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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cud Jun 27. 2023

[작업일지] <근정전의꿈> 6월 26일

폭풍장면 storm scene

6/26 작업일지


폭풍 장면storm scene 작업


   “근정전을 비롯한 소위 문화재들은 이미 한번 생애를 다하였다. 망국의 궁궐로 일제 치하 총독부의 그늘에 묻혀있다, 광복 50년, 관을 부수고 다시금 소환된 근정전은 부두술사-국가의 부름에 재 소환된 좀비가 된다. 조종하는 이가 잠들 무렵, 근정전은 의식을 찾지만, 그것은 코마와 다를 것 없다. 근정전의 꿈, ‘폭풍’은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는 좀비-마왕 근정전이다“

개요


1.1 _ 날씨를 표현하는데 있어 극적인 장치를 도입하고 싶었다. 고난과 격동의 세월을 견뎌온 근정전의 모습을 담고 싶다.

1.2_ 왜인지 슈베르트의 마왕이 떠올랐다. 중학교 음악시간에 처음 접했던 마왕의 멜로디에 대한 시각적 심상은 폭풍우 치는 밤, 초원길 사이를 내달리는 아버지와 불안을 떨칠 수 없었던 아이의 모습이었다. 말발굽 소리와 고조된 긴장감을 연주한 멜로디의 고조는 깊은 인상을 남겼고, 나에겐 폭풍에 대한 개인적 클리셰를 형성하였다.

1.3 _ 그러나 정적인 화면에서 인물이 등장하는 서사를 담아내기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였고, 상징적인 소재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21072699266
   

슈베르트/괴테 ‘마왕’


내레이션 / 아버지 / 아들 / 마왕



Wer reitet so spät durch Nacht und Wind?


차가운 바람이 부는 이 어두운 밤에 말 타고 가는 이 누구인가?



Es ist der Vater mit seinem Kind;


그들은 아버지와 아들이었다네.



Er hat den Knaben wohl in dem Arm,


아버지는 아들을 감싸안고 간다네



Er faßt ihn sicher, er hält ihn warm.


안전하고 따뜻하게 안고 말을 달린다네



"Mein Sohn, was birgst du so bang dein Gesicht?"


"아들아, 왜 그렇게 떨고 있느냐?"



"Siehst, Vater, du den Erlkönig nicht?"


"아버지, 저기에 마왕이 보이지 않으세요?"



"Den Erlenkönig mit Kron' und Schweif?"


"금관을 쓰고, 망토를 두른 마왕이?"



"Mein Sohn, es ist ein Nebelstreif."


"아들아, 저건 그냥 자욱한 안개일 뿐이란다."



"Du liebes Kind, komm, geh mit mir!


"귀여운 아이야, 어서 나와 함께 가자꾸나!



Gar schöne Spiele spiel' ich mit dir


함께 재밌게 놀자꾸나.



Manch bunte Blumen sind an dem Strand"


바닷가에는 화려한 꽃들이 피어있고



Meine Mutter hat manch gülden Gewand."


내 어머니도 황금빛 옷을 입고 널 반기고 있단다."



"Mein Vater, mein Vater, und hörest du nicht,


"아버지! 마왕의 이 소리가 들리지 않으세요?



Was Erlenkönig mir leise verspricht?"


마왕이 내게 조용히 속삭이는 소리가?"



"Sei ruhig, bleibe ruhig, mein Kind,


"진정해라, 아들아. 걱정 말거라,



In dürren Blättern säuselt der Wind."


저건 마른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뿐이란다."



"Willst, feiner Knabe, du mit mir gehn?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가야, 나랑 같이 가지 않으련?



Meine Töchter sollen dich warten schön,


내 딸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Meine Töchter führen den nächtlichen Reihn


내 딸들이 밤마다 축제를 열자고 하는구나.



Und wiegen und tanzen und singen dich ein.


너를 위해서 밤마다 춤추고 노래를 부를 거란다.[1]



"Mein Vater, mein Vater, und siehst du nicht dort


아버지, 아버지, 보이지 않으세요?



Erlkönigs Töchter am düstern Ort?"


저 음침한 곳에 서 있는 마왕의 딸들이?



"Mein Sohn, mein Sohn, ich seh' es genau:


아들아, 아들아, 내가 확실히 보고 있단다.



Es scheinen die alten Weiden so grau."


저건 단지 잿빛 바랜 버드나무 가지일 뿐이란다.



"Ich liebe dich, mich reizt deine schöne Gestalt,


너무 사랑스럽구나, 너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했단다.



Und bist du nicht willig, so brauch' ich Gewalt!"


네가 나한테 오기 싫다면, 억지로라도 데려가겠다!



"Mein Vater, mein Vater, jetzt faßt er mich an!


