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이 아빠 Nov 01. 2021

#37 ADHD 약 처방을 받다

지난 10월달 동안 콩이의 충동행동이 심해졌다.

전반적으로 감정이 너무 올라가 있어 자주 지나치게 신나있거나 지나치게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인다.

얼마전 소개한 하이머스타드 유튜브 영상에서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만 나온탓인지

희망적으로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요즘의 콩이 모습을 생각한다면 너무 좋은 못습만 담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침 뱉는 행동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단발적 비명같은 소리를 지르는 음성 틱 같은 증상은 많이 소거되었고,

반응하지 않고 무시하면 어느정도 통제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그렇지만 침을 뱉어 놓는 증상은 거의 재미로 하는 습관처럼 바뀌었다.

방에서 뒹굴뒹굴하면서 이불이나 베개에 침을 뱉어 놓고는

아주 재미난 장난을 한 것 처럼 자랑하듯 "아빠 나 침 안 뱉었어~~!" 라고 반대로 표현한다.

처음에는 화를 내고 엉덩이를 때리기도 했다가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휴지로 닦아놓으세요" 하는 정도로 대응방법을 바꾸었다.


자기가 하는 행동에 제지를 받거나, 좀 심심한 상황이거나 하면

입안에 잔뜩 침을 머금고는 마스크 안에 침을 뱉어 놓기도 한다.

그 침은 마스크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책상이고 옷이고 바닥이고 누가 봐도 침을 뱉어 놓은게 보인다.

그런 모습에 너무 화가 날 때는 마스크를 잡아 뜯고 큰 소리로 혼을 내기도 했다.

집에서 이불에 침을 뱉는 거야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이어서 어떻게는 참는다고 해도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외부에서 침을 뱉는 것은 남들한테도 피해가 가는 일이다.


턱으로 내린 마스크나 웃옷이 흥건하도록 물을 벌컥 들이키기도 한다.

나 이만큼 화났다 한번 봐라 이런식이다.

길이 울퉁불퉁하니 바닥을 잘 보고 걸어라 정도의 아빠의 말에 콩이는 과잉 반응을 한다.

화 낼 상황에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치료사들 수업시간에 반항하면서

"조심안할거야!!" "멍멍멍" 이런 별 의미없는 말들을 큰 소리로 외쳐대기도 한다.

작은 자극에도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수업이 다 끝나고 집에 가지 않는다고 뻗대는 것은 예삿일이 되었고,

활동보조 이모님이 꼬득여서 차에 태워 오면 항상 차에 침을 묻히거나 뱉어놓고 신나한다.




결국 ADHD 약 처방을 받았다.

서초의 한 소아정신과 의원에 예약이 빨리 잡혀서

콩이를 데리고 가 진료를 받고 당일에 처방을 받아 왔다.

약 종류나 분량을 고려할 때 부작용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부작용이 없을 정도여서 그런건지 1주일 복용 후에도 콩이 행동에는 별 변화가 없다.

정신과 약이라는 건 복용하는 대로 효과가 바로 나타나고

복용을 중단하면 효과나 부작용도 신속하게 사라지는 것이라 했다.

약은 2주분 이었으니 어차피 다시 상담해야 한다.


그런데 효과는 없으면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소변을 엄청나게 자주보고, 물도 그만큼 자주 찾는다는 것이다.

마트에 들어가기 전 옆 건물에서 화장실을 갔다왔는데 몇 분 후 마트에서 다시 화장실을 가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소변실수도 생겼다.

발달센터 수업 후에 잠시 아빠가 상담하는 사이를 못 참고 소변 실수를 한 모양이다.

화장실에서 그걸 발견하고 버럭 화를 냈다.

콩이는 깜짝 놀라면서도 이상하게 반항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이 그 약의 부작용인 것을 몰랐던 시점이다.

많이 미안했다.

소변 실수하는 것으로 다시는 화 내지 않기로 콩이와 약속했다.

정말 미안했다.


공원에 30분 정도 산책하면서 5분마다 물을 찾아댔다.

아동용 짚라인 앞에서 사람많은 곳에서 줄을 서 있던 터라 짚라인을 일단 탄 뒤에 마시자고 했다.

휙 토라졌다.

손을 놓고 짚라인을 타겠다고 한다.

안 된다고 했더니 그냥 집에 간다고 한다.

그러라고 했다.

차로 가는 길에 다시 타러 가겠다 안 타겠다 혼자 계속 반복했다.

그러다가 물을 찾고.. 물을 일부러 엎지르고..

물병을 던져버리며 또 혼냈다.

다시는 그 공원에 가지 않기로 했다.

결국 또 미안했다.


약을 먹고도 결국은 효과보다는 불편한 부작용만 생긴 듯 하다.

토요일 밤에 결국 일단 약을 중단했다.

어린이집에서도 20~30분에 한번씩 화장실을 가고 5분에 한번씩 물을 찾게 할 수는 없었다.

2시간씩 외부 나들이를 가는데 그렇게 해서는 콩이나 선생님 모두 불편할 것 같았다.

그러다가 또 소변실수도 할 것이고...


이번 토요일에 다시 병원을 갈 예정이어서 약을 바꾸지 않을까 싶다.

처음부터 대단한 변화를 기대한 것이 잘못이다.

일단 기대치를 낮춰봐야 겠다.


이래저래 콩이한테 미안한 채로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아빠가 미안하지? 빨리 사과해~~!"

콩이가 익숙하게 잘 하는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