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의 매력에 대해서
태어나 처음으로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게 되었다.
생각만으로 한번 가야지
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실행에 옮겨버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1박 2일인 것 같다.
내가 다양한 절들 중에서
전등사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먼저 말해야겠다.
강화도에 거래처 미팅이 있어서
오게 되었는데 마침 옆에 전등사라는
관광지가 보였다.
시간도 많이 남았고 호주에서
자주 했던 명상을 다시 끄집어낼 겸
들렀는데 정말 잊지 못할 풍경에
엄청나게 매료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그날을 잊지 못하고 약 두 달여간을
고민한 끝에 결정을 해버렸다.
내가 예약한 날은 10월 4일이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오는 탓에 날짜 변경을
요청드렸다.
운이 좋게도 10월 8일에 방이 하나 빈 덕에
변경할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었다.
역시 연휴라서 그런지 차가 너무 막혔다.
원래는 1시간 반이면 오는 거린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어리석게도 이 날이 전등사
축제날인 것도 모르고
냉큼 이 날짜로 변경해버렸다.
엄청나게 많은 인파들이 모였다.
축제 날이라서 그런지
주차도 쉽지 않을 뻔했는데
처음에 안내받았던 템플스테이 주차장이
행사장으로 쓰이는 바람에
성문 앞에 주차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은 비가 왔지만 다행히도 토요일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차가 조금 막히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은 하루였다.
객실을 배정받고 수련복을 입었다.
수련복 바지가 너무 가볍고 좋아서
따로 구매해서 가고 싶었는데
동절기 구매가가 조금 비싸서 포기했다.
전에 잠깐 방문해서 읽어봤던 책이 있었는데
너무 어려워서 마침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져 있는
불교서적이 있길래 한 권 구매했다.
예불 안내를 받고 저녁 공양을 했는데
말린 고구마 같은 음식에서 오징어 맛이 났다.
고기 없이 야채로 고기 맛을 낸 것 같이
담백하고 맛있었는데 덕분에 기회가 되면 사찰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워보고 싶어졌다.
저녁 예불을 드리고 나가는데
독일인 친구가 108배를 했다길래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108배를 저녁예불에 한번
아침 예불에 한번 총 두 번을 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무릎이 매우 아팠지만
나름 버틸만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순간은 타종이었는데
스님의 법고 두드리는 소리가
난타 저리 가라 였다.
가슴이 웅장 해지는 울림이었다.
종은 정말 엄청나게 소리가 컸다.
직접 쳐볼 수 있게 해 주셨는데
타종 후 종에 손을 갖다 대니 그 울림이
온몸에 전해졌다.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고
일요일이 되었다.
잠은 8시에 잠들어서 12시에 깼다.
잠이 안 와서 명상도 하고 책도 봤지만
아침 예불 시간까지 잠이 안 와
4시간 동안 나름의 시간을 보냈다.
예불이 끝나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걱정은 하나도 없다.
그저 비 오는 소리와 풀냄새가
귀와 코를 자극해서 그동안
못 맡았던 푸른 냄새를 마음껏 맡을 수 있었다.
난 그저 명상을 할 때
마음과 머릿속을 비우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정의 내려야 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안 보려고 노력했는데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자꾸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걸 느꼈다.
이로 인해 내가 얼마나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끊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약사여래, 관세음보살, 명부전 등
이렇게 많은 신들이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특히 전등사 관세음보살은
국가 보물로
취급되어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는데
온화하신 구릿빛 모습을 보자
왠지 모를 위로감이 느껴졌다.
템플스테이로 하루 만에 무언가를
깨닫고 가기에는 무리였지만
확실히 그동안 못했던
명상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