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likehuh Dec 14. 2021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저널리즘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이 '평범함'이 되는 세상이 온다면

 #인공지능과저널리즘 #기말레포트


인공지능은 현재 여러 분야에서 크게 두 가지 목표를 위해 개발되고 있다. 첫째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사고’를 완벽히 구현하는 방향이고, 두 번째는 인간이 처리할 수 없는 수준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방향이다. 나는 이 두 가지 모두 근 미래에 기존의 저널리즘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논하기 전에 인공지능의 특성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인공지능의 모든 프로세스는 입력된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이는 곧 현시점에서는 인공지능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디지털로 구현된 데이터에 한정된다는 뜻이다. 덕분에 아직은 인간 기자가 인공지능 기자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분야 (탐사보도 등)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어 모든 저널리즘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점점 많은 양의 현실 정보들이 디지털 데이터화될 것이고, 어느 순간 인간의 모든 활동이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되는 순간이 오면 인간 기자는 더 이상 인공지능 기자에게 정보의 비교우위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메타버스 속 정보들의 양이 늘어난다면 역으로 인공지능이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나는 이것이 시간의 문제이고 필연적으로 언젠가는 우리가 맞닥뜨릴 세상임을 전재로 본 레포트를 작성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이 인간 기자를 대체하거나 어떠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방향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저널리즘을 전개해 나갈 수 있을지 서술하도록 하겠다.


 우선 첫 번째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를 모방할 수 있을 때 언론사들은 인공지능 기자를 하나의 확실한 방향성을 가진 브랜드로서 키워나갈 수 있다. 


 예컨대 모든 언론사는 각각 그들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미리 이를 인지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언론사를 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인공지능에 적용하면 하나의 사건을 놓고 언론사들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듯이 여러 인공지능 기자들이 미리 설정된 방향성을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하여 어느 정도 편향된 시각을 가진 기사를 작성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사들은 이런 편향된 기사를 작성하는 ‘인공지능 캐릭터’를 구축하고 독자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들을 생산해 낼 수 있다. 내가 상상하는 이들의 모습은 얼핏 지금의 여러 인플루언서와 비슷하다. 다만 인공지능 인플루언서는 인간과 달리 의견의 방향성이 한결같은 인플루언서이다. 언론사들은 이들의 성향을 미리 고지함으로서 독자들에게 선택권을 넘기는 방법으로 여러 윤리적인 문제를 피해 갈 수 있다. 이 중 많은 독자의 선택을 받은 인공지능 기자는 하나의 캐릭터로서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 소비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 기자는 각각의 인공지능 캐릭터에 맞는 주제들을 입력하고 생산된 기사를 배포할지 결정하는 판단 주체로서 기능한다.


 두 번째로 인공지능이 인간이 다룰 수 없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을 때 인간 기자는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출해낸 여러 가지 결과들을 재조합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미래에 언론사가 현실이 아닌 데이터 Only의 세계, 메타버스의 사건들까지 다루어야 하는 시점이 왔을 때 큰 힘을 발휘한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야 지금처럼 발로 뛰어 정보를 수집할 수 있지만, 데이터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인간의 몸으로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 이때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여러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툴을 제작한다면 인간 기자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인공지능을 이용해 분석하고 이들을 조합해 새로운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레포트를 작성할 때 실시간으로 원하는 주제의 논문이 준비되는 데이터베이스를 손에 넣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하나의 의구심에서 시작되어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를 거치고 결론을 도출하기까지의 기사 작성 프로세스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단축되고, 기자들은 자료를 수집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능력보다 ‘무엇에 의구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능력을 지금보다도 더 요구받을 것이다. 앞으로 기자들의 능력이 끈기를 가지고 어떤 기사를 ‘뽑아내는지’에서 어떤 제목을 ‘입력하는지’로 전환되는 시기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조금 더 상상을 보태보면, 결국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사의 주도권이 기성 언론에서 데이터 처리 능력의 비교우위를 가진 빅테크 기업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언론사들의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인공지능 기술개발 역량이 메타버스 플랫폼들을 소유하게 될 빅테크 기업을 따라잡기는 힘들기 때문에 기성 언론사들은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 기술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많은 빅테크 기업이 굴지의 언론사들을 흡수하거나 자신들의 언론사를 직접 설립하여 유능한 기자들을 스카우트하는 형식으로 업계가 변화할 수도 있다. (이를 저지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정부에서 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이들의 권한을 분리하는 방법뿐이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개발이 발전한 미래에는 언론사들이 방향성이 응축된 하나의 채널이 아닌 여러 기자 브랜드를 소유한 언론 플랫폼으로 도약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반대로 기자들은 어느 한 언론사에 들어가서 그에 맞는 기사를 작성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본인의 견해를 추종하는 행동력 있는 팔로워를 모으는 것이 저널리즘 업계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것 같다.


(그때쯤엔 오히려 인공지능에게 제공할 현실 정보를 수집하는 저널리즘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꿈을 파는 페스티벌, 투모로랜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