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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븐 Jun 19. 2021

어깨가 망가졌다

<인생의 중간즘> 자연스러운 쇠퇴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오른쪽 어깨와 몸의 연결 부분에 통증이 조금씩 느껴지더니, 오르락내리락하던 통증에 워드 작업을 멈춘다. 잠시 몸이 굳어져서 그런가 싶어 어깨를 두드려보고, 돌려 보다가 다시 워드를 치기 시작한다. 일에 몰입하다가 보니 통증도 잊고 모니터와 싸우다 보면 하루가 다 가고 내일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잠들고 만다. 그러나 불안감은 다른 방식으로 나에게 경고를 독려했다. 당뇨가 나를 찾아와 삶의 대변혁을 초래했고, 나의 육체와 영혼을 송두리째 의심을 해 봐야 한다는 시그널을 던졌다.


'40대 중반인데 벌써 오십견인가'

자투리 시간이 생길 때마다 검색으로 정보를 취합해 본다. 팔로 하는 운동은 최근엔 전혀 하지도 않았다. 업의 특성상 워드를 많이 치는 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생한 통증인가 해서 연계 검색도 해 보았다. 심각한 것은 날이 갈수록 더 통증이 심해져 갔고, 뒷짐을 지거나 손을 어깨 이상 높이로 올리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병원은 정말 무섭고 가기 싫은 곳이다. 솔직히 주사가 제일 겁난다. 그래서 웬만한 건강 문제는 병원에 가지 않고 몸으로 때워왔다. 그런 내가 당뇨에 이어 바로 어깨 통증에 못 견뎌 스스로 병원을 찾아간 것이다. 통증 전문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아 보니,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어깨 인대의 기능이 떨어져 파열 및 출혈이 생긴 것이 원인이라고. 덕분에 생각지 못한 어깨 주사를 그 자리에서 4대나 맞고 영혼이 파괴되어 침대에 묻혀 있었다. 그래도 마음은 편해졌다. 빠르게 조치는 취해진 것 같고, 나아질 것이라는 소견을 의사에게 들으니까 불안감은 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한 편으로 피식 웃음이 났다. 아, 진짜 이제 몸이 급격히 쇠퇴하는구나.


이게 굉장히 웃픈 게, <나이 들어 찾아온 자연스러움>이라는 원인이다. 의사가 말했다. 40년 이상 썼으니 이제 조금씩 망가지는 신호들이 온다고...당뇨 진단받으면서 상담한 담당의사도 일맥상통하는 얘길 해 주었다. '40대까지 맘대로 살았죠? 이제 더는 못 참은 몸이 자연스럽게 경고를 보내는 거예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약간의 어깨 통증이 남아 있다. 어깨 통증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곧 다 낫겠지. 그런데 자연스럽게 다른 게 찾아 올 수도 있겠다. 그럴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 그리고 그게 자연스러운 나이라는 걸 알았다. 부끄럽지만 다짐을 해 본다. 일하면서 많이 소홀했던 몸의 대한 예의를 하나씩 찾아야겠다고. 만보기 어플을 깔고, 조깅하고, 계단을 더 많이 올라가고, 먹는 것을 관리하자. 자연스럽게 경고가 또다시 오지 못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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