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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작가 Dec 11. 2022

오월동주, 吳越同舟

적과 한 배를 타다.

종호 씨,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합니다.
그런 거 하나도 제대로 처리 못하십니까?


웃으면서 사적인 대화를 나눌 때까지도 동지인 줄 알았다.

동반하여 성장하는 좋은 파트너.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꽤 높은 매출을 달성하여 만족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 모든 게 착각이라는 걸 알게 된 건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였다.


3개월 동안 업주와 사적인 대화들 까지 나누며 나의 인생관에 대해서 까지 

거의 일주일에 3번은 한 시간 이상 통화하며, 나의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비했다.


매출도 잘 나왔고, 누가 봐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그런데, 업주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다.

그 사람은 이렇게 얘기했다. "단두 대위에서 칼 춤을 추는 듯하다."


광고비가 터무니없이 높다고 느낀 업주는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진행했던 광고를 자기도 모르게 넣었다며 노발대발 화를 냈다. 

내게는 녹취도 있었고 계약서도 있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노발대발 화를 내는 업주에게 그 모든 증거들은 

무의미한 데이터 그 외의 것이었다.


처음으로 영업이 진절머리 난다고 느꼈다.

사람 취급을 못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서러워 눈물이 났다.

그렇게 어찌어찌 기간을 채워서 다른 담당자에게 그 업장을 넘기게 되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팀장이 나에게 던진 말은 왜 그거 하나 케어 못 하냐는 꾸지람뿐이었다

"그래, 내 잘못이지 이런 거 하나 케어 못하는 건 프로 답지 못해."라고 생각해도 

도무지 억울한 마음이 풀리지가 않았다.


이후, 다른 업장에 미팅을 하고 있을 때 경쟁사 담당자를 만나게 되었다.

홀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누군가가 나 말고 더 있다고
생각하니 반가워서 얘기가 나누고 싶어졌다.


명함을 건네었더니, 커피를 사줬다.

공교롭게도 나랑 동갑인 친구였고, 나와 같은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친구였다.


내가 힘들어했던 그 업장에 대해 얘기를 했더니 매우 반가워하며

자기 쪽에서도 꽤 유명한 업주라고 했다.


힘내라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 그 업주가 정말 사람 지치게 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말해주었다.


경쟁사 직원으로부터 위로를 받다니..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본인이 5년 간 그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한 번도 우리 쪽 담당자하고 친하게 지낸 적이 없었는데


먼저 명함 건네주어서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다른 배를 타고 있지만 가끔씩 서로의 배를 오가는 사이가 되었다.

가끔은 오월동주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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