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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보미 Aug 17. 2018

5개국어 구사자가 나누는 외국어 잘하는 팁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모국어인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스와힐리어까지 총 5개국어를 구사한다. 영어는 네이티브 수준, 스페인어는 우리나라의 한국어 유창한 외국인 (예를 들면 비정상회담 패널) 수준, 중국어와 스와힐리어는 캐주얼한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우선 나는 2006년 미국 미시간주에서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해 현지 생활을 1년 했고, 이후 미국에서 필수과목이라 배웠던 스페인어에 매력을 느껴 2013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오페어 겸 어학연수로 8개월을 보냈다. 그리고 중국 북경에서도 학원강사 일을 하면서 1년간 생활했다.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두 번, 각각 3개월씩 한 프로젝트의 통역으로 일을 하러 갔고, 2017년에 돌아가서는 6개월 간 유엔공보센터에서 커뮤니케이션 담당으로 근무했다. 이렇게 나는 순전히 한국에서만 해당 언어를 공부한 것이 아니라 각 나라에서 일정기간 생활을 했다는 점을 미리 알려주고 싶다. 그렇지만 모두 1년 미만의 기간이며, 이 시간은 본인이 그 언어를 배우기 위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노력을 하는지에 따라 마스터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간신히 인사말만 터득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미국에서 1년 살았다는 말을 듣고, 한 미국 친구가 해준 말이 생각난다. "1년 밖에? 나 너 여기서 태어나거나 입양된 줄 알았어. 캘리포니아에는 거기서 10년을 살았어도 영어 잘 못하는 사람도 많거든." 그러니 다시 말하지만, 외국 거주 기간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본인이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의식해서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jeqXpG_1sQY

서론이 길어졌다. 어쨌든 나는 현재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분들이 외국어 잘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꽤 꾸준히 요청해주셔서, 이 참에 아예 나에게 도움되었던 방법을 모두 쥐어짜내어 글로 남겨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크게 나누어서, 1) 외국어를 배울 때 필요한 마음가짐 2) 뻔하고 재미없지만 유익한 방법들, 그리고 3) 재밌으니 일상에서 마구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이 글을 쓰고나서 스페인어 채널에 아예 영상으로도 만들어보았다! 같은 내용이지만, 영어로 3개국어 자막과 함께 보고싶으시다면 다음링크로 고고!


https://www.youtube.com/watch?v=7UFeZqhXIz8

외국어를 배울 때 필요한 마음가짐

난 이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

그 언어를 배우는 동안은 아예, 자신은 그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최면을 거는 것이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단순히 표기법과 발음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 사람 한 명을 내 안에 가져다놓는 것이다. 그 언어를 배우는 순간부터 어떻게 하면 최대한 그 나라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까 생각하며 그들을 잘 관찰하면서 사소한 발성, 추임새, 몸 동작, 표정, 심지어 자기최면에 도움이 된다면 외모까지 그 나라 트렌드에 맞춰 따라해보는 것도 좋다. 어떻게 보면 연기하는 것과도 같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나를 교포라고 착각했던 미국 친구 에피소드를 언급했는데, 이처럼 그 한 마디 "너 여기서 태어난 거 아니었어?"를 듣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외모를 보고서가 아니라 한참 대화를 나눈 후에.) 나는 지금까지 미국과 스페인에서 이 미션을 완수했다!


궁금한 게 없어지는 순간 죽은 거나 다름없다

대구 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에서 마케팅팀 통역으로 활동했던 당시 내가 존경했던 부장님과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벌써 7년 전 일이라 정확히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전히 부장님의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진짜로 늙는 건, 궁금한 게 없어지는 순간이야. 궁금한 게 없어지면 죽은 거나 다름없지." 바로 이거다. 새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이 세상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다는 것이고,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는 수도 없이 '이건 도대체 왜 이런거야?'라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럴 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 테고 자신이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이건 그저 자신이 생생하게 살아있고 머리를 굴리며 눈을 반짝이고 있다는 증거다. 이 언어를 먼저 배운 사람들도 똑같은 궁금증을 가졌을 테니까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정보의 바다에서 답을 구해볼 수도 있고, 주변에 그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해될 때까지 물어보자.


