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지 말고 브런치 한 번 해보시는 건 어때요?
제가요?
순간 몰래 써놓은 일기장을 들켜버린 기분이 들었다. 사실 오래 전부터 음식 관련 글을 쓰고는 싶었는데. 자신이 없었다. 내가 음식 이야기를 하면 누가 읽을까.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달콤커피에 앉아 베리큐브를 괜히 뒤적뒤적. 뒤적뒤적. 그러다 드는 생각. 꼭 누군가 읽어줘야만 쓸 수 있는 건 아니지. 내가 좋아하는 거라면.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자리에 앉아서 음식 얘기를 할 수 있다면. 한 번쯤은 해봐도 되겠다는 그런.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이곳저곳에서 밥을 먹는다. 그러다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한다. 맛있다고 느꼈던 밥집은 꼭 다시 가본다. 되도록 혼자서 간다. 왠만하면 핸드폰도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항상 눈이 감겼다.
글을 쓰며 꼭 지키고 싶은 규칙을 정했다.
첫 번째, 혼자서 다섯 번 이상 가본 곳만 쓴다.
한 번 다녀와도 맛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왜 맛있었어?"라고 묻는다면 답할 수 없다. 맛은 주관적이다. 그럼에도 공통분모는 늘 존재한다. 네가 먹어도 맛있음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기 위해선 여러 번 먹어봐야 한다. 정답은 없지만 근사치를 얘기하고 싶다.
두 번째, 왜 맛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한다.
기사를 쓸 때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취재원에게 무조건 물어본다. 취재가 어려울수록 기사는 쉽게 읽혔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조리장이 추구하는 맛이 있을테고 무지한 나는 그걸 알아채지 못하겠지. 그렇다고 바쁜 조리장에게 이것저것 여쭤볼 수도 없는 일.
나름의 방법을 생각해봤다. 여러 번 찾아가서 천천히 음식을 '관찰'하는 것.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알 수 있다. 사소한 재료의 차이가 모여 맛의 변화를 이뤄낸다. 그 섬세한 차이를 잡아내고싶다. (잘 모르겠으니까 일단 많이 먹어보겠다는 뜻)
브런치 제목은 뭐가 좋을까요.
취재원이 말했다. 글쎄요. 아, IT 전문기자의 점심시간 어떨까요. 음. 뭔가 언밸런스하고 좋네요. IT 기자가 음식에 대해 뭘 안다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