왔지. 굳이 되새겨가면서. 이런 마음이 필요한 때 같은데 세상이 지긋지긋하게 싫다. 정말이지 작은 애정도 없는 요즘이다. 뭘 더 하면 좋았을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를 바로 고민하는 단단한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