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
신두리 해안사구를 알게 된 건 기억도 나지 않는 잡지 속 '국내 유일의 사막'이라는 한 문구와 흑백 사진으로 그저 모래인지 바다인지 구분되지도 않는 작은 사진으로부터였다. 하지만 당장 갈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그 잡지의 타이틀 조차 기억나지 않던 작은 스침 정도로 생각했다.
우연치 않은 기회로 가게 된 신두리 해안사구를 보자마자 떠올랐다. 그 날의 잡지의 문구가. 그 문구가 떠오르니 그 무렵의 내가 떠올랐다. 우울함 속에서 시간을 흘려보낸 내 모습이. 사진이나 영상을 본 것도 아닌데. 그저 저 켜켜이 쌓여있는 모래를 보면서 말이다. 더 자세한 기억은 조각나 버렸지만 알 것 같은 기분이랄까.
시간이 흐르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것들도 변한다. 마치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모래가 쌓이고, 알아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 된다는 걸. 과거의 케케묵은 기억처럼 거칠고 작디작은 흑백사진의 사막은 이제 달라졌다.
몇 번이나 왔을까.
이제야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한 모습이란 이런 건가 하고 느낀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얼굴의 신두리 해안사구를 보면 나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알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