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배낭처럼 가뿐하고 자유롭게
#오늘도디지털노마드로삽니다 #김미나 #박문규 #상상출판
지루하게 반복되는, 어제와 다르지 않은 내일이 올 것을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직장인이 한 번씩은 꿈꾸었을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궁금했다. 보통 혼자서 태국의 치앙마이나 발리의 우붓 같은 도시를 여행하면서 디지털 노마드의 생활을 글로 쓴 책은 많은데, 부부가 함께 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생활은 어떤지 궁금했다. 혹시 ‘여러 도시를 현지인처럼 한 달씩 살아보면서 여행하고 싶다’는 버킷 리스트의 단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졌다.
아내는 글을 쓰고, 남편은 사진을 찍으면서 여행을 하는 것이 생활이자 일인 저자들의 삶은 어느정도 생각했던 것과 비슷했지만, 책을 읽다가 1/3 지점을 지나면서 열심히 내용을 옮겨적고 있었다. 다음에 다시 읽어보고 싶고, 생각해 보고 싶은 부분들이 계속 나왔다.
이 책은 ‘어느 도시는 어떻고, 어느 곳에 가니까 좋았고 어디에 가서 일을 하고 싶고’하는 식의 이야기를 쓴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한 태도와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현재의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인식을 이해할 수 있는 글이 많았다.
부부가 생각하고 살고 있는 ‘디지털 노마드’의 현실도 가감없이 잘 씌여 있고, 여행과 일에 대한 생각,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긍정, 현재의 재미를 선택하는 이유 등을 차분하게 설명해 주는 문장들이 많았다. 그래서 좀 많은 내용을 옮겨 적게 되었는데, 이 내용이 책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었다.
좋아해서, 꾸준하게 할 수 있어서, 일과 수익의 변화가 안정적이지 않아도 괜찮게 생각할 수 있어서, 그리고 여행이 재미가 있어서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 가끔 여행을 다니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도 들었다.
“지금도 종종 마음이 조급해지거나 남들과 비교하는 마음이 들 때면 길 위에서 보낸 40일을 떠올린다. 800km도 걸었는데 무엇인들 못 하겠냐는 자신감은 우리를 언제나 단단하게 지탱해준다. 더 잘하고 싶고, 더 빨리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때마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혀본다. 그게 뭐든 조금씩 하다 보면 차곡차곡 쌓일 테고,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끈기와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쌓아서 완성하는 것일 테니까.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우리가 결국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 앞에 설 수 있었던 것처럼.” -p59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축복이다. 심지어 일이 ‘여행’이라니, 부럽다는 말도 참 자주 듣는다. 처음엔 비 오는 날이나 추운 겨울날 회사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좋았다(첫 직장이 왕복 4시간 거리였으니 오죽했을까). 또 뭐가 있을까… 직장 상사나 동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없어서 좋았다. 하지만 정말 좋은 것은 따로 있었다. 어느 곳에서 일할지, 언제 일할지, 어떤 일을 할지, 그 일을 할지 말지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것. 주체적으로 일을 끌고 가는 듯한 근사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고 싶은 계절을 선택할 수 있고,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으며,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고, 원하는 시간에 일하거나 쉴 수 있다.” - p97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고 귀찮은 일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었을 때의 어려움도 있었다. 게다가 디지털 노마드의 삶에서 일이라는 것은 있다가도 없을 수 있고, 업을 땐 언제까지 없을지 기약이 없다. 무엇에도 얽메이지 않고 자유로웠지만,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도 나에게 밥을 떠먹여 주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그것은 모든 책임도 홀로 져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부지런해져야 했다. 실제로 일도 훨씬 더 많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더 크니까, 지금처럼 계속 살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크니까 이런 것들쯤이야 아무렇지 않다.” - p100
