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의 끄적
흥미진진한 날들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단출해진 일과에 하루가 참.. 차암.. ㅊㅏ ㅁ…. 안 간다. 하루가 이렇게 길었다니. 믿기 어려울 정도다. 언제부터 이렇게 길었을까. 나 빼고 다들 이렇게 길었나. 온 세상 같았던 쳇바퀴에서 잠시 내려오고 나니 이렇게 작은 쳇바퀴였나 싶기도 하다. 역시 믿기 어려울 정도.
너무 멀쩡해져 버린 탓에 어머, 나 꾀병이었나 싶다가도 다 큰 사람이 지하철에서 엉엉.. 하는 게 정상은 아니지 생각하는 날들이 반복된다. 사실 온갖 자극적인 사건들 속에 도파민 중독자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하루가 갑자기 이렇게 길어진 게 아닐까. 사실은 쉼이 필요 없는 건 아니었을까. 아니 사실은 쉬는 법 자체를 모르는 게 아닐까. 왔다리 갔다리.
일주일마다 뵙는 선생님은 쉼의 의미를 고민해 보라고 했다. 세 달 뒤쯤 답 없는 절망을 겪지 않으려면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들여다보는 일은, 특히 대상이 나일 때는 참 복잡하다. 그나마 나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이 건네준 책을 힌트 삼아 잠이 안 올 때마다 들여다보려 노력한다.
들여다보는 것마저 완벽하게 해내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일주일 주기로 커지는 나를 들여다본다. 아휴. 참 지독하고 지긋지긋하다. 말로는 너무 괜찮지만, 설문지에는 그다지 괜찮지 않다고 나오는 날들. 언젠가 끝나긴 하겠지. 늘 나를 받쳐주는 사람들과 사부작사부작 연말을 보내다 보면 새해가 오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