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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없는 학습지 전단지를 받아 들고

by 로다비

오후에 아이와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
아이의 학교 앞에 서 있다 보면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는 짐이 많아지는 걸 예전부터 싫어한다.
그런데 준비성은 철저한 편이다.
그러니, 정말 꼭 필요한 것만 들고 다니고 싶다.

내 필요에 의해 긴 것과 아닌 것을 선별해
가방을 꾸리고 싶은데, 자꾸 노 깜빡이로 끼어드는 전단지는 내게 있어 너무나 불쾌한 불청객인 것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그까짓 거 뭐 그리 복잡해. 그냥 버리면 되지.

앞에서는 받고, 바로 뒤돌아서 땅에 버려버리는 일이
나는 마음에 걸린다.
그렇게는 영 손이 펼쳐지지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얼결에 받아 든 전단지를 꼬옥 쥔 채로, 결국 집까지 들고 오고야 마는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공짜로 주는 전단지 하나를 받는 데도 마음이 움직여야 하는데,
누군가 내 책을 기꺼이 사준다는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이고,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새삼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오늘은 전단지를 손에 받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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