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태스킹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헷갈리면 큰일!
사무실에 불을 끄고 마지막으로 나온 시간이 9시 반이 조금 못 된 시간이었다. 아침에 사둔 단호박 부리또를 저녁삼아 일찍 뜯으며 정신없이 자료를 정리했다. 회사는 밤 9시, 10시, 11시에 복도와 비상등을 제외한 사무실 구역의 불이 자동으로 꺼진다. (가끔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 꺼지면 놀라고 당황스럽다..) 9시에 불이 꺼지길래 타이머를 20분 더 맞춰 놓고 정리를 했으니 9시 반쯤이 맞을 것이다.
내일이 제출 마감인 일이라 오늘 거의 다 끝내놔야 해서 머리에 열이 나도록 멀티태스킹의 강도를 최고로 끌어올려서 작업을 했다. 오전에는 평소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출근해서 얼른 나가서 부리또와 커피를 (드립하지 않고) 사왔다. 시간을 1시간 단위로 블럭을 잡고 집중을 하며 정리를 했다. 너무 앉아서 몰입하면 오후에 힘들기 때문에 바람도 쐬고 몸도 움직일 겸 일부러 점심은 식당에 가서 먹고 왔다.
차분하고 적당히 균형잡힌 원두를 골라서 드립을 하고 (역시 한 잔으로는 부족하다) 오후 정리를 시작했다. 3시까지는 여전히 1시간 블럭을 잡아서 미팅도 하고 보고도 하며 잡혀있던 일정을 지워나갔다. 3시가 지나서 집에서 챙겨온 사과와 방울토마토를 먹고 30분 단위로 업무를 바꿔서 집중하기 시작했다.
노트북을 메인으로 사용하지만 27인치 모니터를 2개 붙여서 쓴다. 27인치 화면에는 각각 절반씩 세로로 면분할을 하여 창을 띄우고 있으니 4+1로 다섯 개의 화면을 보고 있다. 탐색기 창도 있고 메모 창도 작게 있으니 대략 10여 개의 화면을 오가면서 작업을 했다. 헷갈리면 대략 낭패이니 왼쪽에는 오래된 문서를 두고 순서대로 가장 오른쪽에 작업해서 넘길 창을 띄워두었다. ABCD 창을 시간의 흐름으로 연결해 놓고 몇 가지 작업을 오가면서 일을 정리해 나갔다.
머릿속에 일종의 가상 폴더를 만들어서 작업 스케쥴러를 이리저리 처리하는 형태라 방해받으면 안되어서 메신저도 <다른 업무중>과 <방해금지> 모드를 오갔다. 아마 오늘이 일 년 중에 가장 집중하는 날 중에 하루일 것이다. 담당하는 업무의 특성상 미리 준비를 하기에도 어렵고 11월과 12월에 몰려서 할 수 밖에 없으니 고도의 집중을 위한 나름의 방법을 자꾸 생각하고 시도하게 된다. 어제는 윈도우 자동 업데이트까지 방해를 하면서 다섯 번이나 리부팅을 해야 했다. 오늘도 갑자기 리부팅이 될까봐 조마조마 했다.
업무 리스트의 큰 숫자를 끝내고 나면 노트를 새로 정리한다. 머릿속에 연결된 것들을 얼른 리셋하고 다시 정리하는 의식이라고 할까. 하나 끝냈다는 확인을 위해서라고 할까.
퇴근하기 전 정리하는 20분 동안에도 남은 작업과 내일 해야할 일들을 시간 블럭으로 적어두었다. 이렇게 하면 밤새 고민하면서 뒤척이지 않고 꿈자리도 사납지 않게 잘 수가 있다. 머릿속의 생각을 적어서 꺼내두는 것이라 어릴때 부터 들인 습관 중에 하나다.
내일은 출근하면 책상위에 적어 놓은 노란색 메모패드가 할 일을 알려줄테니 얼른 쉬어야겠다. 오늘 하루가 길었는데 내일도 길게 지나갈 예정이다.
20251127. 1,496자를 얼른 쓰고,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