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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베르게 Apr 22. 2016

까미노의 인연

피레네를 넘다 중간에 만난 스페인 남자 2명

Zubiri에 도착하여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나니 그들 역시 여기서 쉬어갈 참인지 알베르게로 들어온다.

우리는 또다시 반갑게 인사를 한다.

"Hola~"

당시 내가 아는 유일한 스페인어 중 하나였다.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하고 샤워와 빨래를 하고 홀로 마을을 둘러본다.

제일 먼저 찾는 곳은 슈퍼와 식당이다.

밥을 해결해야 하는데 작은 마을이라 마땅치가 않다. 슈퍼마켓에 가니 내가 해먹을 만한 음식이 없다. 샌드위치라도 팔면 좋으련만...

결국 과일과 우유 정도만 사서 알베르게로 돌아온다.

돌아오니 알베르게 공용 키친에 순례자들이 모여있다. 무슨 일인지 기웃기웃 거리니 함께 저녁을 해 먹을 거라 한다.

나도 저녁을 해결해야 하고 마땅히 먹을 것도 없어서 몇 번 인사했던 스페인 친구에게 혹시 나도 함께 할 수 있냐고 조심스레 물어본다.

스페인 친구는 쿨하게 "of course" 하고 대답한다.

그리고 우리의 인연은 이 첫 저녁식사로 시작된다.

시에스타가 끝나고 장을 보고 온다고 하고 갔던 친구들은 두 손 가득 먹을 것을 사 온다.

오늘의 셰프는 스페인 순례자들이다.

그리고 오늘의 메뉴는 스페인식 오믈렛인 "또르띠야 데 빠따따", 스페니쉬 스프 "가스파쵸", 그리고 파스타와 샐러드이다.

물론, 와인은 빠질 수가 없다.

그렇게 메인 셰프들은 요리를 시작했고 각 나라에서 온 나머지들은 그들을 도와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약 1시간 반 가량 지나 우리는 저녁을 먹기 시작했고 와인을 한잔씩 하며 서로 소개를 하며  친해지기 시작했다.

이 스페인 친구 호세와 다니와의 인연이 그렇게 깊어질지는 이 때는 알지 못했다.

그렇게 며칠을 걸으며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다 어느 순간 우리는 함께 걷고 있었다.

호세와 다니는 스페인 남부지역 안달루시아 말라가에서 왔다고 하였고 호세는 프리랜서이고 다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 하였다.


순례자에게 와인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라체 수도원


며칠을 함께 걷고 있는데 다니가 순례길을 마친 후에는 무엇을 하냐고 물어본다.

나는 마드리드 쪽을 여행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다니는 순례길을 마친 후 자기 집에 나를 꼭 초대하고 싶다고 하였다. 이 때는 그저 지나가며 하는 이야기로만 생각했었다. (산티아고에서 우리가 재회했을 때 다니는 첫 번째로 나에게 한  말이 이제 우리 집에 가자고 하자고 하였다.그리고 그의 집에 초대되어 일주일간 정말 환대를 받았다.)

까미노의 양치기


이때의 인연은 나중에 카페알베르게가 탄생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까미노의 매력 중 하나는 세계 각지에서 온 순례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고 함께 걷고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의 여행지에서는 잠시 스칠 인연도 까미노에서는 큰 인연이 된다.

그렇게 수많은 순례자들이 까미노를 하는 동안 수도 없이 만나고 다시 헤어짐을 반복한다.

어느 순례자는 하루에 20km를 가지만 어느 순례자는 하루에 30km씩 가며 각자의 까미노를 가고,

어느 순례자는 800km 여정 중 이번 여정은 300km까지만 가거나 600km까지만 간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레 만남을 헤어짐으로 바꾸게 된다.

하지만 만남이 좀 더 가까운 인연이 된다면 자신의 일정을 조금씩 상대에게 맞추며 가게 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 생기고 의지하는 것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상대가 그들의 목적을 위해 내 바램을 맞추지 못하게 되면 우리는 그에게 실망하고 속상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나는 그를 겨우 10일 남짓 더 보았을 뿐이고, 그는 이 여정을 위해 1년을 넘게 준비했을 수도 있다.

그의 대한 실망은 내가 혼자 결정 내려 버린 기대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 길 위에서 들었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어쩌면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의 인간관계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나의 기대에 상대방을 탓하며 속상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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