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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이 느린 아이

by 로다비

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부모에게서 그리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던 아이였다.

감정을 표현할 줄 몰랐던 아이는
며칠이고 삐치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형제가 많았다.
그래서 그 아이가 마음이 상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
어쩌다 누군가 알아채더라도
입을 꾹 다물고 속으로만 삼킨 어린 마음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이는 없었다.

그 아이는 점점 자신만의 견고한 성을 쌓아 올렸다.

그렇게
예순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흘렀다.



한 번은 믿고 의지할 만한 좋은 선배를 만난 적이 있었다.
본받고 싶었고, 존경하고 따르고 싶었다.
선배는 가진 것 하나 없던 청년에게
좋은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너무 선한 사람은 하늘에서도 필요하대.”
그 말이 사실이었을까.
어느 날, 선배는 자판기 커피 한 잔도
다시는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날 이후 청년은
속으로만 앓고 또 앓았다.
“이렇게 빨리 가버릴 줄 알았더라면
감사하다는 말,
그때 꼭 했을 텐데....”

그는 오랫동안 아파했다.
혼자서 눈물 흘렸다.

그러다
사랑했던 아내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는 또 후회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정말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잘해줄 걸.’



그런 아버지를 보며 나는 생각한다.

언제까지
떠나간 사람들의 뒷모습에 대고
혼자 눈물 흘리기만 하실 건가요.

그렇게 후회하고, 그렇게 안타까우시다면_
이제는, 정말 그러시다면_
당신 곁에 ‘아직’ 남아 있는 사람,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살아 있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지금을 살고 싶다.


안타깝다.



출산에는 예정일이 있지만
죽음에는 예정일이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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