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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진 Aug 07. 2023

쓰다만 작년 9월의 일기

8월7일의 끄적

요상하고 낯설고 즐거웠던 9월. 올해 1월1일 세운 목표라고는 ‘일기를 쓰자’ 뿐이었지만 지키지 못한 채 10월을 맞았다. 역시나. ‘잘 먹고, 잘 자자’ 만큼 어려운 새해 목표였다.

9월도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다. 여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가을이 와버린 것처럼. 익숙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낯설고 어색한 일들을 많이 겪은 한 달. 아홉달 만에 새해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사진일기 시작-


일만 하다 떠나보낸 8월의 울분을 뒤로하고 예니니의 늦은 생일 호캉스. 빨간버스를 타고 판교로 떠나도 호캉스가 될까? 운전은 아무도 못하지만 떡볶이는 잘먹는 우리. 수영장은 포기해도 헬스장은 갔다온 우리.


뒤숭숭한 마음으로 밤잠을 설친 다음 날. 나도 모를 내 속마음을 빙빙 둘러 횡설수설 이리저리 말해도 가만히 들어주지만 망쳐버린 사진에는 눈썹이 내려가는 예니니.. 비가 오는 날에도 덜덜 떨며 인생네컷을 찍었다. 나는야 세상에서 제일 가는 뚜비.


어째서 맨날 길을 잃는지 모를 일터.. 정말 오랜만에 어두운 머리색이 되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 날. 9시에 퇴근한 나를 데리러 짠하고 나타난 두 사람. 치킨 냄새가 점령한 한강에 북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서초동의 이야기들은 뭘 위해 존재하는가.. 누군가의 흥미진진한 무협지가 대부분에겐 치킨만도 못한 얘기거리가 아닌가 싶어지던 밤. 추운날 신촌바닥을 함께 헤매던 사람들은 만나면 어딘가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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