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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cud Aug 21. 2023

뉴욕에서 경복궁으로 _ 작업 노트(1)

경복궁의 꿈 The Dream of Gyeongbokgung

경복궁의 꿈

The Dream of Gyeongbokgung


뉴욕에서 경복궁으로


작업은 뉴욕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시작되었다. 타지 생활이 버겁게 느껴질 무렵, 당시 나는 지독한 악몽에 매일 시달렸다. 떨어지고, 깨지고, 부서지는 경험들. 우울은 극한에 다랐고, 초탈하여 좁은 창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 때 다급히 걸려온 전화 한통. 엄마였다. 걱정 가득한 떨리는 목소리로 나의 안부를 물었고, 그 바람에 나는 내 지독한 결심을 접을 수 있었다.

 

  귀국 후, 이듬해. 나는 고향이 주는 안정감에 몸과 마음은 회복되었다. 나는 경복궁 근처, 사직동에 자리를 잡았다. 왜 그 곳이어야만 했는지, 당시 나에게 물을 길이 없지만, 아마도 내게 가장 안정감을 주는 곳이었으리라 짐작된다. 걸어 10분, 경복궁은 내 산책터였고, 매일 같이 방문 도장을 찍었다. 광화문 화강암 궐각은 높았지만, 하늘을 가리진 않았다. 뉴욕의 마천루 사이에 갇혀, 잊고 있던 하늘을 되찾았다.


 경복궁은 법궁으로, 그 준엄함과 장엄함은 때로 인간적이지 않다 말하지만, 그러한 감상은 역사의 변화 흐름에 상대적으로 인간적인 공간이 되어버렸다. 콘크리트 정글 속 나무와 돌로 이루어진 공간은 친근한 마저 느끼게 하였다. 

 

 길지 않은 타지 생활이었지만, 정체성을 흔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사용 언어가 다르고 주변 풍경이 달랐다.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생각의 뿌리부터 흔들렸음을 의미했고, 풍경이 다르다는 것은 생소한 감각 속으로 내던져 짐을 의미했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다소 사춘기 스러운 질문이 당시 시작되었고, 당시 나는 상징이 간절히 필요했다.

  

  경복궁은 비록 조선의 궁궐이었지만,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뿌리적 정체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선 총독부 폭파는 단순히 과거 지향적인 배타적 민족주의의 발현이 아니라, 잃어버린 한국의 정체성을 발굴해나가는 과정의 일환이었다. 당시 내게 경복궁은 '상징'이 되었고, 무의식 저 아래에 하나의 정체성을 형성했었다. 


 이후 나는 문화재와 한옥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문화재란 무엇이고,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문화재는 '집단의 기억'이다. 그리고 한국 문화재는 '한국인의 기억'이다. 비록 직접 경험하지 않은 과거이지만, 우리는 과거의 흔적과 기록들을 통해, 기억을 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기억들은 정체성을 형성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나침반으로써.


기억과 꿈


 흔히들 몽상과 망상을 세밀하게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묶는다. 즉, 꿈이란 것은 헛된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기억으로서의 꿈을 말하고자 한다. 꿈은 기억을 강화하고 보존하며, 상호 의존 관계에 놓여있다. 즉, 기억이 없는 자는 꿈을 꿀수 없으며, 꿈을 꾸지 않는 자는 망각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내가 정체성의 위기에서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비록 그것이 악몽이라 할지라도, 나는 꿈을 통해 기억을 되새김질 하려 하였다. 


경복궁의 꿈


  가제, <경복궁의 꿈>은 폐장시간에 맞추어 상영될 것으로 염두해 두고 제작하였다. 본래는 3분 1초 분량의 영상으로 제작하려 하였으나, 제작 역량과 기간의 제한으로 50초 정도의 짧은 영상으로 압축되었다.



<꿈> _ 3분 1초 _ 초기컨셉

가제 <경복궁의 꿈>  _ 50초 _ 2차 컨셉

 초기와 2차 컨셉 모두, 최초 장면에서는 실제 경복궁 장면을 묘사하고, 중간에 경복궁의 꿈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단순한 구성으로, 관람자가 꿈으로 추측할 수 있는 단서를 마련한 셈이다. 


스냅샷 _ 3초 단위

 총 9개의 꿈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컨셉은 다음과 같다. 


1) 떠다니는 섬 Floating Island 

2) 북극의 속삭임 Whisper of Artic

3) 용궁 Underwater Dragon Palace

4) 닿을 수 없는 지평선 Untouchable Horizon

5) 흔들리는 오색 폭풍 Quivering Five-color Storm

6) 일월오봉도 Illwalobongdo

7) 바람이 불어오는 곳 Where the Wind Blows

8) 아마겟돈 Armageddon 

9) 봄이 오면 When Spring c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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