공부할 대상이 아닌 글로벌사회 생활 스킬

한국 교육 시스템 때문인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외국어를 시험 위해 공부해야 할 대상으로만보기 때문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포기를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모국어는 다 너무 자연스럽게 할 줄 안다. 살아남기 위한 능력이기 때문에. 말을 못하면... 치킨도 못 시켜먹고... 끔찍하다. 음, 치킨 못 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자기 생각을 충분히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게 되어 답답하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살아남기 위한 스킬로 모국어를 배웠다. 언어를 하나 더 배운다는 건 이런 생활 스킬을 +1 하는 것이다. 우리의 세상은 이제 국경이 없고 외국어 하나 쯤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스킬이 되었다. 여행하면서 화장실이 어딘지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외국 친구들을 사귀며 깊고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 글로벌 기업에서 외국 동료들과 업무를 하는 것까지, 외국어는 시험 점수를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사회 생활 스킬로 받아들이자.


뻔하고 재미없지만 유익한 방법들

어학시험 대비 공부하기

바로 앞에서 외국어는 시험 점수를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지금은 어학시험을 대비해 공부하는 게 유익하다니, 모순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시험을 대비하여 공부하는 것도 결국 생활스킬을 배우는 걸로 인식하면 된다. 사실 어학시험 대비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그 중에서도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이 네 가지 스킬을 모두 테스트하는 시험일 수록 좋다. TOEFL이 좋은 예다. 나는 실제로 토플을 공부하면서 고급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듣기는 쉐도잉이 제일 도움되었고, 읽기는 시간을 타이트하게 정해놓고 시간 내에 지문을 읽고 기출문제를 푸는 데 중점을 두었다. 지문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는 형광펜으로 칠해놓고 대충 의미를 추측하며 다 읽은 뒤 나중에 돌아와 사전을 찾아 문맥상의 의미를 적어두었다. 읽기는 오답노트 정리가 참 도움된다. 모든 어학시험은 시간 싸움이므로, 말하기 및 쓰기 섹션 또한 시간 내에 내 생각을 명확하게 구조적으로 정리해서, 다채로운 고급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연습을 했다. 어학시험 공부법을 더 자세하게 알고싶으면 댓글로 요청하기!


다이어리 쓰기

사실 이게 재미없는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매일 밤마다 일기를 쓰는데, 하루동안 머리속에 있던 생각을 마음대로 써내려가는게 (라고 쓰고 '갈겨나가는게'라고 읽는다) 얼마나 스트레스 풀리는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이걸 외국어로 쓸 뿐이다. 사실 일기는 허심탄회하게 글을 써내려가는 맛인데, 이게 쓰고자하는 단어가 생각이 안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괜히 일기쓰는 데까지 사전을 쓰기는 싫다. 그럴 땐 그냥 그 단어의 의미를 아는대로 풀어서 자기가 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대로 써보자. 정 답답하면 그 단어만 편한 언어로 쓴다. 그러다 나중에 일기를 다 쓴 후 또는 자고 일어나서도 정 그 단어가 궁금하면 찾아본다. 이렇게 궁금했던 단어를 알게 되면 비로소 암호를 해독한 느낌이랄까! 속시원하고, 그렇게 배운 단어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이렇게 매일마다 자기 생각을 외국어로 쓰다보면 나도 모르는 새에 좋아진 실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언어로 된 책 읽기

앞서 말했듯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그 나라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럼 그 나라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 언어로 된 책을 읽을 테니, 나도 그렇게 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무 책이나 읽는 게 아니라 자기가 평소 모국어로도 읽고싶었던 책을 외국어로 읽는 것이다. 그럼 어느 정도 문맥을 알고 읽을 수 있게 되며 흥미를 가질 수 있다. 책을 끝내는 데까지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모르는 단어나 표현, 인상깊은 문장은 죄다 형광펜으로 칠하고 나중에 또 그 부분으로 돌아와 사전을 찾아 읽어보고, 곱씹어본다. 나는 웬만하면 영어 또는 스페인어가 원어인 책들은 전부 번역본이 아닌 원어로 읽는다. 아래는 스페인어를 한창 배울 당시 읽었던 나의 '연금술사 (Alquimista)' 책 (파울로 코엘료 저). 온통 형광펜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해 안되는 부분은 계속 되풀이해서 읽어보고, 이해가 되는 순간마다 책의 교훈이 마음깊이 와닿아 나의 언어도 자라고 지혜도 자라는 느낌이었다.