아버지, 아버지, 마왕이 저를 붙잡아요!



Erlkönig hat mir ein Leids getan!"


마왕이 저를 아프게 해요!



Dem Vater grauset's, er reitet geschwind,


아버지는 공포에 질려 급하게 말을 달렸네,



Er hält in Armen das ächzende Kind,


신음하는 아이를 팔에 안고서



Erreicht den Hof mit Müh' und Not,


고생 끝에 집에 도착했더니,



In seinen Armen das Kind war tot.


아들은 품 속에서 죽어있었다네.


2.1 _ ‘마왕’에는, 해설자, 아들, 아버지, 마왕이 등장한다. 사실, 마왕의 독일어 원제는 ‘Erlkönig’으로 ‘요정왕’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흔히 알려진 마왕의 이미지 보다는 초자연적인 존재로서의 ‘저승사자’로 이해할 수 있다.

2.2 _ 아들은 원인 모를 병으로 사경을 헤매며 극심한 불안속에서 환영을 본 것일 수도, 혹은 병마의 현신(Presence)을 마주한 것일 수도 있다.

2.3 _ 아버지는 그러한 아들의 불안을 달래며, 아들의 구원을 간절히 바란다.

2.4 _ 마왕과 마왕의 딸은 아이를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해 아이에게 ‘아름다운’ 환상을 보여주며 유혹한다. 달콤한 말이지만, 아이는 그 말에 더욱 불안을 느낀다. 그럼에도 유혹에 넘어오지 않는 아이를 향해 마왕은 폭력적이고 강압적으로 아이를 데려 가려한다.

2.5 _ 한편, 아이의 아버지 역시 불안하지만, 애써 침착하며, 의연하게 아이를 달랜다. 세사람의 교차하는 각기 다른 목소리들은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아버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심리는 마왕에게 잠식당하고, 집에 도착하여 말발굽 소리가 멈추었을 무렵, 아이는 아버지에 품에서 숨을 거둔다.

2.6 _ 이 시는 죽음에 대한 환상과 감추어진 불안을 그려내고 있다. ‘

2.7 _ 마왕은 폭풍과 함께 다가와, 여러 형태로 불안을 고조 시킨다. 처음 아이의 눈에 마왕은 ‘금관과 망토를 두른’ 존재로 보여졌지만, 아버지의 눈에는 그저 ‘자욱한 안개’로, ‘마왕의 속삭임’은 ‘마른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로 ‘음침한 곳에 서있는 마왕의 딸들’은 ‘잿빛 바랜 버드나무 가지’로 대응된다.

2.8 _ 폭풍은 죽음을 암시하는 배경적 장치일 뿐만 아니라, 보편적 상징에 기댄 죽음을 형상화한 이미지다.



3.1 _ 경복궁 근정전을 비롯한 국가적으로 지정-등록된 문화재는 이미 그 본래의 쓸모가 다한 대상이다. 죽음에 관한 정의 중, 사회적-관계적 차원에서 문화재는 이미 한번 죽음을 맞이하였다. 근정전은 조선왕조의 멸망과 함께, 그 쓰임이 다하였으며, 일제치하에는 총독부의 그늘에 가리우고, 오늘날에는 관광과 교육을 위한 관람 대상의 존재로 전락하였다.

3.2 _ 하지만 현 국가 정부의 역사적 정통성과 민족 통합을 위한 기제로, 억지 수명을 부여받는다.

3.3 _ 근정전은 그렇기에 늘 악몽을 꿀것이다. 이미 한번 맞이한 죽음, 그리고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좀비’ 로서, 다시 한번 살아 보겠다는 희망과 상처로 남겨진 죽음에 대한 공포, 불안은 늘 근정전을 괴롭힌다.

3.4 _ <근정전의 꿈> _ ‘폭풍Storm_마왕Erlkönig’ 은 좀비-근정전을 그린 장면이다.


   

장면 구성


4.1 _ 불안감을 야기하는 사선 구도(뭉크의 절규 등)를 적극 사용하려 한다.

4.2 _ 날씨와 장소는 퐁풍우치는 초원이며, 몇가지 상징적 오브제들이 서사를 암시하고, 구도와 인상을 형성한다.

4.3 _ 마왕을 상징하는 금관과 망토는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좋지만, 해바라기로 대체해보았다.

4.4 _ 안개보다는 흩날리는 빗방울들의 수막으로 시야를 가려보았다.

4.6 _ 세찬 바람과 천둥 번개는 근정전에 강한 명암을 드리우며, 음산하고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첫 렌더
잔디 습작


두번째 렌더
세번째 렌더
네번째 렌더 _ 주변 지물 추가


다섯번째 렌더
6/26 까지 렌더 (날씨 없음)


날씨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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