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likehuh Dec 23. 2021

코로나와 함께한 NCT 127 공연

함성과 떼창이 없는 콘서트의 맛

 이번 공연은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열린 공연이었다. 나 또한 근 2년 동안 대규모 공연을 관람해볼 기회가 없었기에 꽤 큰 기대를 안고 갔던 것 같다. 우선 가장 궁금했던 점은 코로나 상황에서의 공연이 어떻게 진행될까 하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거리두기 제한 때문에 모든 좌석이 채워지지 못하고 콘서트의 꽃이라 불리는 함성과 떼창 역시 불가능했기 때문에 아티스트와 관객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지가 걱정이었다.

 

 고척 스카이돔에 도착해서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느낀 첫인상은 '확실히 공연은 만석이여야 흥이 난다'였다. 고척돔의 규모도 한몫하겠지만, 아무래도 거리제한 때문에 좌석의 반밖에 앉을 수 없고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도 양옆에 사람이 없으니 콘서트보다는 좀 더 영화를 관람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돔 형태의 공연장 구조와 함성의 부재, 적은 인원 수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소리의 울림이 더 도드라지게 들려 전체적으로 허전한 느낌이 배가되었다. 좌석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오른쪽 사이드에 앉은 내 위치에서는 유독 베이스의 부밍 현상이 심하게 들려 노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어 더욱 아쉬웠다. 야외나 천장이 뚫려 있는 잠실 경기장에서 진행했다면 훨씬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겠지만 고척돔 특성상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는 듯하다.


 공연을 보는 동안 가끔 그라운드 좌석이나 아티스트를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좌석이 아니라면 오히려 Beyond Live가 좀 더 현장감 있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박수로만 소통할 수 있는 제약이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아티스트의 질문에 대답하고 싶은 관객의 마음이나 정말 오랜만에 함께 소통하고 싶었던 아티스트의 마음이나 모두 얼마나 안타까울지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그런 간극을 메꿔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박수로 호응을 유도해주고 또 화답해주는 NCT 127 멤버분들과 시즈니 분들을 보니 나도 덩달아 함께 박수 치면서 관람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그 많은 사람 중 그 누구도 함성을 지르거나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하지 않고 정해진 규칙을 잘 준수하며 공연을 관람하시는 모습이 놀라웠다.


 NCT 127의 공연 구성은 크게 4파트로 나누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무대를 뽑아보자면 태용의 Moonlight, 쟈니의 샤워씬(?), Love on the floor가 있다. 이들을 꼽은 이유는 우선 연출적으로 쇼킹했기 때문도 있지만 관객들이 TV나 스마트폰으로 볼 수 없었던 콘텐츠를 공연 안에서 잘 풀어내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태용이 등장하는 구조물과 그 전체적인 느낌이 만약 함성만 허용되었더라면 경기장이 떠나가게 함성소리가 울렸을 법했다. 그리고 쟈니의 퍼포먼스와 멤버들이 다 함께 한 Love on the floor도 좀 더 노골적인 언어로 섹시함을 보여주는 느낌이 들어 인상 깊었다. 특히 Love on the floor의 무대 장치가 계속 회전하면서 경사를 만들어 멤버들이 그 위로 슬라이드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항상 해외 공연들을 보며 우리나라가 유독 성에 대한 허용점이 낮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새로운 시도를 통해 부숴나가다 보면 훗날 대중들이 성을 부끄럽거나 저급한 것보다는 예술적이면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인식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오길 바란다.)


 나는 개인적으로 관객이 콘서트나 페스티벌에 갈 때 미디어를 통해 접하던 아티스트의 모습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갖고 가지만, 밖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무언가 특별하고 독점적인,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무의식 중에 기대하고 간다고 생각한다. 무의식이라 쓴 이유는 꽤나 많은 관객이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해보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기대하고 가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관객들에게 그런 경험을 주어 새로운 시야를 트게 해주는 공연들이 정말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관객들이 다음 공연에 재방문할 큰 유인책을 만들어두는 것이니 양쪽이 득을 보는 구조다.


 이번 NCT 127의 공연도 코로나 때문에 아쉬운 부분은 분명 있었지만 오랜 기간 새로운 경험에 목말라있던 팬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도 공연을 진행한 것이 관객의 입장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특수환 환경에서의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와 평생 잊지 못할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럴 것 같다. 비록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무대 장치와 쏟아지는 함성 소리, 뜨거운 열기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각자 제 자리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심인 서로에게 감동받는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 음악산업은 왜 항상 Follower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