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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작가 Jun 11. 2024

실패와 방황을 용서하지 않는 사회

공백기.. 가지지 말아요.. 

나는 작년 11월에 숙박 플랫폼 업체에서 근무를 하다 퇴사를 했다. 

어차피 계약직이었기 때문에 사실 아쉬운 건 나뿐이었을 것이다. 


퇴사한 이유를 요약하자면 신규 제휴 업무는 

지금까지의 성적으로 봤을 때 조직에 도움이 되는 직무는 아니라는 의견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직은 조금 더? 중요한 영업 관리 직무를 하는 부서에 통합이 되었다.

계약직 직원이 정규직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조직에 통합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사실 그전에 같은 회사 다른 부서에 5번이나 지원을 했지만, 매번 탈락의 고통을 맛보고

나와 함께 일하던 동기가 다른 부서에 정규직으로 

취업되는 보면서 이미 자존감은 나락을 향해 가고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안 풀린 적이 없었는데, 나름 자신 있다는 직무에서조차 

인정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니 서러움이 밀려왔다. 


아직 6개월 정도가 남은 시점에서 계약을 채우자니,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그래서 마치 쫓기듯이 완전히 통합 과정이 끝나버리기 전에 퇴사를 해버렸다. 


이렇게 된 김에 코딩 공부를 해보고 싶었고 찍먹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부트캠프에 들어갔다.

6개월 과정인데, 3개월 정도 진행을 해보니 도저히 내 머리로는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4개월 차부터는 부트캠프를 그만두고, 낮에는 배달을 하고 저녁에는

방송통신대학교에 진학하며 독학을 하기로 했다.


어영부영 그렇게 5개월 정도가 지나자 위기를 느낀 나는 무려 한 달간 13번의 면접을 보았다.

그 13번의 면접을 볼 때마다 빠지지 않고 받았던 질문이 공백기에 뭐 했느냐였다. 

솔직히 그걸 단편적으로 답변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호주에서 살았던 3년의 경험이 경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현재도 약 6개월 간 공백이 있었으니 

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라고 생각할 것이었다.


그동안 4곳의 업체에서 오퍼레터를 받았지만, 좀 더 일해보고 싶은 기업을 위해 거절을 했고

막상 일해보고 싶은 곳에서는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결국 백수생활이 이어지게 되었다.


뭐.. 그래도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런 회사도 있구나, 이런 직무도 있구나, 

이런 질문에는 이렇게 답해야겠구나, 이런 게 나의 약점이구나 뭐 이런 인사이트들도 많이 얻었다. 


특히, 최종 면접 후 탈락했을 때 받아 뒀던 해당 회사의 인사팀장님께 직접 이메일을 보내본 경험은 매우 뜻깊은 시도였던 것 같다. 


어딘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락을 통보받으니 조금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 이메일을 보냈다.



신기하게도 담당 인사팀장님께 직접 전화가 왔고, 

다행히 정확한 이유를 말씀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다. 


보통 다른 기업은 no-reply로 오기 때문에 질문도 불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라, 

이유에 대해서 상세하게 듣기 어려웠는데 자세하게 답변 주셔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런 작은 정성 하나가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바꿔주는 것 같다. 


다른 포지션도 제안을 주셨지만, 출퇴근 거리가 너무 멀어서 일단은 포기하기로 했다.


결론은 공백기는 아직도 답변을 하고는 있지만, 그걸 이해해 주는 

인사담당자가 있고 이해하지 못하는 담당자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보면 확실히 우리나라는 "쉼"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나 부정적이고 

"실패"라는 것에는 용서가 없는 어떤 새로운 "도전"과 "탐구"에 대해서 기계적으로 

"결함"으로써 바라보는 자세가 있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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