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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작가 Oct 04. 2022

좌충우돌 나의 한국 적응기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나의 한국 적응기

어느새 한국에 돌아온 지 8개월이 다 되었다. 

다행히 돌아온 지 얼마 안돼서 계약직이지만 내가 가고 싶었던 기업에 입사를 할 수 있었고, 

30대의 첫 커리어로는 꽤 괜찮은 스타트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달라진 한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는 게 어느 정도 불편한 점들이 있어서 

혹시 해외 생활을 몇 년 정도 한 사람이라면 내 이야기에 어느 정도 공감해줄 사람이 있을까 싶어 

한 번 정리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1. 나의 호주 생활 3년은 한국에서는 30분짜리 이야기보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ㄴ 호주에서 다양한 외국인들과 부딪히며 열심히 배웠던
나의 영어가 이곳에서는 토익이라는 숫자로 나타나는 자격증이 아니면
아무 쓸모가 없는 능력이라는 것에 굉장한 허탈감이 생겼다. 


물론 이건 내가 영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 업종에 종사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낯선 외국인에게 말을 걸면 신천지 취급을 받는다.

호주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밝게 경계 없이 인사 나누던 것과 대비되게
한국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일단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굉장히 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추가로 내가 호주에서 쌓았던 추억들은 타인에게는 소음으로 들리는 듯하다.
마치 "아 이 사람 호주에서 3년밖에 안 살았으면서 온갖 자랑을 떠드는구나"
이런 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라 호주 얘기를 꺼내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때 딱히 골프나 스포츠 그리고 게임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나눌만한 대화가 없어서 호주에 가기 전보다 확실히 할 말이 없어진 것 같다.

나에게 3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보면 인생의 한 챕터 이상인데,
이런 걸 이해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2. 호주의 물가는 비싸도 임금이 커버를 해주지만, 한국의 물가는 비싸도 임금이 커버를 못 쳐준다. 


ㄴ 호주의 물가가 비싸다고 생각을 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세금이 조금 비싸다는 생각은 했어도 한 달 풀타임으로 일하면
어느 정도 저축이 될 정도의 생활이 가능했기에 크게 불만은 없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무리 벌어도 저축이 안된다. 도무지 저축이 너무 어렵다.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는데 임금은 전혀 오를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생필품 먹을 것들을 좀 사다 보면 저축할 돈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3. 명상 리듬이 자주 깨지고, 책을 읽는 행위에 집중하기가 매우 어렵다.


ㄴ 호주에 있을 때는 이따금씩 들리는 새소리가 집에 있어도
자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줬는데,
여기서는 이따금씩 들리는 오토바이 소리 때문에 명상에 집중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책 한 권 읽는 게 너무나 힘든 일이 되어
버린 것 같아서 다시 독서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유튜브나 인스타 같은 쇼츠 영상을 끊기가 좀처럼 힘들다.

자꾸 책을 읽다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그래서 책 내용이 제대로 머리에 안 남는다. 난독증에 걸린 것 같다. 


4. 어디를 가던 사람이 너무 많다. 


ㄴ 어디를 가던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국내 여행을 가기가 매우 꺼려진다.
숙박 요금은 왜 이렇게 비싼지, 

확실히 숙박요금은 호주가 한국보다 저렴한 것 같다.

1박에 40만 원 하는 곳이 만실이 된다는 게 내게는 너무 충격이었다.
내가 돈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들이 돈이 많아서 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숙박비에 비용을 쓰는 걸 보면 정말 한국에 엄청나게 많은 부자들이 있는 것 같다. 


5. 나 빼고 다 돈이 많은 것 같다. 


ㄴ 한국에서 요즘 가장 유행하는 키워드는 골프와 다이닝 인 듯하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골프를 좋아하는 나라인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조만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골프선수를 배출할 것만 같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다이닝 문화는 조금 실망스럽다. 


여기저기서 유명하다고 저기는 꼭 먹어봐야 한다고 해서
가보면 생각보다 맛있는 곳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유명한 음식점보다는 조금
허름하고 덜 알려진 단골집에서 먹는 걸 선호하는, 

방송매체의 영향으로 그런 음식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오래된 단골집이 한국에 없는 사이에 유명해져서 다시 가보니
예전 맛을 그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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