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아니 냥간관계 묘간관계가 신경쓰여
육아휴직을 하고 복직한 샘들과 가까운 자리에서 밥을 먹다 보면 종종 듣는 말이 있다.
"고생할 때 그냥 둘째까지 낳아서 키워버리는 게 나아"
언젠가부터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언니들의 저런 말에 넘어가면 고생 시작이지~"
눈치 없는 척 입으로 뱉을 때도 있다. 그러나 나야말로 넘어가 버린 것이다.
"고양이 어차피 한 마리 키우는 거나 두 마리 키우는 거나 비슷해! 두 배까지 힘든 건 아냐."
외롭지 않아 좋을 것 같다는 건 인간 생각이다. 홀로 사냥하는 고양잇과 동물이 다른 고양이와 영역을 공유하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다는 건 최근 공부를 하며 알게 됐다. 고양이 여러 마리가 한 집에서 지낼 때 방광염에 걸릴 확률이 껑충 뛴다는 얘기에 더더욱 긴장한다.
어느 날의 풍경이다. 콩떡이가 습식을 쪽쪽 급하게 빨아먹고 있는데 말랑이가 와서 냄새라도 맡아보려 하자 콩떡이가 앞발로 콩, 그릇 가장자리를 쳤다. 그때까지 더 대장같이 굴던 말랑이가 움찔 물러섰다.
밥도 꼭 한 그릇에 머리 맞대고 같이 먹으려던 말랑콩떡이도 한 달만에 갈라먹기를 시작한 것이다. 둘이 서열이 있는 것 같진 않은데 먼저 머리를 들이민 냥이가 임자다.
놀이를 할 때도 약간 묘한 기운이 돌았다. 낚시대 하나로 둘이 물고빨고 하던 녀석들이었는데, 말랑이가 자꾸 콩떡이에게 사냥감을 양보했다. 혼자 있을 때 사냥놀이를 하면 안 뛰는 건 아닌데 콩떡이가 오도도도 달려와서 덤비면 말랑이가 물러섰다.
<고양이처럼 생각하기> 책에서 읽은 대로 낚시대 두 개로 놀아줘봤다. 나의 자아는 하나인데 낚시대 두 개를 굴리다보니 손놀림이 똑같을 수가 없다. 아무래도 사냥을 포기한 말랑이 쪽에 조금 더 매력적으로 팔랑팔랑 움직이다 보면 콩떡이가 자기 쪽 낚시대를 버리고 이쪽으로 달려든다. 그러면 또 말랑이가 물러선다.
낚시대를 딱 흔들기 시작하면 콩떡이가 덤벼들고, 말랑이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안아달라고 애처롭게 우는 때도 많다. 매우 낯선 경험이었다. 안아달라고 우는 고양이라니.
말랑이를 방으로 유인한 다음 아예 문을 닫아 콩떡이와 분리시키고 놀아줘도 봤다. 밖에서 콩떡이가 정말 애절하게 운다. 그 소리를 들으면 말랑이도 사냥을 멈추고 문을 바라본다. 또 실패.
말랑이가 콩떡이에게 밀려 하루 사냥시간이 10분도 안 되는 날이 며칠 이어지자 애가 탔다. 마침 그즈음부터 말랑이가 콩떡이보다 밥도 덜 먹어서 몸무게도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말랑이가 미친듯이 집을 한쪽 끝에서 끝까지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헉헉댄 때가 있었으니, 내가 사두고 잊었던 새 장난감을 꺼낸 날이었다. 입양 초반에 수줍어하는 콩떡이를 뒤로 하고 여기저기를 탐험하던 그 대담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강아지풀 모양의 막대를 사냥감답게 숨길 틈도 없이 달려들어서 나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 호기심 강한 말랑이는 그만큼 장난감에도 금방 질리는 아이였던 것이다. 콩떡이에게 금새 양보한 건, 그만큼 재미있지 않아서였을지도.
둘이 잠도 같이 자고 밥도 같은 때 먹지만 사냥할 때만큼은 홀로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사냥감만 보고 덤벼들다 부딪치곤 한다. 앞으로도 이 둘의 역학 관계에 내가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리라. 하지만 나의 프레임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을 관찰해야 제대로 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