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1의 끄적
#1. 타노스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일을 관둬야겠다. 처음엔 뭐 조금.. 내심 후련했다. 반복할수록 남는 건 한 움큼 냉소뿐이란 생각이 문득 들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통달한 양 이놈은 뭐 이렇지ㅎ, 저놈은 뭐 저렇지ㅎ 세상에 기대 말아라ㅎ 대화마다 ‘ㅎ,,’ 같은 뉘앙스를 붙여가며 냉소를 장식품처럼 휘두른 어른들을 보면 그게 참 싫었는데. 참 책임감 없어 보였는데. 어쩌다 그 어른의 뒤를 밟고 있는지. 냉소는 사실 뭣도 아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따뜻함 촉촉함 하다못해 축축함이지. 그 앞에서 냉소는 보잘것없고 부끄러워질 뿐이지. 아무리 세상이 요지경이라도 타노스 생각은 접어두자. 펼치지 말자.
#2. 끝내 이겨내지 못해 도망가야겠다. 열 달이 되어도 내가 더듬거리는 게 코끼리 다리인지 하마 다리인지. 심지어 다리가 맞긴 한지도 잘 모르겠다.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이런저런 가능성을 짚어보는 게 이 일을 하는 데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능성들 사이 길을 잃어버리면 대체 어쩌란 말이야. 모름과 신중을 오가다 빈 발제를 낸 날이 수두룩한데 무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무려 오늘도! 고민만 하다 끝난 날만큼 잠 안 오는 날이 없다. 지난 시간 동안 늘 자신이 없었다. 없는 자신은 시간을 죄다 때려 박고 밤을 사흘씩 갉아먹으면 채워져야 마땅한데, 지난 열 달은 그렇게 굴러가지도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시간을 아무리 들이붓고 해가 뜰 때까지 노트북을 붙잡고 있어도 자신이 없다.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고. 만족스럽지 못하고 이만하면 됐지 정도도 안 된다. 도망가야 할 가장 큰 이유다. 끝내 또 다른 실패의 기록으로 남겠지. 흑흑. (별개 이야기로 실패의 순간들은 일기로 남겨뒀으면 재밌긴 했을 것 같다)
#3. 나를 괴롭히지 않으면서 일의 보람을 찾는 방법도 있겠지? 언젠가는 찾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