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세계에서 가장 핫한 아프리카 나라, 가나!
나는 20대 전반에 걸쳐 탄자니아에서 꽤나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아프리카 대륙 중에선 그 곳에 이미 각별한 애정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이번 가나에 오는 결정을 했을 땐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일단 서아프리카가 처음이었고, 세렝게티, 킬리만자로, 잔지바르 섬 등 관광자원이 풍부하기로 소문난 탄자니아와는 다르게 딱히 유명한 곳도 없는 게 팩트여서 가나는 나에게 그저 '또 하나의 아프리카 국가'쯤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 직접 오기 전까지는.
그런데 이제 가나에 온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점점 이 나라를 관찰하고 알아갈 수록 재밌는 점들을 여러가지 발견하고 있다. 이렇게 흥미로운 곳이 나에게 '또 하나의 아프리카 국가'일 뿐이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을 위해서만이라도 몇 가지 사실을 나눠보고자 한다.
Year of Return
우선 가나는 올해 전세계적으로 제일 핫한 아프리카 나라다. 2019년은 ‘Year of Return(귀향의 해)’라고 해서 아프리카인들이 유럽, 미주 등 노예 무역의 희생자로 고향을 떠나게 된 지 400년이 되는 해로 (정확히 말하면 미국 버지니아 주 제임스타운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지 400년), 이렇게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아프리카인들이 자신들의 resilience(회복성)을 기념하며 고향, 특히 가나를 방문하는 해다. 가나 관광청에서는 #yearofreturn2019 을 하나의 대대적인 바이럴 마케팅 캠페인으로 채택해서 올해 내내 온/오프라인으로 가나의 숨겨진 매력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마침 이 시기에 맞춰 이 곳에 오게 되다니, 난 참 운도 좋다!
매운 맛을 즐기는 사람들
가나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 못지 않게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가나 동료들과 한국 식당에 갔는데 부대찌개를 너무 맛있게 먹고 (밥 세 공기 뚝딱) 김치를 선물로 달라고 하는 걸 보면서 정말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가나 음식을 하나둘씩 먹어보게 되면서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된다. 이들도 우리만큼 음식을 맵게 먹는다. 우선 지난주에 올렸던 내 유튜브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추장 없이 못 사는 것처럼 가나 사람들도 '시토(shito)'라고 하는 시뻘건 소스 없이 못 산다. 내가 맛있다고 극찬하는 '에그 앤 페퍼(egg and pepper)'도 고추, 토마토, 양파를 버무려서 삶은 계란과 곁들여 먹는 건데 웬만한 한국 음식보다 맵다. 사실 외국에서 우리나라만큼 매운 음식을 즐기는 나라는 잘 못 봤는데 너무 반가울 따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w-466BYVRik
영어가 통하는 나라
가나의 공용어는 영어다. 사실 전국적으로 250개의 부족어가 있지만 공식적으로 교육을 받고 비즈니스를 하는 언어는 영어다. 이 나라의 주요 부족은 아샨티(ashanti) 부족인데, 그래서 이 부족의 방언인 튀(Twi)라는 언어가 가나 사람들 사이에서는 줄곧 쓰인다. 그렇지만 외국인들과 대화할 때는 영어를 쓰기 때문에 소통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들의 영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그 발음에 조금 적응을 해야할 수도 있다!) 그리고 영어를 주로 써서 그런지 내가 가본 다른 아프리카 나라보다는 옷차림, 유머코드 등 영미권에서 유행하는 문화를 더 빠르고 쉽게 받아들이는 느낌이다. (그게 항상 좋다는 말은 아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IrNm-GuNmE
한국은 K-Pop, 아프리카는 Afro-Pop
가나, 또는 크게 서아프리카에서 유행하는 노래들은 동아프리카의 것과 또 조금씩 다른데, 그 매력도 어마어마하다. 사실 내가 여러 문화권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제일 축복으로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악이다. 각 나라에서 우버만 타고 다녀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로 요즘 뭐가 핫한지 파악이 가능한데, 나에게 이렇게 좋은 노래들을 알게 되는 건 곧 이 세상을 즐길 즐거움의 원천이 넓어지는 것과 같다. (아프리카, 라틴 음악이 없는 이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다!) 그래서 가나에서 요즘 제일 많이 들리는 노래를 생각나는대로 꼽아보자면, ‘Kidi - Thunder,’ ‘Teni - case,’ ‘Rude Boy - Reason with me’ 가 있는데, 아래에 링크를 걸어놓을 테니 아프리카 음악이 궁금한 분들은 꼭 한번 들어보시도록! 아프리카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대륙, 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은 걸로 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Yx5ukr_YWw
https://www.youtube.com/watch?v=KQ7FpYDQLOI
https://www.youtube.com/watch?v=C5BXQsTR5Qs
슬프지만은 않은 장례식
가나에선 장례식이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은 행사다. 절대 가볍다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지난 주말 식물원에 갔다가 우연히 야외 장례식 풍경을 보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전부 흰 옷을 입고 멋지게 단장을 했길래 아무리 봐도 결혼식 같아 그 중 한 사람에게 무슨 행사인지 물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장례식이란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나는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과 태도를 보였는데… 아니 웬 노래가 이렇게 흥겨울 수가? (라이브 밴드도 초청함. 직접 보진 못했으나 춤도 추는 걸로 알고 있음!) 사실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모두 한 사람의 죽음을 기릴 때 그 삶의 ‘마지막 순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분위기가 침울하고 무거울 수밖에 없지만, 이 곳 장례식은 그보다 한 사람의 삶 전반을 돌아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의 삶에는 슬픔만 있는 게 아니라 기쁨과 즐거움도 많으니 말이다. 나도 내가 죽었을 때 사람들이 슬퍼하기만 하면 내 영혼이 억울할 것 같다. 물론 내가 곁을 떠나 안타깝고 아쉽긴 하겠지만, 오히려 이제껏 나와 여러 의미있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더 기념했으면 좋겠다. 아, 가나 인구의 70%가 영생을 믿는 기독교이기 때문에 천국에서 또 만날 거란 믿음으로, 현생의 끝을 그렇게 아쉬워하지 않기 때문에 큰 슬픔이 없을 수도 있다.
http://edition.cnn.com/2014/03/11/world/africa/on-the-road-ghana-funerals/index.html
이렇게 점점 가나는 나에게 '그냥 또 하나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나와 같은 사람들의 흥미로운 삶의 터전으로 인식되어가고 있다. 또 어떤 새로움을 발견하게 될지 앞으로의 시간도 기대가 된다!
P.S. 작년 제 브런치 첫 글이었던 '5개국어 구사자가 나누는 외국어 잘하는 팁'이 올리자마자 꽤나 화제가 되어서 구독해주신 분들이 제법 많은 걸로 알아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 그간 여러 핑계로 유튜브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최근 가나에 오게 되면서 영상만으론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자각하며 브런치에 돌아오게 됐어요. 앞으로의 이야기도 재밌게 봐주시고,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도 계속 소통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