재밌으니 일상에서 마구 즐길 수 있는 방법들

소셜미디어 활용하기

내 인스타그램 피드는 전세계 인플루언서들과 뉴스, 유머 계정으로 가득찼다. 미국 패션 블로거부터 콜롬비아 가수, 탄자니아 코미디언 등, 이들이 그 나라 언어로 올리는 포스팅 또는 스토리는 내 이목을 사로잡아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대중문화 트렌드도 알 수 있게 해준다. 각 나라의 뉴스 매체의 소셜미디어 계정도 요즘엔 간략하게 내용을 브리핑해주기 때문에 그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고 꽤 높은 수준의 단어도 접할 수 있다. 그 나라 언어로 된 유머 계정, 정말 좋다! 유머라는 것도 그 나라 문화와 최신 트렌드와 같은 문맥을 다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게 많기 때문에, 큰 웃음을 주는 동시에 언어를 익히는데도 꽤 도움이 된다. 아 그리고, 코멘트 섹션을 활용해서 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은 방법! 혹시나 요청이 있으면, 내가 팔로우하는 계정을 각 언어 별로 소개하는 포스팅도 올려볼 생각이다.


소셜미디어 포스팅할 때 번역하기

내 인스타그램 포스팅과 유튜브 영상은 모두 3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나의 생각을 이해하고 함께 소통했으면 하는 이유에서다. 사실 일일이 번역하는 게 시간이 배로 걸려 힘들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이나 생각도 아니고 자신의 말을 번역하는거라 따로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아 좋다. 포스팅을 하면서 이렇게 매번 번역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각 언어의 글쓰기 실력이 느는 느낌이다.


그 나라 노래 듣고 따라부르기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Colombia 2018 이런식으로 키워드만 쳐도 올해 콜롬비아에서 유행하는 스페인어 노래 플레이리스트가 주욱 나올 것이다. 들어보면서 그 중에 맘에 드는 노래가 있으면, 가사를 따라불러보고, 잘 못 따라하는 부분이 있으면 잘할 때까지 돌려 들으면서 불러본다. 이런 식으로 마스터한 노래들이 클럽에서 나오면 자신있게 따라부르고 을매나 신나게요?


그 나라 영화/드라마 보기

사실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확 꽂히는 게 아닌 이상 즐겨보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건 그냥 흔히들 쓸 수 있는 방법이니 언급해본다. 요즘엔 넷플릭스처럼 외국 영화, 드라마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자막도 잘 나와있기 때문에 외국어 공부 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시대라고 생각한다. 정말 빠져버린 영화나 드라마가 있어서 한번 보고 두번 보고 또 보고 싶다면, 처음에는 그냥 마음편히 보고, 그 다음부터는 쉐도잉을 하면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쉐도잉 팁이라면, 그 배우의 목소리, 표정, 말하는 속도, 발음까지 다 따라하도록 하기.


뭐니뭐니 해도 친구 사귀기

제일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친구를 '외국인 친구,' '내가 외국어를 배울 사람,' '외국에서 온 사람' '문화가 다른 사람' 등의 프레임에 가두지 않고 그냥 '사람,' '친구'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이라고 다른 것 없다. 다 같은 사람이고, 사람 사는 모습 다 똑같다. 보통 친구들과 하는 재밌는 얘기, 속깊은 얘기 다 나누면 된다. 대화 중간에 당연히 모르는 단어가 나올 수 있는데, 그 때마다 그냥 부끄러워하지 않고 "What does ____ mean?" 또는 "¿Qué significa ____?" 하고 묻자. 자기랑 소통을 더 잘하고 싶어서 단어 뜻을 물어보는 것이니 대부분 흔쾌히 알려주려 할 것이다.

와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이렇게 제가 알려드리고픈 것들이 많았다니. 사실 구체적으로 쓰자면 더 쓸 것도 많지만, 이렇게 쓰다간 책 한 권이 나와버릴 것 같아요. 차차 앞으로의 포스팅에서 하나하나 다뤄봐야겠어요!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알려주시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도 계속 소통했으면 좋겠어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스타그램: http://www.instagram.com/sebomijang
유튜브 채널: http://www.youtube.com/c/sebomi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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