“처음부터 이렇게 살려고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여행으로 밥벌이까지 하게 되었으니 항상 감사한 마음이에요. 하지만 여행을 좋아한다고 해서 이런 삶이 모두에게 딱 맞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누군가에게 여행은 일이 아니라 그냥 여행이었을 때 가장 행복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반드시 덕업일치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 좋아하는 일도 ‘일’이 되면 힘들 때가 있어요. 또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고요. 잘하는일로 돈을 벌어 좋아하는 일을 신나게 즐기는 편이 나을지,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만들어 덕업일치를 할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노력과 운도 중요하겠죠.” P120~121
“먹고사는 일은 중요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당장에 모든 것을 때려치우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매달 일정하게 들어오는 월급이 좋아하는 일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니까. 디지털 노마드의 삶 역시 누구에게나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새로운 환경에서 받는 외부 자극이 영감이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여행을 하고, 살아가면 된다.” -p121~122
“마감이 있어 집중할 수 있고, 마무리할 수 있고, 결과물이 세상에 나올 수 있다. 물론 기껏 써놓은 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고 아쉬울 때도 많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다듬고 다듬는다는 핑계로 품 안에 끌어안고 있다고 해서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날이 오진 않을 것이다. 그저 다음엔 더 잘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한다. 끝을 내야 새롭게 시작도 할 수 있는 법이니까. 그리고 조금 더 나은 다음을 기대해본다.” p126~127
“사실 사람들이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이미지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대부분의 사람은 디지털 노마드의 일보다는 그 외의 모습에 더 많은 괌심을 보인다. 나는 따뜻한 나라의 해변에서 맥주 한 잔과 함께 노트북을 펼쳐 놓고 찍은 사진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바닷바람이 전자기기에 얼마나 해로운데!’ 일하는 장면보다는 한가한 장면들이 강조되다 보니,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환상은 점점 커진다. 디지털 노마드만 되면 세상이 아름다워질 것 같다. 정말 그럴까?” p130
“디지털 노마드의 가장 큰 장점은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인기 있는 도시에는 노트북으로 작업하기 좋은 카페나 코워킹 스페이스가 많다. 일하기 위한 최소한의 환경을 갖춘 그곳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노트북을 펴 놓고 열심히 일하는 디지털 모나드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느린 인터넷 환경, 높낮이가 맞지 않는 의자와 테이블, 부족한 콘센트, 주변 소음 등 집중을 방해하는 것들을 너무나도 많다. 에어비앤비로 한 달 이상 머무는 숙소를 예약할 때면 항상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내 인터넷 속도를 미리 확인한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업로드는 속이 터질 만큼 느린 곳이 많다. 이메일로 파일을 전송해야 한다거나 사진이나 영상을 올릴 때마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 p130~131
“회사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면 현실적인 문제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소속이 없으니 4대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대출도 어렵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들어오던 수입이 똑 끊겨도, 보험료와 각종 공과금 등은 정확한 날짜에 통장에서 쏙쏙 빠져나간다. 막연한 환상만으로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시작했다가 줄어드는 통장 잔고에 불안하고 조급해져 채용사이트를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여러 번 보았다. 정말 이렇게 일하는 방식이 나에게 맞는지 알고 싶다면, 당분간 버틸 수 있는 통장 잔고부터 준비하길 권한다.” p134~135
“잘하려고 애쓰지만, 마음만큼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아니, 사실 거의 대부분의 날들이 그렇다.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생각의 조각들을 차분하게 잘 정리해서 술술 풀어내고 싶은데 마음처러머 쉽지가 않다. 글쓰기는 종종 괴롭다. 실은 글을 잘 쓰지 못하는 내가 괴로운 것에 가깝다. 나는 쓰는 쪽으로는 영 재주가 없는게 아닐까, 한 줄 적는 게 왜 이렇게나 힘들지, 내가 뭐라고 책이라는 걸 써도 되는 걸까, 괜한 글을 써서 귀한 나무나 베어내는 건 아닐까, 누군가 내 글을 찾아서 읽어주긴 할까.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책 한 권을 뚝딱뚝딱 내는 것만 같다. 1년에 몇 권씩 내는 사람들을 보면 놀랍다. 어떻게 다들 그렇게 빨리 글을 쓰는 걸까? 모두가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쪼그라드는 기분이다. 주눅이 든다. 괜히 쓴다고 했을까, 오만 가지 잡생각이 다 든다. 땅꿀을 파고 또 판다.
이 모든 것은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되고 싶은 나는 저만큼 높은 곳에 있는데 내 실력은 그에 너무나도 못 미쳐서 답답한 마음. 열심히 하면 되겠지 싶어 책상 앞에 앉아있어도 글이 술술 써지지는 않는다.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데, 타자 치는 시간보다 모니터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 글 잘 쓰는 방법으로 ‘힘 빼고 가볍게’를 많이들 얘기한다. 그런데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힘이 들어간다. 힘을 잔뜩 주고 쓴 글이 좋을 리 없다. 자연스럽지가 않다. 나답지가 않다. 다시 땅굴을 판다.” -p148~149
“잘하고 싶은 마음, 일에 대한 욕심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괴롭힌다. ‘잘하고 싶은데 왜 안될까, 나는 왜 이 모양일까’ 하는 생각은 곧 슬럼프로 이어진다. 처음엔 자존감이 떨어지고, 그다음엔 일이고 뭐고 다 하기 싫어진다. 이럴 때 필요한 건 기분 전환. 소중한 지인이자 다정한 수다 메이트에게 SOS를 쳤다. 글이 안 써진다고, 일하기 싫다고 투덜대자 그녀가 말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마치 고슴도치 같아요. 뾰족해져서 종종 괴롭기 때문에 살살 안고 가야 해요. 저는 요즘 잘하고 싶은 마음만큼 행동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 자책을 많이 해요. 그러다 문득 잘하려고 하지 않을 때가 가장 잘할 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해야겠다는 압박에서 자유로울 떄, 그제야 정말 잘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러니까 애쓴다고 해서 잘하게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대신 요즘은 뭐라도 하자는 생각을 해요. 그냥 뭐라도 하자.”” -p148~150
“은유 작가는 <글쓰기의 최전선>(메멘토, 2015)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는 나보다 학식이 높은 사람, 문장력이 탁월한 사람, 감각이 섬세한 사람, 지구력이 강한 사람 등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고도 많다. 그런 생각을 하면 기운이 빠진다. 이미 훌륭한 글이 넘치므로 나는 글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내 삶과 같은 조건에 놓인 사람,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나의 절실함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나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또 기운이 난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p152
“”돈을 쓰면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시간을 쓰면 돈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돈을 쓰면 몸이 편하고, 시간을 쓰면 몸이 좀 힘들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여행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어느 정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는 결국 시간을 아끼고 몸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인가 생각이 든다. 반대로 돈을 조금 덜 버는 대신 시간을 쓰고 몸을 좀 움직이며 사는 것은 어떤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가끔은 돈을 아끼기 위해 시간을 쓰고(몸으로 떄우기도 하고), 또 가끔은 몸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 돈을 쓰면서 산다.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하면서 돈도 벌고 시간도 번다. 살아가는 데는 돈도 시간도 모두 중요하니까. 그래도 나는 어쩐지 시간에 조금 더 마음이 간다. 요즘은 최대한 시간을 벌고, 그렇게 번 시간을 좀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한다. 시간 관리를 잘해서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나와 내 사람들에게 넉넉하게 시간을 쓰고 적당히 재미를 채워 넣으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 시간만큼은 부자처럼 쓰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고 느낀다.”
-p171~172
“어떻게 보내든 하루는 흘러가고 그 하루하루가 우리에게 쌓인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매일매일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단점은 작게, 장점은 크게 보는 것. 그리고 많이 표현하는 것. 이것이 우리 부부가 여행하는 방법, 서로를 대하는 방법, 삶을 대하는 방법이다. -p198
“그저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너무 많이 희생하지는 말자고 남편과 자주 이야기 한다. 매일이 행복하지 않은데 나중이라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오늘이 모여 나의 삶이 되는 것인데. 그러니 하루하루를 잘 사는 것이 결국엔 좋은 삶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p213
“살면서 정말 필요한 것은 안전한 울타리가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울타리가 없어지더라도 내 삶을 내가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능력과 마음가짐일지 모른다. 누구든 언젠가는 그 울타리에서 나오게 될 테니까 말이다.” -p259
목차
프롤로그 - 어쩌다 보니 8년째 여행 중입니다
1장 ‘함께’ 여행합니다
2장 ‘함께’ 일합니다
3장 ‘함께’ 놉니다
4장 ‘함꼐’라서 행복합니다
에필로그 - 어디서든, 우리답게 삽시다
*1~3장은 9개의 글이, 4장은 8개의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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